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배구도… 프로야구 선수협, “선수 비호 없다. 영구제명 마땅”

<뉴시스>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프로축구를 비롯해 배구·농구·야구 등 국내 4대 프로 스포츠 전반에 걸쳐 승부조작 혐의가 포착됐다.

대구지검이 프로배구 승부조작을 수사 중인 가운데 지난 15일에는 프로야구에까지 승부조작이 있었다는 진술이 나왔다. 브로커들은 ‘LG 트윈스’투수 2명을 지목했다. 결과에 따라 프로야구 흥행에 먹구름이 낄 상황까지 왔다.
하지만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프로야구 승부조작설에 대해 ‘크게 염려할 수준’이 아니라는 입장을 전해줬다.
KBO 관계자는 “프로야구 승부조작은, 프로배구 조작에 관여했던 브로커들로부터 나온 얘기다. 입증할 만한 근거도 없는 상태지만, 검찰 수사에는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 브로커들이 거론한 선수가 무혐의일 수도 있기 때문에, 앞서 나가지 않고 있다. KBO 자체적으로 수사권이 있는 것도 아니므로, 각 구단이 자체적으로 조사해주길 요청한 상태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사태로 우선 표적이 되고 있는 곳은 불법 스포츠 베팅 사이트. 관련 선수들의 엄격한 문책도 중요하지만, 불법 사이트를 승부조작의 온상으로 보고 있는 시선은 연맹관계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박진경 관동대 스포츠레저학부 교수 역시 승부조작의 원인을 우후죽순처럼 생기는 불법 도박 사이트로 봤다.

지난해 검찰에게 적발된 사설 도박단 <뉴시스>

박 교수에 따르면 2007년 40여개에 그쳤던 온라인 스포츠 베팅 사이트가 2008년에는 900개, 2010년에는 7500여개로 늘어났다. 최근에는 집계조차 어려울 정도로 불법 스포츠 베팅 사이트가 횡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베팅 사이트들에서는 ‘첫 볼넷’, ‘1회 초구 스트라이크 유무’, ‘특정 회에 몇 점을 넘기느냐 유무’ 등 다양한 상품을 마련하고 실시간으로 베팅을 유도하고 있다.
박 교수는 “승부조작은 스포츠의 뿌리를 갉아먹는 독버섯과 같은 존재다. 스포츠의 매력은 경기 결과의 불확실성에 있다. 승부조작이 한번 터질 때마다 팬들은 떨어져 나간다. 불법 베팅 사이트를 찾아내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불법 베팅 사이트로의 이동 경로를 차단시키는 것이 급선무다. 온라인 성매매 사이트의 접근을 막아 효과를 봤듯이 이용자들이 해당 사이트로 가는 길목을 꾸준히 차단시켜야 한다”는 방책을 제시하기도 했다. 


반면 정희준 동아대 생활체육과 교수는 승부조작의 원인을 엘리트 체육이 가지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점으로 해석했다.
정 교수는 “운동선수들은 합숙을 통해 어려서부터 사회와 격리돼 자란다. 감독들은 제자들이 운동 외에 다른 곳에 신경 쓰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선수들은 무엇이 잘못인지 판단력이 부족해진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지난해 축구의 승부조작 사태 때 선수 외에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관련 선수뿐만 아니라 선수와 관계된 지도자, 협회 임원 등 사회 지도층도 함께 책임지는 자세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승부조작을 사죄하는 프로배구 선수들 <뉴시스>

hojj@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