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총리는 시간 날 때마다 “(대권에)욕심이 없다”, “대중 정치인이 아니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치권이 그리는 대선지도에서 이 총리의 이름이 빠진 적은 손가락을 꼽을 정도다.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전폭적인 신뢰와 참여정부 실세총리의 역량을 바탕으로 언제든지 여권 대권주자 반열에 오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충남 청양 출신인 그가 대선주자로 부상한다면 영원한 캐스팅 보터로 남아있는 충청권 공략도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캐스팅 보터, 충청권 공략

특히, 지난 12월 중순경 이 총리의 대전 방문은 묘한 여운을 남긴다, 대전지역 전현직 언론인 모임인 목요언론인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한 그는 “충청권에서 국정수행능력을 검증받은 이 총리에 대해 대망론을 갖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평소 직설 화법을 구사하는 이 총리, 그러나 이날 만큼은 즉답을 회피했다. “그 답에 한마디만 하면 여기서 열심히 한 얘기는 다 날아가고 그걸로 도배가 될 것 같다”는 것. 그는 이어 “참여정부가 5년 동안 나라를 발전시키고 기틀을 닦았다는 평가를 받는 것이 무엇이 되고 안 되는 것보다 국가에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대권 도전의 여지를 남겼다.

한편, 이 총리의 보좌관 출신으로 보건복지부 장관 하마평이 무성한 유시민 의원은 지난 10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기존 대권주자들에 견줘 이 총리의 선명성 및 차별성을 지적해 주목을 끌기도 했다. ‘이해찬 대망론’ 관련 질문에 “여당 차기주자 행보를 보면 이 총리처럼 하는 사람이 없다. 그런 사람들은 대개 지지층을 넓히기 위해 보수화되고 싸움을 안 벌인다”고 지적했던 것. 이 총리를 둘러싸고 벌어진 일련의 사건 중 그의 대권도전이 감지되는 대목은 또 있다. 바로 총리공관의 인적구성이다. 2004년 9월 새로이 모습을 드러낸 총리실 진용은 지금까지도 정치권에서 회자되는 바다. “선거캠프를 연상시킬 정도로 여권 출신의 정치인이 많다”는 것. 여권 내부에선 “총리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고 평했다. 게다가 이 총리는 총리실 비서진을 두고 “나와 끝까지 갈 사람들”이라고 말해와, 그의 정치행보와 총리실 인적구성이 무관치 않다는 해석도 줄을 잇는다.

무게 실리는 총리실

그렇다면 총리실을 움직이고 있는 면면을 살펴보자. 우선 ‘호흡’을 중시한다는 이 총리의 스타일을 뒷받침하듯 그의 주변에는 오랜 세월 함께 한 참모형 실무자들이 대거 포진해있다. 교육부와 서울시 등에서 인연을 맺은 정통 관료 출신으로 이기우 비서실장과 임재오 총리실 정무수석이 대표적인 인사들이다. 전형적인 교육공무원 출신인 이기우 실장은 이 총리의 교육부 장관 시절부터 인연이 시작됐으며, 비서실장에 임명되기까지 한국교원공제회 이사장을 지냈다. 임재오 정무수석은 이 총리가 서울시 정무부시장으로 일했을 때, 기획과장으로 손발을 맞췄던 사이다.

또 정윤재 민정2비서관, 황창화 정무2비서관, 김희갑 정무3비서관 등 386 재야그룹 출신도 눈에 띈다. 특히 정윤재 김희갑 비서관과 홍영표 시민사회비서관은 열린우리당 중앙위원 출신이라는 이력을 갖고 있다. 여기에 송선태 정무1비서관, 남영주 민정수석까지 거론하면 노무현 사단과의 연관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이다. 노무현-이해찬과 인연이 있는 여당 인사들이라는 얘기다. 송선태 비서관은 열린우리당 광주시지부 부지부장 출신이며, 남영주 수석은 지난 대선 때 노 대통령 관련 조직인 국민참여연대 경북본부에서 일했고, 청와대 비서관을 지냈다.

정윤재 비서관은 대표적인 노 대통령의 부산인맥이며, 황창화 비서관은 임채정 의원의 보좌관 출신이다. 총리실 비서진의 출신 배경, 그리고 참여정부 실세총리로서의 위상과 맞물려 ‘이해찬 대망론’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총리측은 “기존의 행정관료 일처리 중심에서 당정간 협의 및 정책조율 등 정무기능 강화가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한편, 드러난 총리공관 조직만으로 이 총리의 인맥을 평가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1997년과 2002년 두 차례 대선 기획본부장을 맡아 정권창출에 성공한 경험과 5선 의원에 교육부 장관, 서울시 정무부시장 등 핵심요직을 거치며 형성한 인맥이 막강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보좌진 정·관계 포스트 진출

특히 80년대 초반 학번으로 운동권 출신인 경우엔 한번쯤 이 총리의 보좌관을 거쳤으며, 현재 정·관계 주요 포스트에 자리잡고 있다. 유시민 의원을 비롯해 정태호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 이강진 총리실 공보수석, 정홍식 서울시의원, 임현주 관악구의원, 청와대 국민참여수석실 제도개선1비서관을 지낸 곽해곤 부동산신탁업협회 부회장 등이 이들이다. 이들은 대부분 10여년이 넘는 세월을 지근거리에서 이 총리를 보좌하고 있으며, 특히 이강진 수석은 최측근으로 꼽힌다. 이밖에 이 총리가 추천한 정·관계 인사들도 그의 사람으로 분류된다. 한덕수 경제부총리와 조영택 국무조정실장 등이 이에 포함된다.

또 과거 ‘노동위 3총사’로 통했던 이상수 전의원과도 친분이 있으며, 장영달·임채정 의원과 막역한 사이로 알려진다. 그러나 원내인맥은 상대적으로 두텁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별한 외곽조직도 없다는 게 정설이다. 서울대 문리대 및 용산고 인맥, 학계에서는 한상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와 강희경 충북대 사회학과 교수 등의 이름이 거론될 뿐이다.한편 정부 중앙청사 9층 총리 집무실의 광경은 ‘깐깐한’ 이 총리의 성격을 단편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장관이나 고위공직자들이 보고나 업무협의를 위해 대기하는 장면이 자주 목격된다는 것.

그의 이러한 성격은 이 총리의 ‘용인술’과도 무관치 않다. 13년을 이 총리와 함께 한 이강진 수석은 “보통 사람들의 기준과 다르지 않다”면서 “자기가 맡은 분야를 처리할 수 있는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사람을 곁에 두고자 한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이 총리 주변에 오랜 세월 함께한 보좌진들이 포진하고 있다는 것은, 여타의 대권주자들과 비교되는 특징임에 틀림없다. “진중하게 사람을 가리지만, 한번 쓴 사람은 여간해서 내치지 않는다”는 주변의 평이 나오는 이유다.


# 노무현-이해찬 천생연분 진짜 이유제3후보 정국반전 카드?

노무현 대통령이 ‘이해찬 총리 유임’을 밝힌 이후, 과연 이 총리가 임기 말까지 총리직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열린우리당 내부에서 제3후보론이 불거짐과 동시에 ‘이해찬 대망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는 것 역시 주목할 대목이다. 개헌론과 맞물려 이 총리가 차지하고 있는 ‘책임총리’는 행정적 성격 그 이상의 정치적 위상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방선거 및 대선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차기 총리’는 노 대통령 및 여권의 정국반전 카드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편, 노무현 대통령의 이 총리에 대한 전폭적인 신뢰가 심상치 않다는 견해도 있다. 이 총리에 대한 노 대통령의 신뢰와 관련 여권에서는 “100% 신뢰”, “끝까지 간다”라는 말이 회자되곤 한다. 앞서 노 대통령은 이 총리와의 관계를 ‘천생연분’이라고 극찬했을 정도다.이 총리는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노 대통령의 신임이 굉장히 두터운 이유에 대해 설명해 주목을 끌었다. “총리가 일을 잘 하게끔 격려하는 차원이다. 대통령이 총리를 자꾸 잘 부려먹으려고 하는 것 아니겠느냐”는 것.

이 자리에서 밝힌 이 총리 자신이 말하는 대통령과의 관계는 찰떡궁합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누적된 대화 양이 많아 어떤 사안을 판단할 때 복잡하게 따지는 일이 별로 없다. A하면 A, B하면 B하는 식으로 대화가 쉽게 되는 편이다.” 그러나 당내 일각에선 노 대통령의 이 총리에 대한 신뢰의 근간은 “이 총리가 대권에 뜻이 없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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