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국회의원 비서의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으로 촉발된 한나라당 사태가 당 대표 사퇴와 박근혜 전 대표의 등판 국면을 이끌었다. 권한 부여를 놓고 친박계와 쇄신파 의원들이 각을 세우고 있지만 박 전 대표에게 당을 맡겨 비상 국면을 넘기자는 데에는 이견이 없어 보였다.

일단 유력 대선주자인 박 전 대표에게 수습을 맡겨 보자는 기류다. 박 전 대표가 나서도 안 된다고 판단되면 언제든지 당을 나가 새집을 지을 생각들이 존재해 있다. 당 운영을 짊어진 박 전 대표의 상황이 아주 안 좋은 때다.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교수에게 계속 밀리는 추세다.

한나라당의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대학생들과의 만남 등 박 전 대표가 대외활동의 보폭을 넓혀도 지지율 하락 현상이 멈추지 않고 있다. 박 전 대표가 당 전면에 나서 해야 할 일 하나하나가 만만하거나 가볍지 않다. 쇄신을 성공시켜 당의 외연을 확대하자면 논란을 빚고 있는 각종 복지와 조세안 같은 정책 이슈에 대해서도 당의 입장을 정리해 흩어진 지지층을 다시 결집시켜야 한다.

지지층에 희망을 심기위해 특히 중요한 일은 공천 쇄신이다. 박근혜 비대위원장 권한 문제를 놓고  “당 운영 전권을 가지고 총선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친박계와 “당 위기를 틈타 당권 장악하고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계책”이라며 반대하는 쇄신파의 싸움도 결국 공천권 권력 다툼이었다.

박 전 대표는 원칙을 중시하는 이미지를 굳혀왔다. 7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 때는 위기에 처한 한나라당을 구해냈다. 그래서 기대를 모으는 것이 사실이지만 지금 상황은 그때보다 훨씬 심각하고 구조적이다. 친박계 인사들이 주위에 다시 포진하면 희망을 걸 사람이 없다. ‘계파 부수기’와 ‘끌어안기’가 최대 관건이다.

박 전 대표가 이밖에는 달리 길이 없다는 인식을 하고 있을 것이다. 박근혜 조기 등판은 대선주자인 그에게 정치적 큰 상처를 입힐 수 있다. 이를 무릅쓴 전면등장은 총선에서 참패하면 대선도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민심수습에 협조해야 할 이명박 대통령은 요지부동으로 자신의 국정운영 기조를 고집스럽게 고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총선을 불과 4개월 남긴 시점에 한나라당을 살리는 것은 한편의 정치 도박에 가까울런지 모른다. 한나라당의 4월 총선 패배는 곧 박근혜의 패배로 평가받게 될 것이다. 한마디로 박 전 대표 입장에서는 4월 총선이 곧 대선이다. 그에게 최상의 시나리오는 대세론을 유지하며 정치적 리스크 없이 4월 총선을 맞는 것이었다. 그것이 불가능 해진 마당에 박 전 대표는 4월 총선에 몸과, 마음과, 머리를 다 걸어야 한다.

한사람의 리더십으로 돌파하기에는 한나라당의 문제가 너무도 구조적이지만, 그래도 박근혜를 연호하는 지지층 희망을 힘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서글서글한 미소와 품위 있으면서도 겸손한 태도는 대중에게 사랑받는 스타의 요소를 고루 갖추고 있다”는 박근혜 평가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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