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논란이 된 나경원 후보의 ‘연회비 1억 원 피부과 이용설’이 거짓인 것으로 확인됐다. 나 전 의원은 당시 이 병원에 딸과 본인의 치료비로 550만 원을 지불한 것으로 밝혀졌다. 작년 11월 “1억 원대 피부과를 다녔다”는 의혹을 보도한 모 시사주간지 기자와 인터넷방송 ‘나는 꼼수다’ 출연자 등 7명을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발한 사건의 경찰조사 결과로 사실이 드러났다.

선거전에서 선동매체의 폐해와 거짓선동을 방치한 선관위의 한계가 지적됐다. 결과적으로 나경원 전 의원은 터무니없는 날조와 왜곡에 근거한 거짓선동에 의해 낙선한 것이다. ‘1억 원 피부클리닉’ 주장은 허위로 판명 났지만 선거를 다시 할 일은 추호도 없다. 의혹을 보도한 시사지 기자는 경찰의 3차례 소환통보에 불응하고 있다고 한다.

국민이 누굴 믿고 누굴 신뢰하고 사회생활을 하겠느냐는 반응이 쏟아졌다. 모든 언론이 옷깃을 여며야 할 대목이다. 하부 선전매체를 통한 부정선거 활동으로 당선 된 사람은 쓰다 달다 한마디 말이 없다.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사태 당시에 MBC PD수첩이 왜곡 방송을 한 것으로 밝혀졌지만 사후 법적 책임 문제는 분산됐다.

이제 4월 총선에서 약간의 빌미만 있으면 엄청나게 부풀려 비방하는 낙선운동이 봇물을 이룰 터이다. 나꼼수의 정봉주 전 의원은 “나경원 후보가 오세훈 전 시장과 같은 피부과를 다녔다”고 떠들기도 했다고 한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1억 피부과’ 논란 이전의 부재자 투표에서는 나 후보가 25개구 전역에서 승리하며 평균 54.7%를 얻어 박원순 후보(43.7%)를 크게 앞섰으나 이후 지지율이 2030세대의 비판이 거세지며 반전됐다고 했다.

나경원 후보는 선거 후 “네거티브 공격에 좀 더 강하게 대응하지 못한 점이 가장 아쉬운 점 중 하나”라고 말했고, 최근 트위터에 총선을 위해 같은 주장을 썼다. SNS나 팟케스트를 통한 허위사실 유포는 인쇄매체 보다 신속하게 대량으로 살포된다는 점에서 폐해가 더 심각하다. 투표를 앞둔 시점에 유권자의 감정을 자극하고 분노를 유발케 하는 선동매체의 준동이 불을 보는 것 같다.

선거에서 결정적인 불이익을 당한 피해자는 선거가 끝난 후 사실무근으로 밝혀져도 피해를 돌이킬 길이 없다. 선거철 흑색선전에 대해서는 선거 뒤에도 사실 여부를 끝까지 추적해서 그 책임을 엄격히 묻는 장치가 시급하다. 민주통합당은 허위사실 유포로 1년형을 확정 받은 정봉주 전 의원을 의인처럼 치켜세우며 허위사실 유포죄의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공적 사안으로 여론형성이나 공개토론에 기여한 경우는 처벌에서 제외하자는 것이다. 후보자에 대해 근거 없는 폭로전을 해도 공적토론에 기여했다는 이유로 처벌하지 못한다면 선거판이 흑선선전장이 될게 뻔하다. 허위사실 유포죄의 일차적 목적은 공정한 선거 관리를 위해서다. 흑색선전이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현상은 한국 민주주의가 질적으로 미성숙 단계임을 나타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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