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 ‘정치권 물갈이’ 요구가 매우 강하다. 각 언론의 여론조사 결과 올 4.11 총선에서 새 인물을 뽑겠다는 비율이 높았다. 현역 의원 지지율은 평균 30%가 안됐다. 18대 국회는 4년 연속 예산안 법정 처리시한을 못 지키고 여야 합의 처리에 실패한 국회다. 그 판에 여야 할 것 없이 제 잇속들만큼은 살뜰히도 챙겼다.

지역구 예산 끼워 넣기 작폐가 민원성 쪽지 예산이 1조원에 육박했다고 한다. 앞으로 석 달 뒤면 총선이다. 민심 이반에 놀란 한나라당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쇄신한다고 부산을 떨고, 야당은 통합으로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고 법석을 떤다. 정치권의 이런 변화 움직임은 유권자가 먼저 변화했기 때문이다. 그 동안의 정치권 양상이 국민에게 뼈아픈 교훈을 심어줬다.

우리 유권자들, 이제 다시는 뽑고 나서 후회하는 일을 반복치 않겠다는 결의가 충만하다. 한나라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는 새 인물 영입과 함께 고령의원 20여명의 자진 출마 포기 등을 담은 전략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기력한 고령 의원들을 물갈이하여 젊은 피를 수혈 받겠다는 취지다. 당연히 참신성을 권장 할 일이다.

그러나 나이만을 기준한 획일적인 물갈이론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발상이다. 경륜이 고령을 빌미로 매도 돼서는 안 된다. 나이가 아니라 사고가 문제다. 당이 변화된 모습을 보이려면 대대적인 물갈이가 불가피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사람 바꾸는 일에만 목숨 걸어 분란을 키우는 일이 민심이반을 막는 길이 못된다. 젊은 의원들이 선배 의원들을 내쫓아서 한나라당을 환골탈태로 포장하려는 행태로 공격당할 수 있다.

젊어도 낡은 사고와 행태에 젖은 의원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무기력한 다선 의원들이 풍부한 의정경험을 내세워 자리보전을 하려는 구차함을 편들자는 것이 아니다. 한나라당 지지율이 급락한 것과 대비해 당 지지율보다 지역구 지지율이 5%p 이상 낮은 의원들 탈락 기준은 또 뭔가 싶으다. 5%p 이상 높은 지역구 지지를 받아도 쉽지 않을 터다.

한나라당은 왜 젊은 유권자들이 외면하고 있는가에 대한 진단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발바닥이 가려운데 신발 바닥을 긁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잠시 스치는 신선한 바람결 보다 국민이 힘들어하는 것들을 해결키 위해 국민의 삶에 다가가는 처방이 중요하다. 비대위 등장 후 한나라당은 종일 시끄럽다.

기득권을 없애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건강한 소음으로 이해될 수 있겠으나 그렇게 보이기에는 분열 조짐이 너무 크다. 누구 주장이 맞느냐를 떠나 막힘없이 나아가도 부족한 여당 비상체제가 제풀에 무너질 것만 같다. 비대위 인선의 적정성 문제뿐아니라 비대위원들의 신중치 못한 처신이나 비대위 운영절차 등에 대해 제기되는 문제들이 많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공천개혁과 관련해서 일체의 기득권을 배제하고 모든 것을 국민 편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내려놓고 어떤 정치적 논리도 배제하고 우리정치를 바꿔내겠다는 약속을 했다. 이는 자기희생의 대로를 원칙에 따라 거침없이 걸어 나가겠다는 의지의 발로일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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