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는 끝났다’ 판단 후 확실한 선 긋기

조선ㆍ중앙ㆍ동아일보 등 보수언론이 이명박 정권 말기로 들어서면서 명확히 선긋기를 하고 나섰다. 특히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경우 <중앙일보>에 비해 좀 더 날선 공격을 하고 있다.

반면 박근혜 비대위원장과 관련된 기사에서는 자세하면서도 친절한 안내를 해준다. 물론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평가가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고 또한 측근 비리로 인해 여론이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보수언론이라고 해도 ‘MB어천가’를 계속해서 부를 수만은 없는 노릇.

하지만 보수언론들의 안면 바꾸기는 무척이나 신속하고 동시에 전략적이어서 독자들까지도 어리둥절할 정도다.

이렇게 보수언론이 현 정부와 선긋기를 하면서 박 비대위원장을 옹호하는 것은 생존에 대한 두려움이 존재할 것이라는 시각이 있어 이에 대해 살펴본다.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해가 시작됐지만 보수언론들은 지난해 말부터 대통령에 대한 비판기사들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측근 비리에 대한 기사들에는 가시가 돋혀 있지만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기사는 생각보다 부드럽다.

<조선일보>는 1월 4일자 신문에서 박 비대위원장의 라디오 정당 대표 연설과 관련된 기사와 ‘박근혜·안철수株 나란히 급등’이란 기사를 통해 우호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1월 2일자 신문에서는 윤영관 서울대 교수의 글을 통해 MB정부의 대북관을 꼬집었다.

특히 1972년 7·4공동성명을 추진했던 박정희 대통령의 “적어도 한 손으로라도 서로 붙잡고 있으면 적이 공격해올 것인지 알 수 있다”는 말을 인용해 강경기조로만 흐르고 있는 MB정부의 대북관을 지적했다. 박 전 대통령의 말을 인용한 것은 박 비대위원장을 염두에 뒀다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월 4일자 <동아일보>도 ‘親李의 실패,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거울이다’라는 사설을 통해 비대위가 앞으로 나갈 길을 제시했다. 다음 날 박 비대위원장과 안철수 교수 관련한 테마주가 코스닥 거래대금 ‘톱3’을 싹쓸이했다는 기사를 게재하며 박 비대위원장의 인기를 확인시켜 줬다.

또한 <동아일보>의 자매지 <신동아>는 이명박 대통령 사저 논란과 관련해 김인종 전 청와대 경호처장을 단독 인터뷰해 잠시 수그러들었던 논란을 다시 일깨웠다.

물론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모든 면을 할애해 박 비대위원장을 치켜세우고, 이 대통령을 쏘아붙이는 모양새를 드러내놓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난해 치러진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박원순 후보가 당선된 이후 대통령에 대한 공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중앙일보>도 점진적 親박근혜행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대통령에 대한 독설을 퍼붓고 있지만 <중앙일보>는 여전히 이전의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조금씩 박 비대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중앙일보>는 1월 3일자 사설을 통해 대통령 주변 비리에 대해 “대통령에겐 어떤 책임이 있고 앞으로 비리를 막기 위해 무슨 일을 할 것인지 등에 대해 종합적이고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며 궁지에 몰린 이 대통령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1월 5일자 신문에서는 한나라당 비대위 인재영입분과 기사를 내보내며 참석자들의 발언을 빌어 비대위가 놓치고 있는 부분을 지적했다.

또 사설과 기사를 통해 이 대통령과 박 비대위원장이 이끌고 있는 비대위를 질책하면서 대통령에겐 구체적인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한 반면 비대위에게는 좀 더 폭넓은 인사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같은 비판적인 기사라도 그 뉘앙스가 전혀 다르다.

물론 전체적으로 박 비대위원장에게 유리한 기사만 게재하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의 신년사를 들며 우리와 상종 않겠다는 북한에 대해 기회의 창을 열어둔 것이라며 이 대통령의 대북기조에 대한 변화 가능성 또한 제시했다.

종편 시청률 참담한 0%대

보수언론과 종편이 박근혜 비대위원장에게 관심을 갖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수 있다.

현 정부 기간 동안 보수언론이 진보언론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혜택을 입었을 것이라는 것이 국민들 대다수의 생각이다. 특히 지난해 말 종편들이 일제히 개국하면서 이런 추측은 더욱 공고해졌다.

상대적으로 자금 여유가 풍부한 보수언론사가 종편에 뛰어든 것이 이상한 것은 아니지만 종편 선정 과정에서 불거졌던 특혜 시비에 대해 국민들은 불편함을 드러냈고 다른 언론들은 종편이 몰고 올 선정성과 편파성에 대한 지적을 계속 이어갔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지적을 무시한 채 종편사를 지정하고 방송국을 개국했다.

보수언론들은 신문사와 함께 방송이라는 두 날개를 가지며 여론을 몰아갈 수 있는 강력한 힘을 얻었다.신문을 잘 읽지 않는다는 젊은 세대에게 방송으로 접근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게 된 것이다.

그러나 호기롭게 출발했던 종편사들의 시청률은 대부분 0%대에 머물고 있다. 이런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종편사들은 선정성을 부각시키고 있으며, 기존 신문의 독자들을 그대로 방송으로 가져오기 위해 보수적인 색채의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다.

아직까지 종편사가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모두 완성된 것은 아니지만 그들이 애초에 예상했던 기대에 못 미치고 있는 것은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자금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종편사는 오래 가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벌써부터 떠돌고 있어 콘텐츠 제공의 한계와 함께 정부의 무리한 진행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때문에 종편사들은 0%대의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지금보다 더욱 선정적이고 보수 색채로 옮겨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시청률을 끌어올려야만 광고료를 제대로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배력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종편에게 박근혜만이 구세주?

올해 치러지는 총선과 대선 구도는 안개에 쌓여 있다. 하지만 100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서 여권이 현재와 같이 의석의 과반을 넘는 구도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심지어 여당이 참패할 것이라는 견해도 많아 보수언론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여당인 한나라당은 정권을 탈환하며 ‘잃어버린 10년’이라는 표현을 썼고, 보수언론들 또한 자신들의 목소리를 크게 내지 못한 것에 대한 울분을 토하듯 이전 정권에 대한 비판 기사를 쏟아냈다.

그런데 다시 야권에 유리한 지형으로 정치 판도가 바뀌자 종편사들은 여권의 최고 유력 대선 후보인 박 비대위원장에게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만약 총선과 대선에서 모두 패배할 경우 보수언론에 대한 국민적 공세는 막기 힘들 정도로 커질 수 있어 보수언론과 종편사들은 현재 권력인 이명박 대통령보다는 미래 권력에 가장 가깝다고 판단하고 있는 박 비대위원장에 힘을 실어줄 수밖에 없다.

만약 여당이 총선에서 패배한다고 할지라도 박 비대위원장이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그나마 보수언론의 힘은 줄어들지 않고 진보언론과 대등한 입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도 적지 않아 보수언론에게 있어 박 비대위원장은 생존권을 쥐고 있는 중요한 인물이 된 것이다.

박근혜 띄우기는 이제부터

현재 채널A에서는 4월부터 총 50부작 드라마 ‘인간 박정희’를 준비하고 있다.

‘인간 박정희’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일대기를 조명한 드라마로 알려져 있는데 이 경우 자연스럽게 박 비대위원장이 등장할 수밖에 없다. 특히 방영시기가 총선이 치러지는 4월이라 더욱 의미를 갖는다. 원래 이 드라마는 올 2월부터 방영될 예정이었지만 4월로 연기됐다.

채널A가 의도치 않았다고 해도 4월 초부터 주 2회씩 방영한다면 9월 말이 돼야 끝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대선까지 그 바람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박 비대위원장에게는 무척이나 유리한 국면이 될 수 있다.

TV조선은 2월부터 드라마 ‘한반도’를 방영할 예정이다. ‘한반도’는 통일된 한반도를 배경으로 남남북녀의 애틋한 사랑을 그려낸 이야기로 알려져 있다.

현재 남북 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이런 분위기의 드라마가 현실성이 있겠느냐는 지적도 있지만 ‘통일’이라는 주제가 몰고 올 기류는 분명 파급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어떤 관점에서 통일을 볼 것이냐가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종편사들의 이런 방송 계획을 살펴보면 박 비대위원장에게 유리할 가망성이 높다고 볼 수 있어 자칫 선거에 간접적인 도움을 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방송을 모니터링한 후 특정 입후보예정자에게 유리할 경우 방송의 목적과 제작의도 등을 종합해서 판단하겠다는 계획이 있다”고 설명했다. 

방송심의위원회 또한 “사후 심의를 통해 특정인에게 유리하게 흘러갈 경우 제제를 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제 본격적인 선거정국으로 돌입되면서 출마예정자들의 치열한 경쟁이 이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와 함께 보수와 진보언론 사이에서도 보이지 않는 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대결 구도 속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갈수록 뒤로 밀려날 것이고, 종편사들의 박 비대위원장에 대한 밀어주기의 수위가 높아질 것으로 보여 이를 국민들은 유심히 지켜볼 것으로 예상된다.

<전수영 기자> jun6182@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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