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절은 평소보다 긴 공휴일일 뿐이에요."

▲ "1인 공간에서 혼자 즐겨요"…도심 속 나홀로족 <뉴시스>
민족 최대의 명절 설 모습이 달라지고 있다. 전통적인 설명절 모습은 이랬다. 멀리 떨어져있던 가족과 친지들이 한데 모여 환담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런 풍경들이 바뀌고 있다. 1~2인 가구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일과 공부 등 자기의 일을 위해 가족과 떨어져 사는 사람들을 1~2인 가구라고 부른다.

최근 들어 1~2인 가구가 사회적으로 새로운 트렌드도 자리 잡으면서 설과 같은 명절 연휴는 가족, 친지들과의 친교의 시간이기보다는 개인의 휴식과 즐거움을 찾기 위한 기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실제로 많은 1~2인 가구들이 설명절 연휴에는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며 평소 쌓였던 스트레스를 해소하겠다고 했다.

게임개발업체 직원 김현민(31)씨는 "설날 당일에만 떨어져 사는 부모님을 찾아뵙고 나머지 휴일은 친구들과 만나 개인적인 시간을 갖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설 연휴의 경우 친구들과 만나 스트레스를 푸는 날이다. 출근을 위해 휴일 마지막 날은 휴식을 취하는 휴일의 성격이 강하다.

친척들과의 만남은 될수록 자제한다. 이들에게는 이런 것들이 또다른 스트레스이며 귀찮은 일일 뿐이다.

대학강사 백모(34)씨는 "설을 생각하면 연휴, 휴가, 휴식이란 좋은 이미지도 떠오르지만 무엇보다 잔소리가 생각난다"며 "친척들과 만나면 잔소리를 들을 것같아 꺼려진다"고 말했다.

백씨는 이번 설 연휴 계획은 단순하다.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다. "휴일이 3일 밖에 되지 않아 여행을 갈 수가 없었습니다. 휴일이 끝나면 바로 일을 시작해야 하니까 쉬면서 재충전을 하는 것이 좋을 것같아요. 집에서 자고 tv보고 충분히 쉴 겁니다."

무역회사에 다니는 황모(31·여)씨는 설하면 귀찮은 것, 잔소리, 친척이 떠오른다. 특히 미혼인 황씨는 결혼 스트레스 때문이라도 친지들에게 인사하는 것을 포기했다.

황씨는 "친척들과 만나면 조카들에게 용돈도 챙겨줘야 하고 어른들에게는 '시집은 언제 갈거냐'는 잔소리를 듣는다"며 "괴로운 만남보다는 여행을 하면서 내 자신에게 투자하고 싶다"고 밝혔다.

자신의 학업을 위해 1인 가구로 사는 대학생들에게 설 연휴는 자기 자신을 위해 투자하는 시간이다.

대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이모(22)씨는 설 연휴 일반기업 취업을 위해 공부하는 시간으로 보낼 예정이다.

이씨에게는 이번 설 연휴가 토익점수를 더 올리고 스펙을 쌓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다. 잠시 가족, 친지와의 즐거운 시간은 접어두도록 했다.

지금 취업 스트레스가 심한 이씨는 "미래를 위해 잠깐의 즐거움은 미뤄두기로 했다"며 "취업 공부도 하고 지친 나 자신을 살펴보고 시간으로 보내겠다"고 말했다.

신혼 초기인 2인 가구들은 설 당일에만 친가와 처가에 방문하고 남은 연휴은 여행 또는 개인적인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활용할 계획이다.

친척, 가족과 만나 음식을 해 먹으며 정을 나누는 명절인 설이 1~2인 가구에게는 '긴 휴일',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이다.

결혼한 지 5개월이 된 건축가 김원철(48)씨는 신혼부부임에도 설날 당일에만 친가와 처가를 방문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설날 당일을 제외한 나머지 휴일은 아내와 집에서 쉬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김씨는 "설 연휴는 직장인에게 귀한 휴가기간"이라며 "나중에는 친척들을 방문하기에 바쁘기보다 내 가족과 오붓하게 제주도여행을 하며 쉬고 싶다"고 밝혔다.

결혼 2개월차인 플로리스트 이모(31·여)씨에게 설 연휴는 부담이자 스트레스다.

이씨는 "새댁인 내게 음식하는 것, 친척들을 만나는 것은 다 스트레스"라며 "지금은 결혼 초기라 설에 친지들을 방문해야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설 연휴를 이용해 남편과 여행을 가고 싶다"고 전했다.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류석춘 교수는 "일과 공부를 위해 자기가 원해서 혼자 사는 가구가 늘고 있다"며 "현대 생활에 경제적, 일적으로 독립적으로 살 이유는 많아지고 친척들과 별 상관없는 관계에 놓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류 교수는 "독립을 하기 때문에 부모가 나에게 해줄 일이 적어지면서 전통적인 가족유대가 약화되고 경제적, 목적적인 관계에 신경을 쓰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