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재혼·시민단체활동·주식보유·자필서약 까지

[일요서울 ㅣ 조기성 기자]지난 6일부터 4·11 총선 공천신청 접수를 시작한 새누리당(구 한나라당)이 제출하도록 한 자기검증진술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자기검증진술서는 청와대가 공직인선용으로 활용하는 200개 항목의 자기검증진술서를 ‘정당용’으로 개조한 것이다. 새누리당이 총선 등 공직 후보 신청에 적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8개 항목 140개 문항으로 구성된 진술서에는 위장전입, 위장취업, 부동산 투기, 병역 면제, 논문 표절, 쌀직불금 부당 수령, 이중 국적, 성희롱 등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시절 불거졌던 법적·도덕적 흠결 유형들이 망라돼 있다.
“이혼 또는 재혼을 한 경험이 있느냐”, “시민 혹은 사회단체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느냐”, “미성년 혹은 무소득 자녀가 고액의 예금을 보유하고 있느냐”, “임대부동산의 세입자 중 유흥업소 등 사회적 논란이 있는 업종이 있었느냐”, “강사, 겸임교수, 외래교수 등의 경력을 ‘교수’로 표기한 적 있느냐” 등의 질문도 있다.
이중 이혼 경력이나 시민사회단체 활동 경력 등이 논란이 되고 있다. 전여옥 새누리당 의원은 “이혼과 재혼 여부를 체크하는 문항은 (해당자에게는) 감점을 준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사람은 새누리당 당원이 못 되느냐”며 “시대착오적인 문항이 많다”고 비판했다.
‘도덕성 기준 강화’라는 명분 아래 자기검증진술서를 도입, ‘보여주기식 일처리’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도덕성에 걸리면 무조건 공천대상에서 제외되고, 출마와 경선 자체를 참여조차 못하게 했다”고 밝혔듯 새누리당은 ‘도덕성’을 공천 제1기준으로 삼겠다는 뜻을 천명하고 있는 상태다.
수도권에 출사표를 던진 한 예비후보자는 “수많은 공천신청자들의 자기검증진술서 사실 여부를 당이 어떻게 일일이 검증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 간다”며 “후보자 개인별 검증이 어렵다 보니 진술서를 통해 도덕성 검증을 확대했다는 생색내기용”이라고 지적했다.

공천 승복 ‘자필 서약’도 논란

자기검증진술서 이외에도 새누리당 공천신청자들이 내야 하는 서류는 24가지에 이른다. 신청서, 당적확인서, 피선거권 제한 규정 숙지 및 서약서, 이력서, 자기소개서 등이다. 가족 관련 항목도 크게 늘어났다. 배우자의 소득·재산·종합부동산세 납부·체납증명서, 범죄경력 증명서, 국민연금 가입내역서, 건강보험료 납부확인서와 직계 비속의 군 복무확인서도 필요하다.
당선 후 상임위 활동 등을 기술하는 의정활동계획서의 경우도 현역 의원이나 고위 공직자 출신에게 유리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또 공천 결과에 절대 승복할 것을 요구하면서, 이번부터 ‘낙천될 경우의 행보를 포함한 각오’를 자필로 진술할 것을 추가했다. 공천 승복 ‘자필 서약’인 셈이다.
최근 새누리당을 탈당한 뒤 대구 서구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백승정 예비후보는 “새누리당이 공천신청자 전원에게 탈락 시 해당 선거구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자필 서약서를 제출토록 한 것은 공민권을 제한하는 꼼수정치”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엄격한 도덕성 기준에 공천 신청을 주저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9일 오후까지 공천 신청자 수는 190명에 그쳤다. 2008년 18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 공천신청자 수는 이 5배인 1천21명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은 애초 10일 마감될 예정이었던 후보자 접수 기간을 15일까지 연장하고, 주말과 휴일에도 접수하기로 했다. 당내 일각에서는 등록을 포기한 예비후보자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해 보수표 분산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기성 기자> ks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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