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항마 친박인사 전략공천은 ‘독(毒)’

[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새누리당 낙동강 전선이 흔들리고 있다. 부산 사상구에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문재인 노무현 재단 이사장이 선봉에 섰다. ‘좌(김)경수(경남 김해을) 우(문)성근(북강서을)’이 측면 지원을 하고 있다. 김경수 노무현 재단 봉하 사업본부장은 김태호 후보에 맞서 불꽃튀는 접전을 벌이고 있다.

낙동강 북단 경남 양산에 나오는 송인배 후보 역시 여권 후보에 뒤처지지 않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낙동강 최남단에는 3선에 도전하는 조경태(사하을) 후보가 자리잡고 있고 옆 지역구는 한진중공업사태로 곤욕을 치룬 부산 영도구가 위치하고 있다. 이미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불출마를 선언한 지역으로 여권이 불안하긴 매한가지다.

여권 상황이 않좋다보니 야권에 포위된 부산 김해갑 김정권 후보까지도 흔들리고 있다. 나아가 부산진갑에 공천 신청을 한 김영춘 전 의원 그리고 부산 진을에 출사표를 던진 김정길 전 전 행자부 장관까지 더하면 부울경(부산.울산.경남)에서 최대 10개 지역구가 야권으로 넘어갈 판이다.

야권 대권 후보로 급부상한 문재인 효과는 단순히 한 석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새누리당에 문재인 대항마가 없다는 현실이다. 정몽준, 홍준표, 김무성, 서병수 등 자천타천으로 이름이 거론되고 있지만 본인들이 고사를 하고 있다. 문 이사장이 박근혜 안철수와 함께 대선주자급으로 떠오른 마당에 감히 나서길 꺼려하고 있다. 게다가 여권에 불리한 지역이라면 ‘승부수’를 띄울 수도 있지만 여권 텃밭에서 야권 후보에게 진다는 것은 사실상 정치적 생명이 끝날 수가 있다.

급기야 당 일각에선 문재인 대항마로 ‘박근혜 차출론’이 나오고 있다. ‘적장의 목을 벤다’는 심경으로 낙동강 전선에 박 비대위원장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나라당 고위 인사는 “일단 당내 문재인 대항마가 없다는 점, 그리고 PK민심이 이명박 정권에 대한 불만은 있지만 박 위원장에 대한 호감도는 여전하다는 점, 나아가 박 위원장이 원하건 원치않건 선거 전면에 나선 이상 낙동강 전투에 올인해야 120석 이상 가져올 수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총선 패배로 이어지고 이는 곧 대선에서도 마찬가지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낙동강 전선이 무너질 경우 총선 참패를 넘어 대선 성패와 직결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나아가 그는 “박 전 대표가 나서면 당선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그럴 경우 야권의 차기 대권 주자 카드를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일조이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친박계 인사들은 ‘박근혜 낙동강 차출론’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당선 가능성을 떠나 ‘원칙주의자’인 박 위원장이 지역구를 버리고 다른 지역으로 출마하는 것 자체가 상상하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또한 굳이 총선 판을 대선 전초전 성격으로 이끌 필요도 없다는 전략이다. 친박계 한 인사는 “총선 파이를 굳이 키울 필요가 없다”며 “박 위원장이 부산에 출마해 자칫 패할 경우 대권은 사실상 물 건너가는 것”이라고 우려감을 표출했다. 오히려 이 인사는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만빵 깨져서 정신을 차릴 필요가 있다”며 “숫자만 많았지(174석) 당에 헌신하는 인사는 찾아보기 힘든 게 현실”이라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덧붙여 박 위원장이 전국을 돌아다녀야 하는 데 부산만 총력을 기울여 기대 이상의 효과를 볼 수 있을 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반응을 아울러 보였다.

이 인사는 “오히려 문재인 지역구 공천에 ‘문재인 VS 박근혜’ 대리전으로 흐를 수 있는 후보도 없지만 그런 인물을 전략 공천을 해서도 안된다”며 “박 위원장과 무관한 인물이 공천을 받아 지역민에 심판을 받도록 놔 두는 게 박 위원장의 대권가도에 도움이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친박내 일각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서병수 카드’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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