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젊은 세대의 기성 정치인에 대한 불만이 고조돼 가자 여야 정치권의 일부 인사들이 ‘청년비례대표제’ 도입을 꺼내들고 나섰다. 젊은 층의 목소리를 담을 대표자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반값 등록금, 청년 실업, 기성 세대에 대한 청년 불신 등의 문제가 국가적 주요 의제로 제기된 데 따른 정치적 대안으로 보인다.

그러나 청년비례대표제 도입 제기는 시류(時流)에 따라 춤추는 여야 정치권의 경박한 대증요법(對症療法)에 지나지 않는다는 데서 일고의 가치도 없다. 더욱이 청년비례대표제 도입은 오늘날 우리 국민들이 바라는 변화의 본질을 제대로 읽지 못한 엉뚱한 처방이라는 데서 더욱 그렇다.   

청년비례대표제는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2040세대가 박원순 무소속 후보를 지지한데 따른 정치권의 반사적인 득표 전략에 불과하다. 또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인기도가 용수철처럼 튀어오른데 따라 묻어 나온 부산물로도 보인다.

한나라당에서는 ‘정치쇄신’을 내세우며 내년 4월 총선에서 고령 의원의 출마포기 선언이 필요하다고 했는가 하면, 현역 의원 50%를 ‘물갈이’ 해야 한다고도 했다. 심지어 국회의원 4년 이상 지낸 의원들에 대해서는 모든 공천에서 재심사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말도 들렸다.

고령의원 출마포기, 현역의원 50% 물갈이, 4년 이상 지낸 의원의 재심사 등의 주장은 젊은 세대로 세대교체 해야 한다는 절박감의 표출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나이가 많거나 국회의원을 여러 차례 지낸 중진 의원에 대한 불신 때문만은 아니다. 장기간 이어지는 경제 불황, 야당의 쇠망치 폭력과 그에 대한 한나라당의 무기력한 대응, 한나라당의 ‘웰빙족’이미지 등에 연유한다. 

청년비례대표제 도입 제기의 또 다른 배경으로는 2030 세대에 대한 정치인들의 손짓과 6070 노년층에 대한 뿌리 깊은 폄하를 들 수 있다.

2004년 4월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당시 총선을 앞두고 “촛불집회의 중심에는 젊은이들이 있었고 미래는 20대와 30대들의 무대”라고 외쳤다. 이어 그는 “60대 이상 70대는 투표 안해도 괜찮다”고 내뱉었다. 그는 “그 분들은 어쩌면 무대에서 퇴장하실 분들이기 때문에 그분들의 미래를 결정해 놓을 필요는 없다”고 했다. 패륜적 망언이었다.

그 해 11월 열린우리당 소속 유시민 의원도 “20대와 60·70대의 인격은 다르다. 뇌세포가 다 전혀 다른 인격체가 된다”고 토해냈다. 그는 자신의 “개인적 원칙은 60대에 가능한 한 책임있는 자리에 가지 않고 65세 부터는 절대 가지 않겠다”고 장담하기도 하였다. 경망스럽기 그지 없는 말이었다. 앞으로 그가 65세에 이르면 어떻게 처신할 지 지켜 볼 일이다.

여야는 청년비례대표제를 실시하려면 노년비례대표제도 도입해야 한다. 날로 늘어나는 노인 인구의 목소리를 담아내기 위해서다. “노인은 지혜다“라는 라틴어의 말 처럼 노인에게는 경험을 통해 얻은 지혜가 넘쳐난다는 데서 국회의원으로서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연령에 기초한 노년비례대표제나 청년비례대표는 필요없다. 이 지구상 어디에도 청년이나 노년 비례대표제란 없다. 국회의원은 청년이나 노년 구별 말고 덕망과 능력 따라 뽑아야 한다.

  ■ 본면의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