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간접투자, 호불호가 있을 뿐 우열 없어

간접투자 성과를 위해 충분한 시간 필요
선진국, 3년 이상 장기투자자 비율 97%

재테크의 성패는 누가 먼저 종자돈을 만드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흔히 ‘돈이 돈을 번다’ 라고 하는데 실제로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어린 시절 추운 겨울날 눈사람을 만들 때, 구르는 눈덩이는 처음에는 부피의 변화가 잘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어느 정도 커진 다음에는 한 차례 굴릴 때마다 눈덩이는 문자 그대로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돈 역시 비슷한 이치로 불어난다.

부자는 일정 금액의 돈이 ‘눈덩이’가 되어 모일 때까지 근검절약으로 돈을 모은 뒤 그 돈을 굴려 돈이 돈을 부르는 결과를 만들어 내는 반면, 가난뱅이는 생활비를 충당하기에도 버거워 일정 규모의 종자돈을 모을 수 없고 그 결과 당연히 돈이 돈을 버는 경지는 언감생심일 수 밖에 없다.

일정 금액의 목돈을 모으는 과정은 힘들지만 일단 목돈이 모아지면 소비하는 돈보다 모아지는 돈이 더 많아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그 결과 돈이 돈을 버는 상황이 벌어지고 이 돈은 투자라는 이름으로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기 위한 일련의 행동, 즉 재테크에 돌입하게 된다. 재테크 중 요즘 가장 각광을 받는 것은 단연 주식투자라고 할 수 있다.

흔히 주식투자라고 하면 직접 주식을 사고파는 직접투자를 떠올린다. 주변에서 항상 어느 종목이 좋다느니 또 어떤 종목으로 얼마의 수익을 거두었느니 하는 소리를 듣게 되니 이러한 반응이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주식시장은 그리 만만한 곳이 아니다. 만만하지 않으므로 괜한 모험심이 발동한 까닭인지 알 수 없으나 주식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나 자세도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투자에 나서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런 투자자세로는 한두 차례 달콤한 기쁨을 누릴 수는 있으나 결코 오래 가지 못한다.

무언가 판단하기 어렵고 엇갈릴 때는 근본을 돌아봐야 한다. 길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지나온 길을 자주 돌아보아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주식투자에 나섰는데 도무지 헛갈릴 경우 스스로 왜 주식투자에 뛰어들었는지 본래의 이유와 목적을 헤아리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왜 주식에 투자하는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한 투자가 결과적으로 원금까지 몽땅 까먹는 결과가 되어도 괜찮은가? 이에 대해 대다수 사람들의 대답은 그렇지 않다는 쪽일 것이다. 재테크의 목적이 돈을 버는 것이지 돈을 까먹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스스로에게 냉정히 질문을 던져보아야 한다. 반드시 투자에 나설 요량이라면 스스로 끝끝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라는 질문 앞에 스스로가 당당해야 한다.

자신할 수 없다면 직접투자는 답이 아니다. 불행 중 다행인지 직접투자 외에 다른 방법이 있다. 그것은 펀드로 대표되는 간접투자다. 부산에서 서울로 가는 방법은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것만이 최선은 아니다. 중부내륙고속도로도 있고 KTX도 있다. 스스로의 형편에 따라 달리 선택하면 되는 것이고 여기에 우열은 없으며 오직 호불호(好不好)만 있을 뿐이다.

다만 한 가지 유념해야 할 것은 심적인 혹은 시간적인 여유를 어느 정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맛있게 숙성된 김치를 맛보기 위해서는 시간을 충분히 두어 제대로 발효작용이 일어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듯이 간접투자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이 있어야 한다.

연탄불의 후끈한 열기 속에서 억지로 익힌 김치와 자연 상태에서 적당하게 곰삭은 김치는 맛이나 영양 상태에서 확연히 다르지 않겠는가? 우리보다 앞서 펀드로 대표되는 간접상품이 도입된 선진국의 경우 통상 3년 이상 꾸준히 묻어두는 장기투자자의 비율이 97%에 이른다. 다시 말하거니와 직접투자만이 능사는 아니다.

<민병돈 유진투자증권 광주북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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