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박희태 의장 전 비서 신병 확보 자택 압수수색

돈봉투 파문으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한나라당이 친이계와 쇄신파를 중심으로 재창당 요구가 다시 거세지면서 또다시 내홍이 증폭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진자료=뉴시스>

전당대회 돈봉투 파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나라당이 끝이 보이지 않는 파탄의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와 친박 진영이 ‘쇄신’을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재창당 불가피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당내 모든 선거와 비례대표 선정 과정에서 의혹으로 떠오른 돈봉투 파문의 실체가 검찰 수사로 드러날 경우 현 비대위체제로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것이라는 불안감이 재창당을 주장하는 배경이다. 

재창당 논의를 주장하는 의원들은 대부분 친이계다. 이들 의원 누구라도 할 것 없이 갈데까지 갔다는 자포자기 심리에 빠져 있다.

박근혜 비대위는 쇄신의 목표가 이들 친이계이고, 4월 총선을 앞두고 끝까지 당을 살려내는 과정에서 이명박 정권에서 실세를 누렸던 이들을 이미 숙청 대상으로 지목한 상태다.

그렇다보니, 선관위 디도스, 전대 돈봉투 사건으로 힘이 실린 당 비대위와 친박계는 끝까지 쇄신을 고집하고 있고, 친이계는 비대위를 흔들어 놓더니 다시 재창당으로 헤쳐모여를 외치고 있다. 

이번 내홍은 18대 국회 막바지에서 그간 한 지붕아래 두 집 살림으로 숱한 갈등을 반복해왔던 두 계파의 결자해지 성격이 강하다.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은 이제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는 형국이다.

“당 수명 다했다” vs “헤쳐모인다고 새당되냐” 

친이계인 안형환 의원은 10일 KBS라디오에 출연해 “당의 기본 틀을 깨지 않고서는 국민의 거부감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당이 5층짜리 노후 아파트라면 부수고 재건축을 해야 한다. 다음 주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이 이 문제를 허심탄회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경필, 정두언 의원 등 일부 쇄신파도 당 해체와 재창당 논의를 위해 전날 회동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정 의원은 최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한나라당이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으로 가고 있다”며 “한나라당은 분명 수명을 다했다. 이제 한나라당 이름으로 표를 달라고 할 수가 없게 됐다. 지금까지의 한나라당은 보수당도 아니고 기득권당 출세당이 맞다. 이젠 해체하고 제대로 된 보수주의정당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재창당에 준하는 쇄신을 여전히 고집하고 있다. 여기에 친박계가 떠받치고 있는 형국이다. 당명 변경은 이미 박 비대위원장이 약속한 것이지만 당을 해체하고 재창당하는 것은 쇄신을 이루지 못한 상태에서 껍데기만 바꾼다고 이반된 민심을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다 재창당이 선관위 디도스 테러와 전대 돈봉투 사건을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도 재창당 반대 이유 중 하나다.

이처럼 친이계와 쇄신파의 재창당 주장에 대해 원희룡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지금 시점의 재창당론은 진정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당 비대위의 쇄신에 무게를 실어주었다.

원 의원은 “비대위 출범 전, 돈봉투 사건 전에는 재창당 작업 과정에서 과거 경선행태를 단절할 수 있었지만 관련 사건 조사와 책임을 통한 이해할만한 매듭지음이 없는 상태에서 재창당은 집단적인 책임모면 수단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내 선거자금 문제가 터진 상황에서 집단적인 자기고해를 하거나 과거 정당행태에서 자유롭다고 인증되지 않은 사람들이 당명을 바꿔 헤쳐모여 한다고 새로운 당이 되겠느냐”고 일갈했다.

한편, 검찰은 돈 봉투를 직접 살포한 것으로 알려진 박희태 국회의장 전 비서 고모(41)씨의 신병을 확보하고 자택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이에 따라 고승덕 의원이 폭로한 전대 돈봉투 의혹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박 의장이 17대 국회의원이었을 때 비서였던 고 씨는 2008년 전대 당시 고승덕 의원실에 건네 준 300만원이 든 돈 봉투를 되돌려 받은 인물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검찰은 또 전대 캠프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를 대략 마무리한 뒤 박 의장이 귀국하는 대로 소환 또는 서면으로 조사할 지를 결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동석 기자>kd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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