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 전망, 어디까지 믿을 것인가!

전문가들 2012년 주식시장 ‘상저하고(上底下高)’ 전망
올해 거시적 전망, 펀더멘탈과 유동성 중심으로 에측

많은 증권사들이 올 한 해 주식시장을 ‘상저하고(上底下高)’로 전망한다. 이는 올해 상반기는 작년 연말의 조정 장세를 지속하거나 약세 시장이 될 것으로 보고, 하반기에 활력을 되찾고 상승 추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얘기다.

증권사들이 상저하고로 전망하는 데는 크게 3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유로존 재정위기 상반기 지속, 둘째 세계경제 성장 둔화 전망, 셋째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국내 경기 부진 및 외국계 자금 이탈 등이다.

개인투자자들은 이 같은 시장 전망을 도대체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고민이다. 전망하는 근거를 찬찬히 뜯어보면 설득력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반면 최근 지속되고 있는 외국인 매수세와 그로 인한 주가상승 추이를 보면 그 전망이 틀린 것 아니냐는 느낌도 갖는다.

보통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사람은 곤란한 상황과 마주하면 우선 자신이 가진 리소스와 동원할 수 있는 리소스가 무엇인지 헤아려 본다. 더불어 그 상황에서 자신이 처한 입장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면서 유리한 점과 불리한 점을 가늠해 볼 것이다. 그 후에 상황을 반전시킬 결정적 행동에 돌입하게 될 것이다.
 

모함에서 벗어나 다시 복귀한 이순신 장군이 가장 먼저 했던 일을 생각해보면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보유한 배를 살펴보고 망가진 배는 수리하고 동원가능한 병사와 군량을 점검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그 자료를 근거로 가장 유리한 지점을 전장으로 선정한 후에야 “소신에게는 아직 열두 척의 배가 있습니다”라고 고하였던 것이다. 그 결과는 우리 모두가 아는 바와 같이 명량대첩으로 역사에 길이 남았다.
 

미래를 전망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상황을 규정하는 것이 우선이다. 작금의 시장상황을 추동하는 절대적인 변수는 무엇인지 가늠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기업들이 우수한 실적을 내고 그로 인해 시장이 움직이고 있는가? 인류의 미래를 혁명적으로 뒤바꿀 신기술이 출현했는가? 불황을 일거에 거두어 갈 대규모 전쟁이 발발했는가? 아니면 원유에 버금갈 좋은 에너지원을 발견했는가? 모두 아니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 밖에 없다.

현재의 유동성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쏟아진 유동성과는 사뭇 다르다. 그때는 파국을 모면하기 위해 일단 공급 자체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고, 지금은 당시에 쏟아진 유동성이 그 후유증을 염려하며 몰려다니는 형국이다. 성격이 아예 달라진 것이다. 따라서 움직이는 모습이나 기세 또한 다를 수밖에 없다.
 

어떤 사물이나 상황을 볼 때 일정한 관점을 가지고 보는 것과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보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이런 관점에서 리서치센터나 전문가들의 전망을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 그들의 올해 증시에 대한 거시적 전망은 전적으로 펀더멘털과 유동성을 중심으로 예측하는데, 이는 올바른 관점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펀더멘털과 유동성을 어떤 비율로 배합해 분석했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배합된 재료의 비율에 따라 음식의 맛이 달라진다.
 

따라서 애초의 전망과 다소 상이한 현재의 시장상황은 그들의 예측보다 유동성의 배합비율이 조금 더 많아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그렇다고 리서치센터와 전문가들의 시장전망이 무의미하거나 헛수고에 불과하다고 폄하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단기적인 관점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그들의 전망은 대체로 맞기 때문이다.

<민병돈 유진투자증권 광주북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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