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총선 앞두고 분주해진 발걸음… 어디로 갈까?

[일요서울ㅣ정찬대 기자] 4.11총선을 70여일 앞두고 여야 초선 비례대표 의원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18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를 통해 국회에 처음 입성했지만 여야 모두 쇄신과 공천 물갈이를 목전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19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 이에 따라 자신들에게 유리한 지역구를 통해 각각 재선을 노리고 있다.

특히 ‘정당의 입’ 역할을 했던 대변인 출신의 여성 초선 비례대표 의원들의 지역구 출마에 관심이 쏠리면서 이들의 행보에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다. 현재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에 있는 민주통합당의 경우 수도권을 중심으로 다양한 지역에서 출마선언이 이어지고 있는 반면, 한나라당 비례 의원들의 경우 서울 강남 등 여권강세 지역을 중심으로 출마를 저울질 하고 있다.

비례대표 초선의원...  지역구 놓고 ‘노심초사’

18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의원은 총 53명. 이 가운데 31명이 여성의원이며 민주통합당 신낙균 의원과 미래희망연대 송영선 의원을 제외한 29명이 여성 초선 의원으로 분류되고 있다.

현재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지역구 합·분구 등의 논의가 예정돼 있어 19대 총선에서 비례대표가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으며, 더욱이 석패율제 도입이 적극 검토되면서 초선 비례대표 의원들의 몫도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여야 모두 쇄신의 바람을 예고하면서 정치권 안팎에서는 ‘자기 살길은 자기가 찾아 떠나야 한다’는 말까지 들리고 있어 비례대표 의원들의 입지는 더욱 줄어들고 있다. 여기에 지역구 의원들의 불출마 선언이 이어지면서 전국구 의원 가운데서도 19대 총선에 불출마하겠다는 의원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야권통합 등 여러 측면에서 한나라당보다 우위에 있는 민주통합당 소속 여성 비례대표 의원들은 일찌감치 수도권 지역을 선택, 표밭을 일구고 있다. 그러나 정부여당의 실정으로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는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은 출마지역을 선택하지 못한 채 아직까지 고심 중이며, 여권 강세지역인 강남3구(강남·송파·서초구)를 중심으로 경기지역과 영남지역 등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나라당 비례의원... 깊어가는 ‘고심’

▲ 한나라당 조윤선 의원(좌)과 이두아 의원(우)

현재 한나라당 소속 비례대표 의원들의 고심은 매우 깊다. 민심이 좋지 못한 탓에 지역구 선택이 쉽지 않으며 특히 당 쇄신을 주도하고 있는 비상대책위원회가 비례대표 의원들에게 한나라당 강세지역에 공천을 주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이들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지고 있다. 결국 서울 강남과 영남지역을 고려했던 의원들은 입장을 선회하거나 출마자체를 고민해야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한나라당 최장수 대변인으로 활동했던 조윤선 의원은 정치1번지 서울 종로구에서 정치적 승부를 걸겠다는 각오를 내세웠다. 당초 강남과 서초, 경기 분당을 지역을 놓고 고심 중이던 그는 ‘박근혜 비대위’의 비례대표 공천관련 발표가 있은 후 종로지역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조 의원은 지난 26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더 내려 놓을 기득권조차 없는 비례대표 초선의원으로서 제가 소속한 정당의 방패가 되고자 한다. 서울의 한 복판 종로에서 야당의 선거연대와 후보단일화 바람 그리고 구태정치의 역풍을 막겠다”며 서울 종로구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종로를 정치1번지라고 하는데 기성 정치권의 그런 규정에는 크게 무게를 두지 않는다”고 강조한 뒤 “국민은 새로운 정치를 바라고 있다. 종로에서 여야가 정치적 경력의 크기로 맞싸움을 하는 것은 국민의 마음에 비춰 옳은 선택이 아니다”며 “젊은 문화의 에너지로 야권의 거물 정치인과 맞서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조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종로지역의 전략공천 가능성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종로구는 3선을 지낸 박진 한나라당 의원의 지역구로 박 의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한나라당 내에서도 전략공천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던 곳이다. 더욱이 정세균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자신의 지역구인 호남을 떠나 종로출마를 선언하면서 수도권의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곳이기도 하다.

차분한 말솜씨를 자랑하는 배은희 전 대변인은 서울 용산 출마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꼼수 4인방 중 한 명인 정봉주 전 의원과 ‘끝장토론’을 한 바 있는 배 의원은 당내 여러 의원들과 마찬가지로 서울 강남지역을 눈독 들였으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용산구로 발길을 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원내대변인을 맡고 있는 이두아 의원은 다수 지역을 놓고 고심 중이다. 한나라당 텃밭인 대구 달서구와 서구지역은 물론 경기용인 수지구 또한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한나라당 강세지역인 서울 강남을과 나경원 전 최고위원의 지역구였던 서울 중구 역시 이 의원이 욕심내고 있는 지역구이다.

정옥임 전 원내대변인도 19대 총선에서 지역구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정 의원이 염두에 두고 있는 지역구는 서울 양천갑으로 이곳은 내리 3선을 한 원희룡 전 최고위원이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한 지역이다. 외교안보 전문가로 활동해온 정 의원은 지난 25일 한나라당 비대위가 4월 공천기준에 반영하기 위해 실시한 당내 ‘트위터 역량지수’ 예비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친이(이명박)계로 분류되고 있는 이은재 의원은 당초 강남을 지역구를 놓고 고심했지만 당내 분위기와 강남지역의 치열한 경쟁률로 인해 최근 입장을 선회, 자신의 고향인 경기 용인 처인구로 발걸음을 옮겼다. 현재 이 의원은 이 지역에 예비후보로 등록을 마친 상태다.

민주통합당 의원들 출사표 줄이어

▲ 민주통합당 김유정 의원(좌)과 전현희 의원(우)

18대 국회의 트렌드는 여성 대변인이었다. 초선 비례대표 의원 가운데 상당수 의원들이 ‘정당의 입’ 역할을 맡아왔다. 여야 모두 부드러우면서도 논리 정연한 여성 의원들을 대변인으로 전진 배치시키면서 당내 분위기를 전환시켰다.

지난 4년간 야당의 입으로 활동했던 김유정 민주통합당 의원은 강단 있는 어투와 촌철살인의 멘트로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 18일 서울 마포을에 출마를 선언했다.

마포을 지역구는 ‘성희롱 파문’으로 한나라당에서 제명된 강용석 의원의 지역구로 김 의원은 이곳에서 17대 의원을 지낸 정청래 전 민주당 의원과 당내 경선을 치를 것으로 예상된다.

김유정 의원은 18일 망원동 선거사무실에게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인생의 절반에 가까운 20여 년을 마포 주민들 곁에서 함께 해왔다”며 “당당한 마포사람 김유정은 마포 시민들과 함께 시민의 힘으로 마포와 대한민국의 따뜻한 변화를 이루어 내는 도전을 시작하려고 한다”고 출마 소회를 밝혔다.

이어 “민주당 대변인에서 이제는 마포의 대변인이 되겠다”면서 “지난 4년 동안 검증된 의정활동 능력을 바탕으로 모든 열정을 바쳐 마포시민의 뜻을 오롯이 대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울보 대변인’이라는 별명을 지닌 같은 당 전현희 전 원내대변인은 4월 총선에서 강남을 지역구를 선택했다. 영남 출신에 부산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했다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부산출마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지만, 이 지역에 불고 있는 친노(노무현) 바람과 야권연대 가능성 등을 감안해 강남을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강남을 지역구는 공성진 전 한나라당 의원의 지역구로 지난해 6월 공 전 의원이 정치자금법 위반혐의로 당선 무효형을 받으면서 현재까지 비어있는 무주공산 지역구이다.

전현희 의원은 지난 18일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이미 만들어져 가기 쉬운 길은 선택하고 싶지 않다”고 전한 뒤 “나 스스로 길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 되겠다”며 한나라당 강세지역인 강남을 출마 의사를 밝혔다.

그는 “부산과 영남에서 지역구도가 완화되는 조짐이 확연하지만 강남은 아직까지 철옹성처럼 남아 있는 지역구도의 상징”이라며 “기득권에 안주하는 부정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강남, 책임감을 갖고 나눔을 실천하는 강남을 만들도록 이 한 몸 바치겠다”고 공언했다.

강남을은 정동영 상임고문이 현 지역구인 전주 덕진을 떠나 4·11총선 출마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곳이다. 강남의 대표 부촌인 강남을은 한나라당 핵심 지역구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고, 특히 무허가 판자촌인 구룡마을이 있어 정 고문이 승부수를 던져볼 만한 지역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측근들 사이에서 강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곳이다.

‘4대강 사업의 저격수’ 역할을 자임했던 김진애 의원은 마포갑 출마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마포지역에서도 차량통행이 많은 공덕오거리에 선거사무실을 마련하고 주민과의 스킨십을 강화하며 표밭을 일구고 있다.

‘소사댁’으로 불리고 있는 김상희 의원은 2010년 2월 민주당 소사구지역위원장으로 임명된 이후 3년째 경기도 부천 소사구에서 지역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비례대표 의원임에도 불구하고 지역에서 가장 열성을 보이고 있는 의원 중 한사람이다.

김 의원은 “그동안의 공과를 총선을 통해 평가 받고 총선승리와 정권교체를 위한 밀알이 되겠다”며 19대 총선 출사표를 던진 바 있으며, 현재 부천시 소사구에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상태다.

최근까지 당 전략기획본부장을 맡았던 박선숙 의원은 아직까지 출마 지역구를 선택하지 못한 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전혜숙 의원은 서울 광진갑 출마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최영희 전 최고위원은 일찌감치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 관악을 출마선언

18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 비례대표로 처음 국회에 입성한 후 현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이정희 의원은 지난 18일 서울 관악을 지역구에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이미 지난해 10월 관악구 서원동에 선거사무소를 개소하고 이 지역 출마를 준비해온 이정희 대표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남편과 아침에 예비후보를 등록하러 갔다”며 예비후보 등록 사실을 밝혔다.

지난 10·26 서울시장 보선에서 박원순 후보의 최다 득표(62.7%)를 기록했을 정도로 야성이 강한 관악을 지역은 현재 민주통합당 김희철 의원의 지역구로 4월 총선을 앞두고 벌써부터 양측 간 후보단일화 격돌이 예상되고 있다.

같은 당 곽정숙 의원은 광주 남구지역 출마를 타진했으나 결국 4월 총선 불출마로 입장을 선회했으며, 최장수 여성 대변인이었던 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 역시 4·11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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