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 사건, 이제는 말할 수 있다

▲ <뉴시스> 변양균

변양균 전 대통령 비서실 정책실장이 2007년 불거진 신정아 사건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나섰다. 변 전 실장은 지난 10일 그간의 침묵을 깨고 발표한 책 ‘노무현의 따뜻한 경제학’ 서문과 후기를 통해 “(신정아 사건은) 내 생애 유일한 시련이었으며 가장 큰 고비였다”며 심경을 토로했다. 앞서 신정아씨는 자전 에세이 ‘4001’을 통해 변 전 실장을 ‘똥아저씨’로 지칭하며 “(변 전 실장은) 나를 사회에 내놓기 위해 오랜 시간을 친구로, 연인으로, 선배로, 아빠로 있어주었다”라고 각별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대통령과 참여정부에 그토록 큰 치명타가 될 줄은 몰랐다”

 “아내가 아니었다면 다시 일어서기 힘들었을 것” 고마움 전해



변 전 실장은 2007년 ‘신정아 사건’으로 세인들 입에 오르내렸다. 이 사건은 신씨의 미국 예일대 졸업 위조 의혹에서 시작됐다. 이후 검찰이 수사에 나섰고 변 전 실장과 신씨 간의 부적절한 관계가 드러나면서 파문이 일파만파 확대됐다. 학력위조 논란으로 시작된 ‘신정아 사건’은 신씨가 동국대 교수로 임명되는 과정에서 변 전 실장의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 되는 등 ‘권력형 비리 의혹’으로까지 번졌다.


불찰이고 뼈아픈 잘못


‘신정아 사건’ 이후 침묵을 고수해왔던 변 전 실장은 처음으로 소회를 밝혔다. 그는 “(신정아 사건은) 나의 불찰이고 뼈아픈 잘못이었지만 그 결과가 그리 참혹할 줄은 몰랐다는 것이 더 큰 불찰이고 잘못이었다”며 고개를 숙였다.


변 전 실장은 또 “아내와 가족에겐 말할 것도 없다”면서 “그런데 대통령과 내가 몸담았던 참여정부에 그토록 큰 치명타가 될 줄은 몰랐다”라고 털어놨다. 그는 이처럼 신정아 사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털어놓거나 변명하지는 않았지만 사건이 불러온 후폭풍에 대한 안타까운 심경을 책 서문과 후기를 통해 전했다.


그는 “(신정아 사건이) 정치적 사건으로 그처럼 악용될 줄은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며 “그로 인해 대통령과 국정 운영에 누를 끼쳤고 참회조차 못한 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게 됐다”고 말했다.


변 전 실장은 노 전 대통령이  사건이 난 후에도 마지막까지 따뜻이 품어 줬던 추억이 있다면서 2007년 가을 사표를 내러 갔던 때를 회고했다. 노 전 대통령이 “제일 상처를 받을 사람이 부인이니, 부인을 잘 위로해드리세요” 라고 말한 내용을 소개하며 “언론이 노 대통령의 그런 인간적인 배려조차도 나와 함께 엮어서 고약한 ‘소설’을 썼다”는 불만을 털어놨다.


모든 의혹은 누명·억측에 불과


앞서 신씨가 자전 에세이집 ‘4001’을 펴내면서 ‘변 전 실장 파경설’이 항간에 떠돌기도 했다.


신씨는 당시 에세이집을 통해 “변양균에게 감사한다”면서도 “만약 내가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면 나는 어떻게든 똥아저씨와의 아픈 사랑은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또 “내 사건이 터지고 우리 관계가 만천하에 폭로된 후 나는 똥아저씨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알게 되어 실망도 컸지만 그간 나를 아껴주고 돌봐준 것에 대해서만큼은 진심으로 감사한다”며 심경을 고백했다. 신씨는 “속상하고 힘들고 아픈 적도 많았지만 행복하고 즐겁고 사랑한 시간이 더 많았다”며 마지막으로 “똥아저씨가 내내 행복하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변 전 실정은 신정아 사건과 신씨의 자전 에세이집으로 인해 불거진 일각의 억측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신씨가 자신의 자전에세이집에서 변 전 실장을 ‘똥아저씨’라는 애칭으로 지칭한 것에 반해 그는 책에서 신씨를 ‘신정아씨’로 지칭했다. 변 전 실장은 “법원에서 신정아씨와 관련된 모든 문제 모두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며 의혹은 모두 ‘누명과 억측’에 불과했다고 강조했다.


변 전 실장은 이어 “사건이 나고 나서 꽤 오랜 기간, 사람을 만나는 일조차 두려웠다. 아내가 아니었다면 다시 일어서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아내에 대한 고마운 마음과 그동안의 힘든 심경을 토로하는 한편 재기의 뜻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그는 또 “내가 남편에게 야단칠 일을 가지고 국가가 왜 나서서 야단인지 모르겠다”는 아내의 반응을 전하기도 했다.


<최은서 기자> choie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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