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변신은 무조건 무죄

SBS 드라마 ‘대물’(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박풍(朴風)’이 거세지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30%대를 넘나들며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한 방송사에서 방영중인 드라마 ‘대물’의 여주인공이 박 전 대표를 연상케 하면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드라마는 예고편에서부터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 만들기 프로젝트’라는 선전 문구를 내보내면서 시청자들은 물론, 정치권의 촉각도 곤두세우게 만들었다. 이와 함께 최근 박 전 대표가 모교인 서강대의 전면광고 모델로 등장하면서 사전선거운동 논란으로도 이어졌다. 박 전 대표를 둘러싼 이런 현상은 말 그대로 우연일까. 그녀의 최근 눈에 띄는 움직임을 따라 가봤다.


산발적으로 터진 박근혜 신드롬

박근혜 전 대표의 최근 행보가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연일 화제를 뿌리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8월 21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회동을 가진 이후 광폭행보를 보이면서 정계의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와 동시에 과거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찍은 흑백사진이 공개되면서 전혀 다른 측면에서 네티즌들의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 사진은 박 전 대표가 지난 1967년 중학교 2학년 당시 바닷가에서 촬영한 것이다.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라 박 전 대표는 또 지난 10월 18일 모교인 서강대가 한 중앙일간지에 낸 전면광고에 등장하면서 그야말로 박근혜 신드롬을 만들어 냈다. 이 광고에서 박 전 대표는 활짝 웃는 모습의 사진 옆에 ‘박근혜, 74년 전자공학과 졸업’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서강대 측은 “자연과학부와 공학부가 고3 수험생들을 유치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 밝혔지만 정치권의 시각은 곱지만은 않다.

박 전 대표 측은 “며칠 전 서강대에서 연락이 와 광고의 취지를 설명하고 박 전 대표가 모델이 돼 줄 것을 요청해와 사진을 제공했다”며 “모교를 위한 일인 만큼 광고료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표는 수년 전 이 학교 출신 박찬욱 영화감독과 함께 모교를 홍보하는 광고에 등장한 적은 있었지만 단독 모델로 출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강대 광고 모교사랑 VS 사전선거운동

박 전 대표의 서강대 광고 출연을 놓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모교를 위해 출연한 것은 당연하다는 시각과 대권을 향한 이미지 메이킹 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박 전 대표가 등장한 서강대 광고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를 내부 검토했지만 선거법 위반이 아닌 것으로 잠정 결론 내렸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한 방송사에서 방영중인 드라마 ‘대물’의 여주인공이 박 전 대표를 연상케 하면서 여론의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 드라마는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 만들기 프로젝트’라는 부제를 전면에 내세웠는데, 이를 두고 일각에서 방송사와 정치권이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해석을 할 정도로 한창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런가 하면 갑자기 이 드라마를 만들던 PD와 작가가 교체되면서 논란은 색다른 방향으로 튀기도 했다.

박 전 대표는 비키니 사진, 서강대 광고 출연, 드라마 ‘대물’로 관심을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지지율 면에서도 고공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세종시 문제를 둘러싼 여권 내 갈등이 격화된 지난 3월 이후 20%대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최근 다시 지지율 30%를 오가며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대표 이택수)’가 지난 10월 19일 발표한 10월 둘째 주 정례조사에 따르면 박 전 대표는 지지율은 29.4%였다. 또 전날 발표된 ‘한길리서치(대표 김창권)’ 조사에선 30.9%를 기록했다. 박 전 대표의 이 같은 지지율 회복은 지난 8월 21일 이명박 대통령과의 청와대 회동 뒤 시작됐다는 점에서 외연 확대보다는 친이-친박계 간 계파 갈등 때문에 돌아섰던 보수 지지층이 돌아온 데서 비롯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박 전 대표는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두드러지는 행보를 보였다. 가장 주목받은 의원은 단연 박 전 대표였다. 그는 이번 국정감사에서 국가 재정 건전성과 투명성을 강조하며 서민복지를 위한 경제 정책 강화를 집중적으로 질의했다. 국감장에서 스마트폰을 활용하며 특유의 경제지식을 바탕으로 피감기관에 날카로운 질의로 ‘경제 전문가’란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박 전 대표는 15대 국회에 입성한 뒤 산업자원위, 여성특위, 통일외교통상위, 보건복지가족위를 거쳐 18대 국회 중반에 기획재정위를 선택했다. 이 때문에 주변에서는 다양한 위원회를 거치면서 차기 대권을 향한 데이터베이스를 쌓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국감에서 박 전 대표는 경제 분야에서도 ‘신뢰’와 ‘복지’를 거듭 강조했다. 사실상 차기 대선공약을 염두해 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박 전 대표는 당내 경제통으로 알려진 이한구, 유승민, 이혜훈 의원 등과 함께 경제공부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에 경제 전문가 팀을 꾸려 올해 국감을 준비하는 등 그동안 꾸준히 관련 정책 발굴 및 콘텐츠 마련에 힘을 쏟았다는 후문이다.

박 전 대표는 또 국감 일정상이지만 3년 만에 호남 지역을 방문해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박 전 대표가 최근 잇따라 친이계 초·재선 의원들과 접견하면서 호남 지역 민심잡기의 일환이 아니냐는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이번 국감 기간 동안 국감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3년 만에 호남을 찾았음에도 발언을 최대한 자제하며 여론의 해석을 차단했다.


전문가들, “민심 휘어잡으려는 의도”

이 처럼 박 전 대표의 광폭행보를 두고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대선 선점효과를 노리는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김창권 한길리서치 대표는 “박 전 대표가 잠재적인 대권주자들 중에 가장 빠르게 움직인다. 서강대 광고 출연만 봐도 대권과 관련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이라며 “높은 지명도 플러스 선점효과를 바탕으로 그동안 움추려 있던 민심을 휘어잡으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성국 정치학 박사는 “8·21 청와대 회동 이후 박 전 대표의 요즘 행보를 보면 상당히 안정적인데 이는 MB와 박 전 대표의 무드가 좋아 여권에서 ‘박근혜 대세론’으로 가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라며 “여기에 드라마 대물은 성공한 여자 대통령을 그리는 것이기 때문에 박 전 대표에게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고 서강대 광고 출연은 기존의 강성한 이미지를 부드럽게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이 모든 것이 ‘박근혜’ 이미지를 상승시키는 작용을 하고있다”고 말했다.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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