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동량 없고 구경꾼만 가득

▲ 뉴시스
얼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과 달리 아라뱃길이 얼어붙었다. 이 때문에 유람선도 화물선도 운행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
2조 원이 넘는 대규모 공사지만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도지사, 안상수 전 인천시장이 얘기했던 “분단으로 막힌 한강의 뱃길을 서해로, 세계로 연결하는 역사적인 사업”은 개통한 지 몇 개월도 지나지 않아 거짓으로 드러났다.
중국과의 교역에 커다란 교두보가 될 것이라는 예측 또한 얼어버린 물길 앞에서는 모두 공언(空言)이 되어버렸다.
이러다가 굴포천의 범람을 막겠다는 취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지역주민들의 우려 섞인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선박의 운항이 끊어진 경인운하의 실태를 파헤쳐본다.

아라뱃길이 개통되기 전, 날씨가 추워져 운하가 얼어 뱃길이 끊어지면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한국수자원공사 측은 “바닷물이 섞여 있기 때문에 얼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겨울 강추위에 아라뱃길은 얼어붙었고 여객선의 운항은 끊겼다. 공사 측의 말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중국과의 교역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예측도 함께 빗나갔다.

 

아라뱃길은 인천광역시 서구 오류동에서 서울시 강서구 개화동을 잇는 운하로 길이만도 18㎞에 달하며 폭 80m에 평균 수심은 6.3m이다. 사업비는 2조2000억 원이 넘는 그야말로 대공사였다.

 

하지만 아라뱃길은 사업 이전부터 ‘경제성이 있느냐’, ‘굳이 해야만 하는 사업인가’ 등의 문제점이 제기됐었다.

특히 공사 후 지속적으로 투입돼야하는 유지비를 두고는 ‘혈세 먹는 하마’로까지 불리며 사업성에 의구심이 일었다.


구경꾼만 북적거려


하지만 MB정부는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사업을 강행했고, 아라뱃길이 거쳐 가는 서울시·경기도·인천광역시 모두 환영의 뜻을 밝혔다.

 

2년간의 공사 끝에 지난해 10월 운하가 임시 개통되자 인근 주민들은 개통된 운하를 관람하기 위해 모여들었고 시원스럽게 뻗은 운하를 보며 한껏 기대감에 부풀어 올랐다.

 

곳곳에 마련된 승용차·자전거도로, 산책로, 쉼터 등을 이용하는 주민들도 많아져 아라뱃길사업본부에서는 공항철도 검암역에서 아라인천여객터미널까지 셔틀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때문에 개통 이후 셔틀버스를 이용해 아라뱃길을 관광하는 이들이 줄을 섰다.

 

하지만 현재 추위로 인해 구경꾼들의 발걸음도 뚝 끊긴 상태다.


인근지역 교통체증으로 아우성


아라뱃길의 또 하나의 문제점은 바로 교통 체증으로 이어진다. 운하가 생기면서 기존의 교량을 이용하지 못하는 곳들이 많아져 운하공사와 함께 교량공사도 함께 병행됐다.

 

그러나 아직까지 교량과 연계되는 도로공사가 끝나지 않아 출퇴근 시간대에는 자동차들이 길게 꼬리에 꼬리를 물어 주민들은 교통체증에 짜증을 내고 있는 상황이다.

 

인천 서구 검단지역과 청라지역을 연결하는 봉수대로의 경우 아직까지도 도로 공사가 진행 중이라 교통체증으로 출근시간대에 큰 몸살을 앓고 있다. 교량 남측 도로 중간은 X자로 되어 있으며 게다가 신호등마저 없어 운전자끼리 양보를 하지 않으면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기존 도로와 신설된 교량이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은 곳이 있어 짧은 거리를 앞에 두고서도 돌아가야 하는 등 주민들은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송영길 인천시장도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기자회견을 열고 “아라뱃길사업으로 인천이 마치 강남과 강북처럼 생활권이 단절됐다”며 “뱃길 주변에 볼거리가 없고 수도권 매립지 악취 등으로 실망감만 커져가고 있어 시설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인천시의회 또한 수자원공사의 공유수면매립 실시계획 변경승인을 반려하는 등 실력행사에 돌입하면서 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져 가고 있다.


문제점 해결에 또 예산 투입될 판


주민들은 이미 아라뱃길이 완공된 이상 아직까지 완공되지 못한 곳에 대한 공사를 조속히 시행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주민들은 자신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밀어붙인 공사에 대해서는 지금이라도 의견을 수렴해 주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검암역 앞에서 만난 택시운전자들은 한결같이 “교통 체증으로 인해 요금이 더 나와 승객들에게 미안하다. 도로 공사를 빨리 끝냈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지난 가을 수도권매립지에서 열린 야생화축제 당시 가까운 길을 이용하지 못하고 한참을 돌아가는 바람에 택시비가 많이 나와 승객과 실랑이를 벌였다. 우리 잘못도 아니고 답답했다”고 하소연했다.

 

지역주민들이 지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또 한 번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인천시도 난감한 입장이다.

 

넉넉하지 못한 살림살이로 인해 2014년 아시안게임 주경기장 건설에도 차질을 빚고 있는 마당에 아라뱃길로 인한 문제를 자체적으로 풀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송 시장도 “국책사업인 아라뱃길의 시설물 관리를 지방자치단체에 떠넘겨 부담을 전가하는 것은 부당하기 때문에 정부와 수자원공사가 유지관리 및 비용부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며 지원을 요청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아라뱃길은 애초에 예상했던 효과를 장담할 수 없는 애물단지로 전락했으며 지역주민들을 갈라놓는 경계선마저 돼버림에 따라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과 주민들의 지적이다.

 

아라뱃길은 지난해 10월 임시 개통했으며 올해 5월부터는 전면 개통한다. 앞으로 남은 4개월 동안 현재의 숙제를 제대로 풀지 못할 경우 아라뱃길은 지역주민들로부터 외면 받고 동시에 막대한 예산만 낭비한 전시행정이라는 불명예를 안을 가망성도 있다.

 

<전수영 기자> jun6182@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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