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 메이커', '파파'로 한국 영화계 성큼성큼 전진~

섹시함이 엿보이는 듯한 귀여운 외모와 ‘반전 몸매’로 젊은층의 아이콘에 등극한 고아라(22)가 오는 19일 개봉을 앞둔 영화 ‘페이스 메이커’ 상승세에 발 맞춰 주목받고 있다. 화보에서만 비췄던 활기차고 섹시한 미모를 영화 속 생생한 캐릭터로 옮겨 냈기 때문.

주전 마라토너 때문에 희생돼야 하는 페이스 메이커들의 애환을 다룬 '페이스 메이커'에서 고아라는 미래가 촉망받는 장대 높이뛰기 선수로 분했다. 영화의 완성도를 위해 강도 높은 조깅과 장대높이 뛰기 와이어 액션 등도 훌륭하게 소화해냈다는 후문이다.

‘SM 청소년 베스트 선발대회’ 대상으로 연예계에 등장한 고아라는 몇몇 CF와 KBS 성장 드라마 ‘반올림’으로 인지도를 쌓았다. 지난해까지 10편에 가까운 TV드라마·영화에 출연했지만 연기력으로 대표되는 배우와는 살짝 거리가 멀었다. 고아라의 포털 사이트 키워드가 출연 작품보다는 노출, 몸매에 쏠려있는 것도 사실. 하지만 그녀는 올해 초 개봉하는 ‘페이스 메이커’와 ‘파파’로 이와 같은 시선을 불식시킬 준비를 마쳤다. ‘페이스 메이커’ 제작 보고회를 통해 그녀의 매력을 살펴봤다.

'파파' 제작보고회의 고아라<뉴시스>

169㎝의 시원시원한 키로 실제 장대높이 뛰기 선수 못지않은 ‘포스’를 선보인 고아라는 지난해 12월 20일에 열렸던 ‘페이스 메이커’ 제작보고회에서도 선수 연기에 따른 에피소드를 먼저 꺼냈다.
육상계 요정 유지원으로 나온 고아라는 “촬영 전 장대높이뛰기 훈련을 하다 발목을 살짝 다쳤다”, “무릎을 들고 캥거루처럼 뛰는 훈련을 강행하다 아킬레스건염에 걸렸다”는 말로 운동선수를 연기하는 어려움을 설명했다. 이 부상으로 고아라는 기브스까지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장대높이 뛰기 선수들은 온몸의 탄력을 극대화해야 하기 때문에 발뒤꿈치를 든 채 도움닫기와 도약을 훈련한다.


고아라의 노력을 알고 있던 김달중 감독은 국가대표 선수 유지원이 되기 위해 애쓴 고아라를 인정하면서 열정을 칭찬했다. 김 감독은 “고아라는 현장에서 원하는 장면을 얻었는데도 촬영을 더 하자고 했다. ‘카메라 돌리지 말고 (고아라) 혼자 하게 놔두자’고 할 정도였다”고 전했다.
주인공 주만호를 맡은 김명민 역시 “(장대높이 뛰기는)마라톤과 달리 기술이 중요한 종목인데 발목 인대가 파열될 정도로 열심히 해 예쁘게 잘 나온 것 같다”고 덧붙였다.

'페이스 메이커' 제작보고회의 고아라 <뉴시스>

고아라 외에도 많은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페이스 메이커’에 대한 고충을 털어놓았다. 마라톤을 소재로 한 탓에 웬만한 영화 이상의 체력과 정신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일부 스태프들은 제작 소감을 묻는 자리에서 “중도포기하고 싶었다. 작업에 참여하게 된 것을 후회한다”고 말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이와 같은 고충은 메소드 연기(동일시를 통한 극사실주의적 연기)의 1인자 김명민도 마찬가지 였다.
김명민은 “달리기가 너무 힘이 들어 중간 중간 괜히 출연 했나 후회를 많이 했다”면서 “웬만한 영화는 이 정도면 끝나겠지 하는데 정말 끝이 안 보이더라”고 전했다.
하지만 감동적인 스포츠 영화를 위한 배우들의 노력은 서로 간의 유대감을 더 돈독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고아라는 “김명민 선배와 운동장 전력질주 씬을 밤새도록 찍었는데 정말 죽는 줄 알았다”면서 선배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장대높이 뛰기 또한 온 몸의 근육을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 쉽지 않았지만 마라톤 연기에 비하면 수월한 편 이었다는 것.
고된 운동장면을 통해 맺어진 두 배우의 관계는 18살의 나이 차가 무색할 만큼 훈훈했다는 게 스태프들의 후문이다. 고아라는 김명민과 안성기에게 ‘폐를 끼치지는 않을까’ 걱정했지만, 영화 속에서는 김명민을 자극해 힘을 붇돋아 주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표현해 감독의 만족을 줬다.
고아라는 ‘페이스 메이커’ 제작보고회 현장에서 영화 ‘파파’에 대한 언급을 빼놓지 않았다. ‘파파’는 고아라가 주연을 맡은 로맨틱 코미디인데 공교롭게도 ‘페이스 메이커’와 개봉날짜가 같다. 두 영화가 1,2위를 다툰다면 이 보다 더 좋을 순 없지만, 한쪽만 적극적으로 응원할 수는 없는 위치이기 때문에 다소 난감한 상황이다.
고아라는 “‘페이스 메이커’를 찍자마자 미국으로 날아가 ‘파파’ 촬영을 마치고 왔다. 설날에 뵙게 된 것에 감사한다. 많은 분들과 나누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다.
‘페이스 메이커’는 평생 다른 선수의 페이스 조절을 위해 뛰어온 마라토너가 생애 처음으로 자신을 위해 완주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페이스 메이커는 마라톤, 수영 등 경기에서 우승 후보의 기록을 단축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투입된 선수를 뜻한다.


'페이스 메이커'는 시나리오만으로도 눈시울을 붉히게 만들었던 감동 스토리와 안성기, 김명민의 명품 연기가 최대 강점이다. 여기에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까지 가세해 영화의 현실성을 높여줬다.
고아라는 ‘페이스 메이커’를 통해 처음 한국영화 문턱을 두드렸다. TV드라마, 시트콤 등으로는 국내 팬들을 찾았지만 ‘아라’라는 예명으로 일본에 진출했기 때문에 아시아 각국의 합작영화 ‘스바루’를 제외하고는 국내 영화 경험이 없다. 새내기 영화배우 고아라가 년 초 개봉하는 두 편의 영화로 이민정, 정려원, 엄정화의 경쟁 속에서 선전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이창환 기자> hojj@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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