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상징적 존재 불과” … “파워엘리트들이 권력 주도할 것”

현재 김정은은 상징적 존재에 불과하며 기존 파워엘리트들이 권력을 주도할 것”이라고 지난해 12월 사망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남인 김정남이 일본의 한 언론인과 7년 동안 주고 받은 이메일 대화록에서 이같이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가 17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김정남은 일본 도쿄신문의 고미요지 편집위원과 주고받은 이메일을 통해 “할아버지(김일성) 외모만 닮은 김정은이 북한 주민을 얼마나 만족시킬지 걱정”이라고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남은 3대 세습에 대해 “(김정일이 당초) 세습은 나와 아버지 김일성의 업적을 망칠 것”이라며 3대 세습에 반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체제 유지를 위해선 ‘백두산 혈통(김일성 혈통)’이 중요하다는 현실적 판단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대를 이어 세습했다고 설명했다.


김정남은 또 연평도 포격도발과 관련 "북조선 군부가 자신들의 지위와 존재의 이유, 핵 보유의 정당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저지른 도발"이라며 "북조선 입장에서는 서해5도 지역이 교전지역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핵, 선군정치 모두 정당성이 부여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아버지는 나를 유학 보내고 난 후 매우 외로워했다. 그러다가 이복 형제 정철, 정은, 여정이 태어나자 애정은 이복동생으로 기울어졌다. 내가 오랜 유학 기간에 걸쳐 자본주의 청년으로 변하자 아버지는 동생들의 해외 유학 기간을 단축시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위스 유학을 마치고 북한에 들어간 후 아버지에게 개혁·개방을 주장하면서부터 멀어졌고 이후 경계의 대상이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아버지에게) 있는 그대로 계획 없이 직언한다. 과거 핵실험, 미사일 발사 실험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도 직언했다"며 "요즘도 주민들의 윤택한 삶을 위해 매진하도록 동생(김정은)을 잘 교육시켜 달라고 주문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정남은 특히 김정은에 대해 "이복 동생인데도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어 그의 성향에 대해 잘 모른다"며 "김정은 체제가 오래 못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 체제와 관련 "개혁·개방을 하지 않으면 북한이 무너지고, 개혁·개방을 할 때는 북한 정권이 붕괴할 것"이라며 "개혁·개방이냐 체제 수호냐를 놓고 수수방관하고 있는 동안에 시간이 지나버리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했다.


한편 고미요지 편집위원은 2004년 베이징에서 김정남을 만난 뒤 100여회의 이메일을 주고 받았으며, 2011년 1월과 5월 두 차례 만나 대화했다. 고미 위원은 이를 바탕으로 ‘아버지 김정일과 나’라는 제목의 책을 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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