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근 2위-박지원 4위... 당내 정치지형 변화예고

▲ 15일 민주통합당 전당대회가 열린 가운데 신임지도부에 선출된 이들이 당선을 환호하고 있다.<사진=정대웅 기자>

[일요서울ㅣ정찬대 기자] 2012년 흑룡의 해를 이끌어나갈 민주통합당의 새 지도부가 출범했다. 지난 15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 열린 민주통합당 전당대회에서 한명숙 대표를 비롯해 문성근, 박영선, 박지원, 이인영, 김부겸 후보가 최종 득표순에 따라 최고위원으로 선출됐다. 특히 친노의 두 대표주자 한명숙, 문성근 후보가 나란히 지도부 입성에 성공함으로써 이번 전대가 친노 부활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는 총선과 대선이 함께 있는 해라는 점에서 신임 지도부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또한 민주통합당의 집권여부는 물론 한국정치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갈 수 있는 ‘기회의 해’가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지도부의 책임이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하다.

한명숙 당대표 선출... 문성근 박영선 등 지도부 입성

한명숙 당선자는 시민선거인단의 현장투표 및 모바일투표, 대의원 투표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며 당대표로 당선됐다.

한명숙 신임 대표는 새천년민주당에 참여하면서 정치에 입문한 후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서 두 번의 장관과 국무총리직을 역임하며 행정경험을 쌓아왔다. 지난 17대 총선에서는 경기 고양시 일산갑에 출마해 한나라당 홍사덕 후보를 꺾으면서 야권을 대표하는 여성 정치인으로 부상하기도 했다.

한명숙 신임 대표는 온화한 성품과 조정능력이 장점으로 꼽힌다. 민주통합당 출범 전부터 당 안팎에서 그가 신임 대표로 지목됐던 이유도 이러한 능력을 높이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뇌물수수혐의 등으로 검찰에 연거푸 기소되기도 했지만, 1심과 2심 모두 무죄판결을 받으면서 오히려 그는 정치적 도약의 계기를 맞게 됐다.

‘친노의 부활’과 당내 정치지형의 변화 예고

한명숙 후보의 당대표 당선으로 당내 정치지형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친노의 또 다른 후보 문성근 ‘국민의명령’ 대표가 2위로 지도부에 입성함으로써 친노의 부활은 물론 기존 정치권에 대한 국민적 실망과 새로운 인물에 대한 기대를 함께 엿볼 수 있었다.

전당대회에 앞서 여론조사와 각 캠프진영에서는 ‘한명숙과 문성근의 대결’이라는 말이 파다했을 정도로 이번 전대는 친노의 강세가 돋보였다. ‘친노의 맏언니’ 한명숙 전 총리와 ‘노무현의 동생’을 자임한 문성근 ‘국민의명령’ 대표가 나란히 지도부에 입성했다는 것은 친노 부활의 신호탄이라는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4.11총선에서 부산지역 출마를 선언한 문성근 최고위원이 지도부 입성에 성공함으로써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함께 친노세력의 부산전선 확대전략에도 상당한 힘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영남지역 승리를 위한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은 물론 이를 통해 과거 호남에 치중됐던 민주당의 이미지 또한 벗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모바일 투표가 ‘변수’... 정치변화의 국민적 열망 컸다

이번 전당대회 결과는 모바일 투표가 가장 큰 변수였다. 실제로 전체 투표인단 80만 여명 가운데 현장 투표인단과 대의원 선거인단을 제외한 56만여 명 가량이 모바일 투표인단이었다. 또한 20%에 불과했던 현장투표율과 달리 이들의 투표참여율도 높아 모바일 투표율은 80%를 넘기면서 정치변화에 대한 국민적 열망을 확인케 했다.

모바일 투표는 ‘돈 안 드는 선거’와 ‘국민 참여폭 확대’라는 측면에서 한국 선거지형에 일대 변화를 가져왔다. 아울러 우리의 선거문화도 바꿔놓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정책 중심보다는 대중적 인기와 인지도 중심의 투표가 진행되면서 이에 따른 폐단도 만만치 않게 지적됐다.

이를 반영하듯 이번 전대에서 후보자들의 정책검증이나 비전 등은 제대로 부각되지 않은 채 새로운 후보, 대중적 인지도를 갖춘 인물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를 받았으며, ‘구민주계=구태’라는 식의 낙인 아닌 낙인이 찍히면서 한명숙, 문성근 후보와 함께 당초 빅3로 지목됐던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4위에 그쳤다. 비록 체면치레는 했지만 친노의 부상으로 호남 민주계 인사들의 입지는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민주통합당, 총․대선 판도 어떻게 바뀌나

1.15전대는 민주당과 시민사회 그리고 친노진영 인사들이 대거 참여한 민주통합당의 첫 지도부 선출이라는 점에서 많은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더욱이 지도부의 구성에 따라 당내 권력지형은 물론 향후 논의될 총․대선 경선 판도에 상당부분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는 측면에서 정치권은 민주통합당의 신임 지도부 구성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일단 민주통합당이 민주당과 시민통합당 그리고 노동계 및 시민사회 진영의 오랜 산고 끝에 출범한 만큼 ‘한명숙 지도부’는 당 수습을 본격화하고 계파갈등이나 줄 세우기 관행을 척결하는 등 당내 화합을 강력히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4.11총선이 불과 3개월이 채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곧바로 총선준비에 돌입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한명숙 전 총리가 신임 당대표에 선출됐다는 점에서 4월 총선을 계기로 친노 인사들이 대거 원내진입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후 친노가 민주통합당 전면에 나설 가능성도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김두관 경남지사 등 친노진영 ‘잠룡’들의 대권가도 또한 더욱 곤고히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간 친노진영에서 진보정당과 선거연합을 특히 강조했던 점을 상기할 때 총․대선에서 이들과의 선거연합과 후보단일화 등이 적극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관측되며, 한명숙 대표를 비롯해 지도부 구성원이 진보적 색채가 짙다는 점에서 정책 추진과정에서 진보진영의 목소리를 상당부분 대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민주통합당에 대한 시민들의 열망과 정치변화의 목소리를 다시 한 번 확인한 만큼 향후 당 운영에 있어서도 이를 적극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오는 4.11총선이나 대선후보 결정에 있어서도 국민 참여경선을 늘리고 특히 모바일 투표를 적극 도입해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이를 통해 총·대선 흥행몰이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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