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모은 연구도서 자료 1만5000권 전남 도립도서관 기증

 

▲ 지난 12일 문을 연 전남 도립도서관에 소장하고 있는 동아시아 근대사 연구와 관련한 자료 일체를 무상 기증한 일본 국립 나라여자대학(奈良女子大學) 나카츠카 아키라(中塚明·83) 명예교수.<사진자료=뉴시스>

"역사의 진실은 결코 지울 수 없다고 봅니다. 과거의 진실을 제대로 보는 작은 주춧돌이 됐으면 합니다."

종군위안부와 교과서 왜곡 등으로 반일 감정이 여전한 가운데 지한파(知韓派)로 통하는 일본인 노(老) 교수가 평생 모아온, 1만권이 넘는 연구자료를 한국의 한 지방도서관에 대가없이 기증해 화제다.

주인공은 다름 아닌 일본 국립 나라여자대학(奈良女子大學) 나카츠카 아키라(中塚明·83) 명예교수.

‘일본의 양심’을 대표하는 역사학자로 알려진 나카츠카 교수는 지난 12일 문을 연 전남 도립도서관에 소장하고 있는 동아시아 근대사 연구와 관련한 자료 일체를 무상 기증했다. 기증된 자료는 전집(全集)과 총서, 학술잡지, 연구자료, 단행본 등 모두 1만5000권에 이른다.

이중 일본의 조선침략과 청일전쟁 발발에 대한 진실을 파악한 양심적인 연구자료와 도서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특히 1894년 일본군의 '경복궁 점령'과 앞서 1875년 '운양호 사건' 등 왜곡된 역사적 사실을 100년 만에 발견된 일본 내부 비밀문서 등을 토대로 통렬하게 파헤친 연구자료도 함께 인계할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도서관측은 2차례의 현지방문을 통해 나카츠카 교수와 인수협의를 마무리했다. 경복궁 점령사건을 둘러싼 진실과 왜곡을 뒷받침하는 '일로전사 편찬강령'과 '일청전사 초안' 사본도 직접 입수했다. 원본은 후쿠시마 현립도서관에 소장돼 있는 상태다.

이밖에도 일본의 근·현대사 위조를 비판하고, 대동아 공영권을 위한 전쟁 발발과 침략적 만행에 대해 책임과 성찰을 강력히 촉구하는 자료도 여러 권 기증했다.

나카츠카 교수는 “일본의 한국침략은 1945년 일본의 패배로 끝났음에도 70년 가까이 지나도록 일본은 반성하지 않고 있다”며 “이번 기증이 결코 지울 수 없는 과거의 진실을 올바르게 바로봄으로써 적개가 아닌 우호의 새 시대를 여는 징검다리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나카츠카 교수는 1929년 오사카 출신으로 1960년 대부터 근대 일본에 있어 '조선 문제의 중요성'을 자각해 청일전쟁을 비롯한 근대 한일관계사를 전문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2000년 이후에만 '근대 일본의 조선인식' 등 3권의 책을 펴냈다.

<김종현 기자>todiad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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