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박영준-곽승준 등 정권실세 개입

이명박 대통령이 정권 초반 주요 정책 추진 과제로 내세웠고 이후 최대 치적이라고 자랑했던 ‘자원외교’가 ‘최대 치부’임이 드러나고 있다. 역대 어느 정부보다 막대한 돈을 들여 맺은 계약이 공수표가 될 위기에 놓인 것은 물론이고, 이상득-박영준-곽승준 등 정권 실세들이 연루됐다는 의혹들이 불거지고 있다. 자원외교 문제에서 법적 구속력이 없는 MOU(양해각서)를 정식 계약이 된 듯이 부풀린 사례가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고, 자원외교의 쾌거로 치켜세웠던 상당수 사업이 허위-과장 논란에 휩싸여 있는 상태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카메룬 다이아몬드 관련 CNK 주가조작 사건은 현 정부가 지난 4년 간 저질러놓은 일에 비하면 조족지혈(鳥足之血)에 불과하다는 말이 정가에 정설로 통하고 있다.

‘빈 깡통’ 자원외교, 치적 홍보에만 급급

자원외교의 첫걸음은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이던 지난 2008년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대통령은 당시 바르자니 쿠르드 자치정부 총리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정부는 쿠르드 유전개발사업에서 우리나라가 2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19억 배럴의 원유를 확보했다고 홍보했다. 첫 ‘자원외교의 결실’이라는 수식도 뒤따랐다. 그러나 석유공사가 참여한 5개 유전개발 사업의 탐사시추 결과 원유가 없거나 발견됐더라도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비용 4400억 원은 고스란히 손실로 돌아왔다.
지난해 3월 정부가 아랍에미리트(UAE)와의 협상에서 ‘10억 배럴 이상의 생산유전에 석유공사 컨소시엄이 참여할 권리를 보장받았다’는 발표도 과장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양국이 맺은 양해각서(MOU)에는 ‘자격이 있는 한국기업들에게 참여 기회를 준다’는 정도의 수준이었다. MOU 체결 이후 1년여가 다 돼가지만 현재까지 UAE와의 협상에는 별다른 진전이 없다.
또한, 지난 2009년 말 정부가 ‘UAE 쾌거’라고 부르며 홍보했던 UAE 원전 수주 사업도 문제다. 당시 정부는 186억 달러에 UAE의 원자력발전소 사업을 따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경제성 논란을 자초했다. 이 대통령의 순방 성과로 포장됐던 ‘카자흐스탄 발하쉬 화력발전소 수주 건’은 이미 2년 전에 삼성물산 컨소시엄이 수주하기로 결정된 사안으로 알려지고 있다.

CNK 사건은 시작에 불과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는 자칫 ‘게이트’로 비화할 공산이 크다. CNK 사건은 현 정부의 자원외교가 빚은 총체적 비리가 수면 위에 떠오르는 첫 단계로 받아들여진다. 정부 등이 출연한 자금 규모가 워낙 크고,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이권다툼과 로비, 공무원들의 부정 비리가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검찰·금융감독원 등이 관련 사안에 문제가 있음을 사전에 인지하고서도 이를 덮으려 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지난달 26일 CNK 주가 조작 의혹을 ’실세가 개입한 희대의 사기극’으로 규정, 국정조사와 특검을 추진키로 했다.
게다가 감사원이 김은석 외교통상부 에너지자원대사에 대해 해임과 검찰 수사 요청이라는 강수를 빼들어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김 대사가 CNK 다이아몬드 추정 매장량을 부풀린 보도자료를 외교통상부에서 두 차례 발행하는 데 깊숙이 관여했고, 보도자료 발행 이전에 김 대사의 친인척이 CNK 주식에 투자한 불법행위가 사실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검찰은 26일 CNK 본사와 오덕균 CNK 대표 자택 등을 전격 압수수색하면서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냈다.
감사원은 “김은석 외교부 에너지자원 대사가 CNK의 주가 급등에 영향을 미친 외교부 보도자료 배포 이전에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조중표 전 총리실장과 CNK 오덕균 회장과 수시로 접촉한 정황이 있다”며 “이와 관련한 감사 자료를 검찰에 수사 참고 자료로 제공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렇듯 감사원 감사 결과 발표에도 불구하고 감사 청구를 주도한 정태근 무소속 의원은 권력 실세 주변인물 2명 이상의 개입 의혹을 추가로 제기하고 나섰다.
정 의원은 2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권력 실세와 관련된 2명 이상이 CNK의 신주인수권을 오덕균 대표한테서 취득가 이하로 제공받았다는 정보가 있다”며 “이 문제에 대해 검찰의 명백한 수사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 의원은 권력 실세 주변인물 2명이 누구인지에 대해선 “오늘 밝힐 수 없다. 그러나 며칠 내로 알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이 언급한 권력 실세는 박영준 전 차관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원은 “감사원의 감사 결과는 보도자료 배포를 주도한 김은석 외교통상부 에너지자원대사에게 모든 책임 지우고 있다”며 “김성환 장관과 박석환·민동석 차관을 비롯한 외교부 당국자들이 국회 질의 과정에서 거짓 답변을 하고 감사원에 대한 감사 청구를 방해하는 등 진실 규명을 은폐·지연시킨 경위와 이유에 대한 추가 감사와 문책 요구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권실세 중심 지원외교, 예고된 실패

자원외교 실패의 가장 큰 이유로는 시스템이 아닌 정권 실세 중심으로 움직였다는 점이 꼽힌다. 자원외교 주무부처인 외교부와 지경부, 그리고 관련 공기업이 충분한 사전검토와 역할분담을 하고 체계적으로 나섰어야 했는데 정권 실세들이 전면에 나서고 부처와 공기업은 이들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것이 실패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정권 실세들이 자원외교에 나서게 된 배경 자체가 순수하지 못했다는 데서 실패가 예견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상득 의원이나 박 전 차관 모두 여권 내 권력투쟁과정에서 전횡논란에 휩싸이게 되자, 탈정치행보 명분 차원에서 자원외교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자원개발은 자금력과 노하우가 생명인데 현 정권 실세들과 가까운 신생업체들이 참여하는 경우가 많아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박 전 차관 등이 개입된 것으로 알려진 CNK 사건뿐 아니라 KMDC의 미얀마 가스전 개발 추진도 그렇다.
KMDC는 MB 대선캠프에 관여했고 전 한나라당 청년위원장이었던 이영수씨가 회장으로 있는 회사로, 정부 실무단의 현지조사 결과 미얀마 가스전은 빈 광구로 확인됐다. 박 전 차관이 미얀마 에너지 장차관을 만난 자리에서 이 회장을 부탁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조기성 기자> ks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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