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총선을 70여일 앞두고 한나라당 내에서 ‘공천 살생부’가 나돌고 있어 현역 의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살생부’의 출처와 그 신뢰도 또한 불명확함에도 당 비상대책위원회의 인적쇄신 기준과 맞물려 의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 내 공천 부적격자의 명단이 담긴 공천 살생부가 최근 국회 의원회관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출처가 확인되지 않은 이 살생부에는 38명의 지역구 의원의 명단이 적혀 있으며 예비명단 4명까지 포함하면 42명의 이름이 실려 있다. 특히 이 문건에는 당 대표와 지도부를 지낸 인사의 이름도 다수 거론됐다.
이 문건이 특정 정치세력이 고의로 유출한 것 아니냐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명단에 이름이 오른 의원들은 잔뜩 긴장하고 있다. 이는 당 비대위 공천기준으로 제시한 전략공천방침과 현역 지역구에 대한 경쟁력지수(50%)과 교체지수(50%)를 토대로 현역 지역구 의원 25%(34명)을 공천 배제키로 한 방침이 나온 가운데 도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역별로는 서울 12명, 경기 9명, 인천 4명, 영남권 13명(대구ㆍ경북 5명, 부산ㆍ경남 8명) 등이다. 이중 서울은 초선(7명)과 재선(3명) 의원이 많았고 3선과 4선 의원이 각 1명씩으로 나타났다. 경기는 4선 의원과 초선 의원이 각각 3명씩이고, 재선은 2명, 3선은 1명이었다. 인천은 4선 2명, 3선과 초선이 각각 1명씩으로 나타났다. 영남권의 경우 중진 의원들이 대다수였다.
이 문건대로라면 당내 4선 이상 의원 17명 가운데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을 제외하고 ‘생존’하는 의원이 정몽준·박근혜·이재오·황우여 의원 4명뿐이라는 결과가 나온다. 3선 의원도 22명 가운데 13명으로 대폭 줄어들게 된다.
또한 이 문건이 의원들을 긴장시키는 이유는 친박계로 거명된 인사들의 경우 영남 중진급으로 일찌감치 선도적인 차원에서 불출마 압력에 시달려 온 점과 일치하고 있는 데다 수도권의 경우 친이계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살생부 명단에 오른 이한구 의원은 “그런 건 옛날부터 돌던 것이다. 지금 공천심사위원회 구성도 안 됐는데 어떻게 그런 게 돌겠느냐”고 반문하면서 “누군가가 공작하는 것이니 신경 쓰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이 의원은 “앞으로 그런 거 숱하게 나올 것”이라면서 “누가 만든 것인지 알면, 그 사람은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고 불쾌감을 표출했다.
당 지도부 역시 살생부 논란을 일찌감치 차단했다. 비대위 정치쇄신분과 위원장인 이상돈 비대위원은 “누구를 살생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해당 문건을 본적도 없지만 전부 소설이다”고 밝혔다.
이 위원은 살생부와 관련, 비대위 회의에서 단 한 차례도 언급된 적 없다고 강조했다. 또 황영철 대변인도 공천살생부와 관련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조기성 기자> ks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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