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타자·감독…메이저리그 못지않은 ‘스타워즈’

이승엽 <뉴시스>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사상 최고의 흥행이 예상되는 2012년 프로야구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각 팀의 스프링 캠프 훈련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팀워크에 많은 비중을 두는 팀이 있는가 하면 개개인의 기량을 먼저 점검하는 팀 등 방식도 제각각이다. 훈련 성과는 다음 달부터 시작되는 연습 경기를 통해 드러날 듯하다. 올해 프로야구는 국민투수·타자들의 귀환, 지난해 주역들의 비상으로 별들의 전쟁이 따로 없다. 매체를 비롯한 야구팬들이 스프링 캠프 일정, 주요 선수들의 멘트 하나하나에 관심을 쏟는 것도 이 때문. 박찬호와 김병현의 맞대결, 류현진·윤석민·김광현의 에이스 경쟁, 김태균과 이승엽의 부활,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의 우승 출사표 등 흥행 견인차가 될 만한 일들이 수두룩하다. 올해 프로야구는 3월 17일 시범경기가 시작돼 4월 17일부터 시즌 레이스에 들어간다. 몇몇 구단의 전력 변화와 올 시즌 관전 포인트를 풀어 놓았다.

 

김병현 <뉴시스>

 

프로야구 관계자들은 올 시즌을 기다리는 게 어느 해보다도 설렌다. 작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은 슈퍼스타들이 약속이나 한 듯 2012년도 프로야구 판에 뛰어들었기 때문. 야구도 다른 구기 종목, 다른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한 선수의 인기가 전체의 흥행을 좌우하기도 한다. 홈런왕 경쟁만 가열돼도 연일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게 야구인데, 올해는 에이스 투수 경쟁·메이저리거 출신 경쟁·프렌차이즈 감독 대결 등 이슈화 될 만한 화제가 많다. 야구계는 벌써부터 700만 관중을 바라고 있는데, 초반 관심도를 생각해보면 이 같은 전망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프로야구에서 첫 번째로 주목해야할 요소는 해외파들의 대거 복귀다. 하나 같이 지난해 시즌 종료 후 순식간에 급물살을 탔다. ‘넥센 히어로즈’로 들어간 김병현의 경우 철저히 비밀리에 협상 수순을 밟은 후 입단해 모두를 놀래 켰다.  

해외파, 세월 지나는 동안 ‘레전드’ 위엄 생겨… 전성기 재현 여부에 따라 희비 교차


타자 이름값으로는 김태균과 이승엽이 가장 먼저 거론되고 있다. 국내 야구를 주름잡던 시절에 일본으로 진출한 점도 동일하고, 기대 이하의 성적으로 국내에 복귀한 탓에 스스로에 대한 명예회복도 절실하다.
이승엽은 친정팀 ‘삼성 라이온즈’에게 2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선물할 각오다. 이를 위해 타선, 홈런에 대한 욕심 없이 타점에만 신경 쓸 것이라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승엽 효과로 인해 삼성은 지난해보다 우승 가능성이 커졌다. 이승엽 리더십이 타자들에게 내려가면 막강 계투진과 함께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김태균 <뉴시스>

 

8억 원(이승엽) vs 15억 원(김태균)의 대결
 

김태균은 국내 선수 연봉 킹으로 우뚝 선 만큼, ‘한화 이글스’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겠다는 마음을 비추고 있다. 이승엽과의 경쟁구도에 대해서는 “비교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다”라는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한대화 ‘한화 이글스’ 감독의 김태균에 대한 신뢰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 한 감독은 “이승엽도 좋은 타자지만 김태균은 힘이 붙어 있다. 승엽이는 나이가 있어 조금 떨어질 것이다”는 말로 김태균이 홈런왕 레이스에서 유리할 것이라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불혹의 나이에 국내 프로야구 문을 두드리는 박찬호와 국민 영웅이자 야구계의 악동으로 기억되고 있는 김병현의 복귀도 팬들에게는 꿈같은 소식이다. 팬들은 벌써부터 박찬호와 김병현이 선발 맞대결을 펼치는 경기를 떠올리면서 가슴을 졸이고 있다.  
처음 박찬호의 합류를 두고, 일각에서는 “높은 몸값에 못 미치는 실력일 것이다”, “기복이 심하고 체력적인 부분이 염려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박찬호의 최저 연봉 입단 결심, 날선 직구와 제구력의 건재 등은 우려를 기대로 바꿔놓았다. 최근 스프링 캠프 때 박찬호의 공을 상대한 한화 타자들도 정교한 구위에 감탄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한화의 경우 김태균, 박찬호의 복귀로 매체 관심의 중심으로 올라섰다. 이에 대해 ‘한화 대장’ 류현진은 “선배들 덕분에 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팀워크가 다져지고 있는 것 같다”는 내용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자신에게만 쏠렸던 관심이 분담되는 것에 대한 홀가분함도 포함돼 있었다.

핵잠수함 김병현, 폼이 실력을 말한다

성적과 관계없이 프로야구 인기 팀에 속하는 한화는 지난 시즌 중반 한때 상승세로 플레이오프 진출을 넘보기도 했다. 중위권 팀 간의 다툼에서 밀려 플레이오프 진출은 물거품이 됐지만 ‘야왕’ 한대화 감독과 류현진, 가르시아가 만든 드라마틱한 승부는 홈팬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다.
‘넥센 히어로즈’는 한화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계획이다. 당장 4위권 내로의 진입은 어렵지만, 새롭게 영입한 선수들을 활용해 홈팬을 늘리겠다는 것이 가시적인 목표다. 김병현, 심수창, 이택근 등 야구팬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선수들도 보유하게 됐다. 전원이 미혼자로 구성된 젊은 라인업은 여성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만하다.
사실 넥센 돌풍은 김병현의 선전 속에서만 가능하다. 김병현은 이런 무거운 책임감을 공백 기간 동안 야구를 하고 싶었던 열정으로 이겨내고 있다. 김병현의 포용력과 명성 덕분에 침체된 팀 분위기까지 밝아졌다고 한다.   

정민태 넥센 투수코치는 최근 스프링 캠프에서 김병현을 극찬했다. 정 코치는 “국내프로야구·미국·일본에서 맹활약한 한국투수들을 직접 봐왔다. 하지만 김병현처럼 나를 찌릿찌릿하게 만들고, 감동시킨 투수는 처음이다”고 말했다. 김병현이 하프피칭을 ‘견학’시키기 위해 다른 투수들을 모두 불러 모을 정도다.
정 코치는 김병현의 투구폼을 하체, 상체, 팔 움직임이 이상적인 폼으로 규정한 후 “그가 던지는 모습을 보니, 어떻게 그 작은 몸으로 메이저리그를 호령했는지 이해가 된다. 체격조건까지 좋았다면, 과연 어떤 엄청난 공이 나왔을지 궁금할 정도”라고 말했다.
수장전에서는 선동열 ‘KIA 타이거즈’ 감독과 류중일 삼성 감독이 주인공이다. 선 감독은 삼성에 있던 6년 동안 다섯 번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두 차례 우승을 거머쥐었다. 선 감독의 뒤를 이어 삼성 사령탑에 오른 류 감독도 부임 첫 해에 한국시리즈를 제패했다.
삼성의 순혈주의에 자극 받은 KIA는 광주의 영웅 선동열을 감독으로 데려왔고 이순철 수석코치까지 영입해 삼성 못지않은 순혈주의 색깔을 갖췄다.
지난 시즌 삼성은 133경기에서 79승 50패 승률 0.612를 기록하며 무난히 패권을 차지했다. KIA와 ‘두산 베어스’가 삼성의 독주 막을 유력한 팀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올해도 삼성이 우승하게 된다면 1980년대의 ‘해태 타이거즈’ 영광을 재현할 가능성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박찬호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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