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감성이 풍겨나는 음반…“신촌이 블루스로 들썩이던 그 때로”

 

팝재즈 그룹 ‘윈터플레이’에서 작곡, 보컬, 연주 능력을 발휘한 최우준(35)이 리드미컬한 블루스 앨범을 들고 나왔다. 오는 22일 발매되는 ‘SAZA's Blues’(사자의 블루스)가 제목. 앞부분의 ‘사자’는 헤어스타일 때문에 생긴 최우준의 별명이다. 최우준은 두 번째 솔로 앨범이자 첫 보컬 앨범인 ‘SAZA's Blues’가 많은 이들을 사로잡을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 테크닉적인 성취감, 음악에의 자기만족 등의 욕심을 버린 채, ‘어울림’을 작정하고 만든 음악이기 때문이다. 재즈적인 성향이 짙었던 솔로 1집 ‘SAZA's Groove’를 알고 있는 팬이라면 그의 큰 변신이 놀라울 법도 하다. 블루스 세계를 자신의 쉼터, 놀이터로 느끼는 최우준은 “한국에서 정통 재즈, 블루스가 박물관 음악이 되지 않으려면 먼저 친근하게 다가가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위해 그의 2집 음원을 미리 들어봤다. 말 그대로 ‘본격 대중 블루스 음반’이었다.

최우준은 솔로 2집 ‘SAZA's Blues’(사자의 블루스)의 장르를 ‘네오 블루스’(새로운 느낌의 블루스)라고 정했다. 오랫동안 배우고 터득한 블루스 음악을 바탕으로 하되, 그 위에 한국적인 색깔을 입혔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적인 색깔의 주안점은 귀에 쏙 들어오는 가사와 사운드의 심플함이다.
최우준은 “블루스를 어렵고 지루하게 생각하는 선입견이 있는 것 같다”면서 “심플한 멜로디와 사운드, 우리말 가사로 이 같은 생각을 바꾸고 싶었다”고 말했다.
처음 시도해보는 가사 작업은 일상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뮤지션들은 음악에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고 하는데 최우준도 예외는 아니었다. 작업 당시의 심정이 가장 잘 드러나 있는 수록곡은 ‘SAZA's Boogie’(사자의 부기)다. ‘오늘만은 벗어 던지고 놀자.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자. 자기 자신을 사랑하자’가 주된 내용. 최우준은 이런 바람들을 써내려 가면서 힘들 때마다 스스로 위로했다고 한다.
‘SAZA's Blues’에 담긴 의도가 성공적인 결과를 낳는다면, 대중들은 최신가요와는 사뭇 다른 음악에 빠져들 것이다.
대중들이 어떤 마음일 때 자신의 노래를 많이 찾았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최우준은 “우울할 때 제격인 음악이 블루스라고 본다. 슬플 때는 울어 버려라는 얘기가 있잖나. 블루스를 듣다보면 그 속에 깃든 우울함에 동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내 생애 가장 대중적인 블루스


물론 여전히 ‘SAZA's Blues’가 취향에 맞지 않다고 느껴지는 이들도 있을 수 있다. 그들에게 최우준은 ‘이지 리스닝’을 권했다. 전 세계가 사랑하는 레이 찰스, 스티비 원더, 마일스 데이비스 등의 음악을 먼저 들어보라는 것. 한 단계 한 단계 자연스럽게 접하다보면 블루스든 재즈든 락이든 자신의 귀를 당기는 곡이 나타날 것이라는 게 최우준의 생각이다.
반대로 블루스와 친해지고 싶지만 그 방법을 모르는 경우에 대해서는 공연 관람을 적극적으로 제안했다. 재즈 또는 블루스는 장소, 관객층, 뮤지션의 심리상태에 따라 곡의 구성과 느낌이 달라지기 때문에 음원과 라이브의 차이가 크다고 한다. 
최우준이 꼽은 블루스 음악 입문자가 가볼 만한 재즈 클럽은 서교동 ‘에반스’였다. 서울 시내 주요 재즈 클럽(이태원동 ‘올댓재즈’, 동숭동 ‘천년동안도’, 서초동 ‘야누스’, 서교동 ‘에반스’, 서교동 ‘워터콕’) 중 가격적으로 부담이 덜하고 매일 공연 팀이 바뀌는 점을 높게 샀다.
최우준은 “다른 클럽의 경우 공연 자체를 목적으로 오지 않는 사람들도 많은데, 에반스는 무대에 몰입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라고 덧붙였다. 
 
블루스는 흑인들의 애환

블루스는 흑인 전통음악이다. 하지만 최우준은 “블루스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는 음악 이상으로 크다”고 전했다. 최우준이 일러주는 거대한 ‘블루스’는 ‘흑인 정신의 뿌리’나 다름 없었다. 그 블루스 정신에서 블루스란 장르의 음악, 재즈, 록 등이 파생됐다는 것.
우리나라의 윗세대 뮤지션들 또한 미국 블루스 뮤지션들의 연주, 노래, 감정을 동경했고, 그들의 기구한 삶 자체를 사랑했다.
2집 ‘SAZA's Blues’를 통해 ‘한국 블루스의 부활을 꿈꾼다’는 소개 글을 읽어보던 중 문득 한국 블루스의 영광의 시절이 궁금해졌다.
이에 최우준은 듀오 ‘신촌블루스’, 김현식, ‘봄여름가을겨울’이 전성기를 구가할 때를 영광의 시대로 기억했다.
최우준은 “소규모 공연 문화의 흐름이 신촌에서 대학로 그리고 홍대로 옮겨간 것 같다”면서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신촌블루스’ 시절 때는 신촌에 블루스가 꽤나 유행했다”고 말했다.  
2집에 대한 개인적인 감상은 경쾌함이었다. 블루스 음악에 대한 이해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반복적으로 들어도 질리지 않았다. 블루스에 관심 없는 이들, 지루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들도 속는 셈치고 한번 들어보는 것도 좋겠다. 

hoj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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