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가진 힘을 원 없이 휘둘러 봤던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했다. 김정일이 세상을 떠나도 한반도 상황은 변함없이 돌아가는 것이니 만큼 이와 관련한 우리 쪽 계산이 있어야 한다. 공교롭게 김정일 사망 시점과 궤를 맞춘 한나라당 박근혜 비대위는 아직은 정확한 평가가 불가능 하지만. 다만 한 가지 이명박 정부에 대한 선긋기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당내 쇄신파와의 갈등을 수면위로 떠올리지 않기 위해서도 반드시 거쳐야 할 차별화 관문이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문제 제기가 또한 날을 세울 것이다. 문제는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보수적 지지층이 박근혜 비대위원장에 대한 의구심을 일정하게 갖고 있다는 점이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한나라당 대표시절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나눴다는 ‘지도자 2세끼리 잘해보자’는 일화가 보수층 일각을 자극케 한 적 있다.

이는 어떻게 보면 박 비대위원장의 유연한 안보관을 나타내는 것일 수 있지만, 동시에 전통적 지지층을 불안케 하는 요소일 수 있다. 한나라당의 보수적 지지층들은 박근혜 위원장이 세종시 문제를 비롯해 이명박 정부와 각을 세운 기억을 갖고 있다. 이런 것들이 부적절하게 요약되면 ‘박근혜의 안보관’ 문제로 비화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이명박 정부와 선긋기를 요구하는 쇄신파와 전통적 지지층의 변함없는 지지, 이 두 마리 토끼를 놓치지 말아야 하는 박 비대위원장의 행보가 과연 어떻게 나타날지 관심집중이다. 비상대책위원회가 발표할 야심한 개혁정책이 어떤 것인가에 관해 국민들 촉각이 어느 때보다 곤두서 있는 마당이다. 이런 때에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 결단했던 5·16정신을 기려 볼만하다.

5·16때 대 국민공약 첫째가 민생고 해결이 아니었다는 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체성 확립이 국민을 안심시키는 길이라는 얘기다. 또 국민은 잔돈푼 나눠주는 복지보다 깨끗한 정권을 좋아한다. 바로 ‘안철수 현상’이 청렴에 대한 반증이다. MB와의 차별화 요체가 따로 있지 않다. 안철수가 언제 복지라는 말 한마디 꺼낸 적이 있었느냐 말이다.

내년 총선과 관련해 상당수 국회의원들은 “나 빼놓고 다 바꿔야”라는 생각을 하는 듯해 보인다. 당원들의 출마 욕구도 거세 보인다. 박근혜 비대위는 이들 모두에게 인색해져야 된다. 선거 때마다 노인들 투표율에 기대를 걸었던 한나라당의 노심초사가 옛말이 돼야 한다. 박 위원장이 “우리 사회의 상식을 대변하는 분들, 진정성을 갖고 국민을 위해 일할 분들을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모셔오겠다”고 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단순히 사람 중심으로 모든 것을 지향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국민적 관점에서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람이 아니라 정책이다. 우리 사회의 상식을 대변하고 국민을 위해서 일 할 사람은 널려 있지만 뚜렷한 정책을 가진 사람은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따라서 삼고초려의 방향이 덕망 있는 사람을 찾아야 하는 것과 함께 국민과 국가를 위한 정책을 가진 사람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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