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 북한 양형섭 AP 인터뷰 인용해 보도

 “김정은 노동당 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지식기반 경제를 만드는데 집중하고 중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들의 경제개혁 사례들을 살펴보고 있다”고 18일 동아일보가 양형섭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이 최근 AP통신과 가진 인터뷰를 인용해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이날 “지금까지 북한 고위 당국자가 해외 언론과의 인터뷰를 포함해 공식석상에서 다른 나라의 경제개혁을 언급한 것은 전례가 없다”며 “김정일 정권하에서는 북한 관료들이 공식석상에서 개혁이나 개방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게 금기시 돼 왔다. 특히 외국 기자들에게 개혁이나 개방에 대해 긍정적인 말을 하는 것은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었다”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북한의 대외선전 인터넷 매체 ‘우리민족끼리’에 따르면 김정일은 김일성 주석 사후인 1996년 2월 “나에게서 그 어떤 변화를 바라지 말라”고 발언해 개혁개방에 대한 일각의 희망을 눌러버렸다. 김정일은 이듬해 9월에도 간부들에게 “우리는 절대로 개혁 바람에 기웃거려서는 안 된다. 내가 있는 한 절대로 개혁개방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며 이것이 나의 확고한 결심이다”고 하는 등 여러 차례 개혁개방에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김정일 사망 후 올 초부터 미세한 변화 조짐이 보이고 있다. 올 초 북한 실세 장성택 노동당 부장의 매형인 전영진이 공기업 민영화 등 개혁조치를 성공적으로 추진 중인 쿠바에 대사로 파견됐다. 장 부장의 핵심 측근인 이광근 전 무역상도 북한의 해외투자 유치 창구인 북한 합영투자위원회 위원장에 임명됐다.

김정일 사망 후 북한 고위관리로서는 처음으로 외신과 만난 양 부위원장이 개혁을 언급한 것은 북한이 현재의 절박한 경제상황을 탈출할 유일한 방도가 개혁밖에 없음을 시인하고 외부 세계에 변화 의사를 내비친 것이라고 풀이된다.

김일성의 고종사촌 매제로 김정은과는 먼 인척 사이인 양 부위원장은 2010년 10월 AP의 영상부문 계열사인 APTN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북한의 새 지도자가 될 것이라고 정부 관리로는 처음으로 공식 확인하는 등 사실상 북한 정권의 대변인 역할을 해왔다.

헌법상으로 국가 부수반 격인 양 부위원장은 김정일 사망 이후 발표된 장의위원 명단에선 서열 10위에 올랐다. 해외 언론과 접촉해온 북한 고위급 인사로는 최태복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앞서 리언 패네타 미국 국방장관은 12일 북한 권력을 승계한 김정은을 ‘영 보이(Young Boy)’라고 지칭하며 “북한이 내부 신뢰 구축을 위해 도발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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