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 속으로 전전긍긍

▲ 본 사진은 기사와는 무관함
지난여름 버스에서 중년 남성의 목을 조르고 폭행한 혐의로 미국인 영어강사 H(24)씨가 불구속됐다. H씨는 일행과 소리를 높여 얘기를 하던 중 영어로 입을 다물라고 말하던 중년남성을 폭행했다. 이 때문에 외국인 강사에 대한 여론을 들끓으면서 검증된 외국인 원어민 강사에 대한 요구가 줄을 이었으나 별다른 해법 없이 여론은 이내 사그라졌다.
하지만 지난 2일 서울동부지방검찰청은 이른바 ‘스파이스’로 불리는 신종마약 J조-018을 밀수입한 혐의로 호주 출신 원어민 영어강사 A(23)씨를 구속했다고 5일 밝혔다.
국내 정세가 시끄러워서 이 문제가 크게 부각되지 않았지만 외국인 원어민 강사가 있는 학원에 아이를 보내는 학부모로서는 또 한 번 가슴을 쓸어내려야만 했다.
외국인 원어민 강사 수요가 갈수록 커짐에 따라 한국에서 외국어를 가르치는 외국인 강사의 수도 그만큼 많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급증한 수요 속에서 검증되지 않은 일부 외국인 원어민 강사들이 일으키는 문제가 날로 많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살펴본다.

밤 10시가 되기 전부터 목동역 학원가 도로에는 학생들을 기다리는 승용차들이 즐비하다. 비라도 오는 주말이면 저녁 시간이 되기 전에 이 도로의 1,2차선은 주차장이 된다. 아이들을 기다리는 학부모들의 행렬이다.

 

이렇다 보니 가끔 교통정체가 일어나긴 하지만 이곳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주민들은 별 것 아니라는 반응을 보인다. 대부분 그런 경험들이 있기 때문이다.

 

목동 학원가에서는 외국인 원어민 강사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물론 이곳만이 아닌 전국 대도시 어디라도 외국인 원어민 강사의 모습을 보는 것은 이제 어렵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학부모들의 마음 한 구석에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가끔씩 보도되는 원어민 강사들의 폭행 사건과 마약류에 관련된 사건을 접할 때마다 학부모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일부 원어민 강사 일탈·불법 저질러


실제로 지난 6일 지하철에서 만난 원어민 강사 두 명은 술에 취해 있었다. 사람이 많이 붐비는 시간이 아닌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이 둘은 주위 사람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큰 목소리로 대화를 주고받았다.

 

이들의 이런 행동에 어느 누구도 제지를 하지 않아 하는 수 없이 기자가 “공공장소에서는 좀 조용히 해달라”고 요구했고 이들은 주위를 둘러보고는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이내 목소리는 작아졌다.

 

우연히도 이들과 내리는 곳이 같아 함께 지하철에서 내려 다른 노선으로 갈아타러 가는데 이들도 같은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용기를 내 신상에 대해 물었다.

 

키가 큰 이는 호주에서 온 브랜든(30)이란 원어민 강사였고, 키가 작은 이는 미국 출신의 오스본(29)이었다.

 

이 둘과 약간의 얘기를 나누고 시간을 정해 따로 만나 취재했다.

 

두 사람은 한국을 무척이나 좋아했으며 가끔 일부 원어민 강사들의 불법행위에 자신들도 매우 부끄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약간은 왜곡된 부분도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브랜든은 “실제로 극히 일부 원어민 강사가 불법행위를 저지르는 것은 사실이지만 내용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언어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거나 문화적인 차이로 인해 오해가 생겨 벌어지는 일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에 오스본 역시 “자신이 있던 곳에서는 아무렇지도 않았던 것들이 한국에서는 불법으로 보일 수 있어 이 부분에 대한 서로의 차이점을 인정해 줬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환락 파티’ 있지만 잘못 알려져


서울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는 2009년 6월 외국인 강사들과 대학생, 유명 연예인, 유흥업소 종사자등 84명을 붙잡았다. 이들은 역삼동과 청담동 일대 클럽에서 상습적으로 마약을 거래하고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었다.

 

80명이 넘는 사람들이 경찰에 붙잡히면서 외국인 강사와 외국에서 유학하고 온 유학생들이 국내에 들어오면서 마약류를 몰래 가지고 들어온다는 사실이 밝혀져 큰 파문이 일었다.

 

이후 정부의 단속은 강화됐으며 이에 따라 이른바 ‘광란의 파티’는 많이 사라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광란의 파티는 여전히 은밀히 진행된다고 두 사람은 말했다. 물론 자신들은 참석해 본 적이 없지만 가끔 이태원이나 홍대 부근에서 다른 외국인 강사나 유학생 등과 어울리다 보면 파티에 대한 얘기가 오고가곤 한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간혹 벌어지는 은밀한 파티의 경우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워낙 은밀히 소수에 의해 진행되는 파티라 어떻게 이뤄지는 자세히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대부분의 파티는 문제될 만한 부분은 없으며 비슷한 문화를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끼리 모여 밤새 술을 마시며 떠들고, 춤을 추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성을 잃을 정도로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리거나 시비가 붙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그런 사람도 일부분이라는 것이다. 특히 한국에 비해 조금 더 성(性)적으로 개방돼 있는 외국인들의 모습을 한국인의 정서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기 때문에 자칫 문란한 사람들로 보일 수 있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오스본은 “외국인 강사 중에서는 자국 내에서 사소한 문제를 일으켰던 사람도 있다. 하지만 결코 아이들을 가르치는 데 문제가 있지는 않다. 그런 사람이라면 한국에 들어오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한국에 온 이유가 모두 다르겠지만 우리는 이곳에서 외국어를 가르치고 아이들에게 언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사람으로서 나름대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첨언했다.


E-2 비자 있는지 반드시 확인 필요


지난 8월 미국 갱단 출신의 김모(38)씨가 살인죄로 10년간 복역 후 한국으로 추방됐다가 인터넷에서 가짜 학위를 구해 원어민 강사로 취업해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만든 적이 있다.

 

이는 결국 원어민 강사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제대로 된 검증 없이 강사로 채용한 학원의 문제가 가장 크지만 실제로 외국인에 대한 학력과 경력에 대해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다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과연 외국인 강사의 옥석은 어떻게 가릴 수 있을까?

 

현재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원어민 강사의 수는 대략 2만5000여명에 이른다. 이들이 한국에서 원어민 강사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E-2 비자를 발급받아야만 한다.

 

법무부가 발급하는 E-2 비자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범죄기록부, 건강확인증을 제출하고 영사인터뷰 등을 거쳐야만 한다. 또한 입국 후에도 혈액검사를 통해 마약투여 여부를 확인하는 등 지속적이면서 심층적인 검증이 이뤄진다.

결국 원어민 강사를 채용할 계획이 있는 외국어 학원이라면 반드시 원어민 강사가 E-2 비자를 소지한 사람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학부모들도 이 부분을 학원에 확인해 법무부를 통해 검증된 인물인지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초등학교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브랜든은 “원어민 강사들의 불법 행위가 나올 때마다 학부모들의 눈초리가 매서워진다”며 “하지만 대부분의 강사들이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한국에 왔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스본 역시 “일부에서 은밀히 행해지는 광란의 파티 등의 문제로 범법자 취급 받는 것이 사실 불쾌하다. 하지만 그런 행위를 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된다는 점 또한 원어민 강사들도 확실히 알아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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