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들 "감사 청구" vs 뉴세븐원더스 " 돈 요구한 적 없다"

 

▲ 지난해 11월 12일 제주도가 '세계 7대 자연경관'에 선정된 가운데 제주시 제주아트센터에 마련된 '제주-세계7대자연경관 선정 결과발표' 행사장에서 선정 발표 후 정운찬 범국민추진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제주=뉴시스>
제주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26일 제주도가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의혹에 문제점을 제기하고 감사원에 감사 청구를 검토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제주환경운동연합 이영웅 사무처장은 26일 “시민사회단체들이 감사원 감사를 통해 7대 자연경관 선정 과정의 문제점을 확인하고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이 사무처장은 “제주의 8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반부패 네트워크 회의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며 “실체가 명확하지 않은 기관이 진행한 이벤트에 참여하느라 수백억 원의 공공전화요금을 쏟아 부은 것은 분명히 잘못됐기 때문에 의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전화료를 지출하지 않도록 하는 데 힘을 모을 것”이라고 밝혔다.

KBS, "7대 자연경관 선정은 한마디로 사기?"

KBS '추적60분'은 25일 밤 '세계7대 자연경관, 그 논란을 추적하다' 편에서 '세계 7대 자연경관' 이벤트를 벌였던 뉴세븐원더스(The New7wonders) 재단과 제주도 7대 자연경관 선정 과정에서 증폭된 의혹의 실체들을 고발했다.

'추적60분' 제작진이 확인 바에 따르면 스위스의 뉴세븐원더스 재단 본부는 존재하지 않았다. 최종 후보지 중 한 곳이었던 몰디브 홍보공사 관계자는 “참가비 199달러만 내면 되는 줄 알았으나 월드투어 비용, 후원금 명목으로 많은 돈을 요구했다”며 “7대 자연경관 선정은 한마디로 사기”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코모도 섬도 28개 후보지에 올랐으나  인도네시아에서 7대 자연경관 발표식을 하는 대가로 3천500만달러(400억원)를 요구해 정부 차원에서 이벤트 참여를 중단한 사실도 밝혀졌다.

방송을 통해 드러난 뉴세븐원더스 재단는 존재하지도 않은 주소지에다 연락처까지 스위스 전화번호부에 실려 있지 않는 정체불명 단체였다.

그런데도 제주도는 현재 재단 측과의 사전 협약이라는 이유로 계약서와 행정 전화 요금 내역 공개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뉴세븐원더스, "어떠한 금전도 요구한 적 없다"

그러나 뉴세븐원더스 재단 측은  '7대 자연경관 선정'  이벤트가 돈을 벌기 위한 것이 아니고 금전을 요구한 사실 조차 없다고 반박했다.

 버나드 웨버 이사장과 장 폴 기획이사는 이날 서울 예장동 한국관광공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BS 방송보도와 관련해 ‘세계 7대 경관 선정’ 이벤트가 상업 목적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웨버 이사장은 재단 본부 사무실에 대해 “취리히에 있는 어머니의 건물에 입주해 있다”며 “그날 재단은 오랜만에 휴가에 들어가 있었고 휴가 이후에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몰디브 측에 금전을 요구했다’는 주장과 관련해 “어떠한 금전적인 부분도 요구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는 거듭 “국제전화를 이용해 선정에 참여하면서 얻게 된 수입은 행사 진행비를 충당하기 위한 것일 뿐 상업 목적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재단이 얻게 될 수입에 대해선 “우리는 참가 지역 어디로부터도 기부금을 걷지 않았다. 단지 참가비 199 달러만 받았다”며 “웹사이트에 상업광고도 게재하지 않았다. 순수하게 국제전화를 통해 얻게 된 수입으로 운영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얼마만큼 수입을 올렸는지는 아직 정산하지 않았다”며 “정산하는 대로 그 규모와 사용 방안을 공개하겠다. 인내심을 갖고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장 폴 이사는 방송보도에 대해 “추적60분 측은 취리히 사무실에 약속하지 않고 왔고, 사전 고지 없이 전화통화를 녹음했으며 부정적인 부분만 취재했다”며 “추적60분은 엔터테인먼트이지 뉴스가 아니다. 전문적이지도 않았고, 비도덕적이고 불법적이었으며, 편파적이었다”고 항변했다. 

재단 측과 함께 자리한 양영근 제주관광공사 사장은 “제주도가 7대 자연경관 선정 후보지가 되고 관련 투표가 이뤄지면서 국내외에 홍보 효과가 높았다”고 밝혔다.

▲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이벤트를 진행하는 뉴세븐원더스(N7W)재단 버나드웨버 이사장(왼쪽), 장폴 기획이사가 최근 불거진 의혹들을 해명하기 위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관광공사에서 기자회견을 갖던 중 대화를 나누고 있다.<서울=뉴시스>

양 사장은 “실제로 지난해 관광객 증가율이 23%에 달했다. 이는 동남아의 8%를 훨씬 앞지르는 것으로 국내 경기가 불황인 지금 제주도는 관광객 급증으로 호황”이라며 “재단 측에서 우리에게 돈을 요구를 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외에서도 다들 부러워하고 제주도가 그렇게 좋은 곳이냐고 관심을 갖는데 왜 일부 국내 언론과 도민들로부터는 그런 비난이 나오는지 답답할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고동석 기자>kds@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