타고난 ‘탤런트(Talent)’로 연극계 넘어 만능엔터테이너 노린다

‘예술집단 참’에서 제작한 ‘가자 장미여관으로’… 성인연극 정착 노력    
관객에게 ‘관음증 환자’라고 외치는 도발적인 연극

▲ 연극 '마광수 원작, 가자 장미여관으로' 주연진 (맨 오른쪽이 이채은) <뉴시스>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건강한 섹시미를 풍기는 여배우 이채은(26)은 12월 말까지 공연되는 성인연극 ‘마광수 원작, 가자 장미여관으로’의 여주인공이다. 이채은은 기존 배우들도 쉽게 도전하지 못하는 연극무대에서 연기 학원, 트레이닝 없이 주인공 자리를 꿰찼다. 사라겸 유리로 1인 2역을 소화하고 있는 그녀는 하루에 두 번 90분씩 이어지는 강행군도 “즐겁다”면서 관객들의 눈을 자신에게 쏠리도록 만들고 있다. 사람들 앞에서 연기하는 것을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고 시선을 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게 자신의 강점이라는 것. TV드라마, 영화에서 맹활약하는 배우를 꿈꾸는 이채은은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잘할 자신이 있다”면서 넘치는 의욕을 드러냈다. ‘가자 장미여관’은 여성의 육체, 섹스를 직설적으로 다룬 연극이다. 파격적인 노출로 대학로 연극에 새로운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이채은은 자신이 맡은 역할에 애착을 보이면서, 연극에 담긴 메시지와 오락적인 요소를 충분히 전달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색안경을 끼고 연극을 바라보는 몇몇 이들은 그녀에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뼛속까지 야한 여자 사라·유리로 분한 이채은을 인터뷰했다.

 

- 동료 배우들보다 눈빛이나 목소리에 자연스러움이 있다. 어색할 수 있는 장면도 잘 대처했고. ‘가자 장미여관으로’를 위해 트레이닝 같은 것을 받았나.
▶ 연기에 대한 부분은 따로 없었다. 안무, 노래는 연극에 참여하고 있는 선생님에게 2달 정도 받았다.

- 연기 아카데미 등에서 배운 적이 없다는 것을 감안하면 기대 이상이다. 
▶ 남들에게 없는 끼가 있다고 믿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잘해 보였을 지도 모르겠다.

- 야한 복장을 입고 진행하다 보면 몸에 힘이 들어갈 수도 있을 것 같다. 피로도가 상당할 텐데 
▶ 계속 힐을 신어야 한다는 점이 힘들다. 다리가 많이 아프다. 그 외에는 딱히 없다. 눈썰미가 좋은 사람들은 힐을 신고 걸을 때 내 다리가 미세하게 떨리고 흔들린다는 게 느껴졌을 거다. 10센치가 넘는 힐을 신고 무대를 오가니까.

- 종아리 근육 쪽이 당기나, 매일 같이 하는데 찜질 같은 것은 필요 없나.  
▶ 발목이 아프다. 그렇다고 굳이 밤마다 관리 하지는 않는다. 

- 첫회보다 어떤 부분이 나아진 것 같나.
▶ 노래 부분이 좋아졌다고 생각한다. 사실 예전에는 놀 때 빼고는 노래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 연극이 세미뮤지컬이다 보니 노래를 연습해야 했고, 익숙하지 않아서 초반에는 긴장을 많이 했다. 연기하는 것에 대한 걱정은 없는데 노래는 부담됐다. 맨 정신에 노래하는 게 어렵더라. 지금은 나아졌다.  

- 여러 신(Scene)이 있다. 성상납 요구에 저항하다가 성폭행 당하는 신, 파트너 배우(엔터테인먼트 사장)에게 자신의 재능을 봐달라면서 춤과 노래를 뽐내는 신 등. 특별히 좋아하는 신이 있나.
▶ 여주인공이 마지막에 자신의 사랑을 정의하는 신이 있다. 이 순간을 좋아한다. 연극의 목적이 그 대사들에 함축돼 있는 것 같아서다. 

- 연습하는 데 유난히 힘들었던 신이 있나
▶ 남자 배우들이 힘들어 했던 신은 있다. 내가 (더블 캐스팅된)이파니에 비해 건강한 이미지가 강하지 않나. 남자배우 둘이서 나를 드는 장면이 있는데, 연습할 당시 나 때문에 힘들어 하더라. 나름 스트레스였다. 그래서 다이어트도 열심히 한 것 같다. 

- 이채은씨를 들면서 남자 배우들이 뭐라고 하던가.
▶‘오빠 나 무겁지?’ 하면 ‘아니 괜찮아, 어깨가 좀 결릴 뿐이야’라고 장난친다. 하루에 수십번 이상을 들어야했으니까. 미안하더라.

- 프로필상으로는 170Cm, 52~ 53Kg으로 돼있다. 다이어트로 얼마나 뺐나.
▶ 크게 차이는 없다. 이파니 보다 약간 더 무거우니까, 상대적으로 비교되지 않았을까.

- 극 초중반에 2층 의자에 앉아서 시작하는 댄스 장면이 압권이었다. 연극 콘셉트에 들어맞는 도발적인 섹시미가 엿보였다. 이런 몸짓을 시작하기 직전, 부끄럽지는 않나. 
▶ 내가 분한 사라·유리는 섹시한 여자다. 뼛속까지 야한 여자고. 하지만 섹시한 역할을 거의 해본 적이 없어 수줍고 창피한 마음도 있다. 포즈를 취할 때도 어떻게 해야 가장 예뻐 보일 수 있는지 알지 못했다. 지금은 욕심이 생겨 나만의 섹시미를 찾기 위해 고민도 하고 디테일을 수정해보기도 한다.

- 욕심이 생기면서 성적 매력 표현에 대한 자연스러움이 생긴 건가.
▶ 맞다. 섹시하게 보일 수 있는 노하우를 익혔다. 맞추기에 급했던 처음과 달리 지금은 섹시함을 찾아 어필하는 것으로 변했다.

▲ 2010 월드컵 당시의 연극 '나는 여한 여자가 좋다' 멤버들 (오른쪽 두 번째가 이채은) <뉴시스>

- 성인연극 배우라면 어떤 자질이 있어야 된다고 보나.
▶ 관객이 몰입시킬 수 있는 눈빛이 중요하다고 본다. 몸매나 외모가 기본적으로 갖춰져야 되겠지만 진짜 섹시함은 눈빛과 시선처리에 달려있지 않을까.

- 12월 07일 공연을 보니까 중년 여성들이 12명, 젊은 남녀가 5커플, 중년남성들이 6명 정도였다. 여성들이 많이 왔다는 게 조금 의외다. 
▶ 요즘에는 ‘섹시’하다고 해서 남자들만 몰리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섹시한 여자는 같은 여자들도 궁금해 하고 호감을 갖는다. 잘생긴 남자를 여자만 좋아해야 한다는 시절은 지나지 않았는가.

- 이 연극은 여성의 아름다운 육체와 섹스를 직설적으로 파고드는 게 특징이다. 관객들의 관심도 여배우에게 쏠릴 수밖에 없다. 캐스팅 제의를 받았을 때 어땠나.
▶ 섹스를 주제로 한 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 않나. 뒤에서 쉬쉬하면서 은밀하게 행하는 것보다 낫다고 본다. 극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의 사랑도 인정받을 수 있고 당당할 수 있다. 섹스는 하나의 사랑이다. 그 점들이 연극을 선택하는 데 불편 요소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 고된 연습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자신감을 갖고 무대에 서겠지만, 그것과 별개로 강심장처럼 느껴졌다. 
▶ 좀 ‘무대뽀’ 같은 성격이라고 해야 하나. 겁이 없다. 관객반응이 썰렁하다고 그것에 휘말리지는 않는다. 반응이 좋다고 ‘오버’해서도 안되겠지만, 싸늘하다고 해서 주눅들 필요도 없는 것 같다.

- 정말 그런 영향을 받지 않은 편인가.
▶ 12월 6일 공연에서는 실제로 쥐가 나는 돌발 상황이 벌어진 적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깐만 쥐가 났어, 쥐가 났어”하면서 유머스럽게 대처했다.

- 그 장면은 애드립을 가장한 대사라고 생각했다. 그게 아니었나.
▶ 진짜 난거다. 링 위에서 다리를 올리고 있다 보니까 왼쪽 엉덩이, 허벅지 쪽이 저렸다. 두드리면서 대사를 이어갔다. 의자에 앉아서도 계속 두드렸고.

- 연기를 펼칠 때 객석을 향해 ‘아이 컨택’을 적극적으로 하는 편인가.
▶ 그렇다. 하지만 시선을 이쪽저쪽 돌리면 지저분해 보이니까, 한 사람을 타겟으로 잡는다. 그 관객이 오해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한 번은 관객이 자신을 바라보는 게 무안한지 손을 크게 흔들더라.

- 가끔은 이채은씨에게 과도하게 빠지는 관객도 있을 것 같다. 에피소드가 있다면.
▶ 한 남자관객이 혼자 온 적이 있다. 그런데 나를 너무 넋 놓고 쳐다보더라. 물론 그런 게 나쁘지는 않다. 그날로부터 몇 주 후, 미니홈피에 들어갔는데 누군가에게 1촌 신청을 받았다. 인터넷을 통해 선물도 많이 보내주면서, 열렬한 팬이라고 하더라. 공연후기 사이트에다가 자신의 사진을 올리기도 했는데 그때 혼자 온 관객 같았다. 나는 공연 후기를 보지 않는데, 들어본 바로는 내게 과분한 칭찬을 했던 네티즌의 아이디가 1촌 신청한 남성과 같았다. 독특한 경험이었다.

- 연극은 웬만한 배우도 쉽게 도전하지 않는다. 비난이 두렵고 후회로 남을 수도 있으니까. 모험이라는 생각은 안드나.
▶ 연극 뿐 아니라 드라마, 영화도 대중들에게 평가 받는 것은 마찬가지다. 안 좋은 얘기를 들을 때는 보완하면 된다.

- 성상납 요구에 상대 배우를 경멸어린 눈으로 쳐다보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에서 실제 이채은씨의 심정이 느껴졌던 것 같다.
▶ 그 장면에서 남자 파트너가 나를 무릎에 앉히지만 뿌리치고 나가지 않나. 원래 대사는 ‘나한테 성상납을 하라는 거야’ 이정도 인데, 매번 조금씩 달라진다. ‘이런 일이 내게 진짜 일어난다면’, 하면서 몰입한다. 감정에 충실히 연기한다.

- 몸매가 늘씬하고 ‘롱다리’다. 혹시 레이싱걸에 관심을 가진 적도 있나.  
▶ 수년 전 모터쇼에서 레이싱걸을 잠깐 경험했지만 하고 싶은 마음을 가진 적은 없었다. 

- 배우 오디션에는 여러번 도전해봤나.
▶ 과거에는 모델이 되고 싶었는데 바뀌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프로그램 MC을 해보고 싶기도 하다.

- 모델과 배우의 공통점이 있을까.
▶ 모델이 당당해야 하고, 어떤 디자인의 옷이든 소화해야하는 것처럼 배우는 어떤 역할이든 다 소화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 방송계에 진출할 예정이라고 들었다. 목표를 어떻게 설정하고 있나.
▶ 솔직히 어떤 방식이 될지 나도 궁금하다. 소속사와 함께 지속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 연기자 외의 ‘예능인’은 어떤가.
▶ 사실 예능 체질이다. 요즘에는 가수들도 연기를 하고 연기자도 앨범을 내지 않나. 대부분 만능엔터테이너다. 소속사에서도 내가 다재다능하길 바라고 있다. 물론 나도 그렇다.

- 방송 ‘예능 프로그램’은 순발력도 중요하고, 짓궂은 출연자들에게 시달릴지도 모를텐데   
▶ 말을 툭툭 잘 내뱉는 스타일이다. 눈치 안보고 내가 하고 싶은 말 다할 수 있다. 짓궂은 질문도 받아칠 수 있을 것 같다. 주변으로부터 ‘생뚱맞게 웃긴다’, ‘4차원이다’ 라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 더블 캐스팅된 이파니는 뭐가 달랐나.
▶ 훨씬 안정적이었다. 연기에 대해서는 말할 입장이 아니지만, 섹시함을 표현하는 자태는 인정하고 싶다. 내 스승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거다. 이파니는 18, 19살 때부터 미국 성인잡지 등에서 모델을 하지 않았나. 포즈를 취해도 그림이 되고 섹시하다. 또한 글래머러스하다.

- 이파니에게 없는 자신만의 매력은
▶ 이파니씨가 뼈대가 가늘고 피부가 하얀 편인 반면, 나는 까만 피부가 보여주는 건강미가 두드러진다. 이런 모습을 좋아하는 분들도 있지 않을까.   

▲ 사진: 모마엔터테인먼트

<이창환 기자> hoj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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