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마주 내실보다 겉모습이 중요, 묻지마 투자 횡행
- 과유불급, 지나침은 반드시 외부 간섭 불러

시대 혹은 그 시대의 가치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어쨌든 아름다운 것, 멋진 것, 훌륭한 것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호감은 거의 맹목적인 듯하다.

그 대상이 사물이든 사람이든 별다른 차이가 없는 듯 여겨지는데, 사람 특히 여자가 그 관심의 대상이 될 경우 충분함을 넘어 아찔하기까지 하다. 이미 청소년기를 훌쩍 지난 사람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아름다운 것에 대한 관념조차 미처 확립되지 못한 유치원 어린이들조차 미인선생님이 하는 말이나 행동에 더욱 집중한다는 연구보고를 보면 미인에 대한 호감은 거의 본능이 아닐까 싶다.

아득한 고대 문명의 흔적에서 발견된 미인을 형상화한 토우나 조선시대의 여러 미인도 역시 동일한 관점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미인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상업적으로 적극 활용한 것이 바로 현대의 미인대회이다.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미인선발대회인 미스코리아선발대회는 버젓이 TV로 생중계될 정도로 인기 만점이었고, 여기서 선발된 미스코리아는 마치 개선장군처럼 카퍼레이드까지 벌이곤 했었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부끄럽고 우스운 일이다.

미스코리아선발대회는 지금도 여전히 하고 있는데 과거처럼 공중파가 아닌 케이블TV를 통해 중계된다. 이것은 미인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식었기 때문이 아니라 미인선발대회라는 콘텐츠 자체가 그다지 대중의 호응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방자치제도의 본격적인 개막 이후 지자체 주최로 특산물 홍보를 내세운 ○○○아가씨 선발대회가 우후죽순으로 개최되는 것은 미인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결코 식지 않는 것임을 방증한다.

주식에도 미인대회와 흡사한 종목군이 있는데 이를 시장에서는 흔히 테마주라고 한다. 브리태니커의 정의에 의하면, 테마주란 주식시장에 큰 영향을 주는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이에 연동하여 움직이는 종목군을 말한다.

신재생 에너지가 이슈가 될 때는 태양광 발전 관련주가 테마주를 형성하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은 방위산업 관련주를 테마주로 밀어 올리는 식이다. 최근 가장 큰 화제가 된 테마주는 이른바 대선 및 선거 관련주라고 할 수 있다.

자천타천의 대통령 후보와 관련된 주식이나 선거 관련 SNS주가 일정한 테마주를 형성하며 극심하게 요동친다.

테마주와 미인대회의 공통점이 몇 가지 있는데, 첫째 내실이나 역량이 문제가 아니라 겉모습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미인대회의 선발기준이 인간성이나 고운 심성이 아니듯 테마주는 기업의 내재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쏠림 현상과 묻지마 투자가 횡행하게 된다.

두 번째 공통점은 화제가 되는 기간이 짧다는 것이다. 미인대회 선발결과가 극히 짧은 순간 동안만 화제가 되고 이내 잊혀지듯 테마주 역시 불꽃처럼 짧고 화려한 주가 추이를 보여준다.

만약 테마주의 주가 추이가 수년에 달할 정도로 길어진다면 그건 이미 테마주가 아니라 주도주다. 세 번째 공통점은 테마주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미인대회와 주식시장 전체에 해당하는 것으로 주식시장에서 각광을 받는 종목이나 미인대회에서 우승하는 미인이나 모두 대중의 눈에 예뻐 보일 때 비로소 상승과 우승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요점은 대중의 관심이다. 나의 선호도나 관심은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내 눈에 어떤 종목이 아무리 훌륭해 보여도 다른 투자자들이 그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상승하지 않는다. 내가 아니라 여러 사람이 그를 미인으로 보아줄 때 비로소 그는 최종우승자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며칠 전 광풍에 흔들리던 정치 관련 테마주에 대하여 금융당국이 칼을 빼 들었다. 과유불급, 자의에 의하여 통제되지 못할 정도의 지나침은 반드시 외부의 간섭을 부르기 마련이다.

<전진오 굿세이닷컴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