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불출마…검찰 수사 결과 소정의 책임질 것”

▲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에 휘말린 박희태 국회의장이 10박 11일 해외순방 일정을 마치고 18일 새벽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귀빈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서울=뉴시스>

박희태 국회의장이 18일 자신의 측근들을 상대로 검찰이 한나라당 2008년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뗐다.  

박 의장은 이날 오전 6시45분 귀국한 인천 공항 서편 VIP룸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사건으로 인해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검찰 수사결과에 따라서 소정의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며 “사죄하는 마음으로 우선 4월에 있을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돈봉투 살포 사건에 대해선 “이번 사건은 발생한 지 4년이 다 돼가기 때문에 기억이 희미할 뿐 만 아니라 당시 중요한 5개의 선거를 몇 달 간격으로 치렀다”며 거듭 모르쇠로 일관했다.

박 의장은 “당시 2007년 여름 대통령 후보 당내 경선을 치를 때 선거대책위원장을 했고 그 해 12월에는 대통령 선거가 있었다”며 “4개월 뒤 국회의원 선거 때는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선거운동을 했다. 2개월 뒤에는 당내 경선이 있었고 끝나고 난 뒤에는 국회의원 선거를 치렀다”고 둘러댔다.

그런 뒤 “4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 제가 이 자리에서 말씀 드릴 수 있는 건 별로 없다”며 “그래도 얘기 하라고 한다면 '모르는 일이다' 이 말 외에는 드릴 말씀이 없다. 대단히 죄송하다”고 밝힌 뒤 추가 질문에도 응하지 않고 기자회견장을  빠져 나갔다.

검찰 돈봉투 수사 난항

한편 돈봉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이렇다 할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의장의 보좌관으로 뿔테 안경남으로 알려진 고명진 씨는 검찰 조사에서 고승덕 의원실에서 돌려받은 300만원을 개인적으로 모두 사용했다며 돈봉투 살포를 지시한 윗선에 대해 굳게 입을 다물고 있다.

지난 16일 밤 구속된 안병용 한나라당 서울 은평갑 당원협의회 위원장은 서울시 구의원들에게 2천만원을 살포했다는 혐의 자체를 완강히 부인하는 상태라는 것. 안 위원장은 거듭  이재오계가 특정 세력인 친박계의 음해을 받아 정치적 희생양이 됐다는 기존 주장을 반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어떤 형태가 됐던 박 의장에 대한 검찰 수사는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설 연휴 이후 소환 또는 서면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동석 기자>kd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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