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주와 성장주에 투자위해 혜안과 통찰 절실

2008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개인투자자들 손바꿈 주기 빠른 편
가치주·성장주에 투자하고 싶다면 기업의 제품, 서비스 정책 등 주목

주식시장의 특징 중 하나가 변동성이라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가 불거진 이후의 변동성은 이전과 달리 더욱 격렬하게 느껴진다.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 “3개월도 장기투자”라는 농담 같은 자조가 놀랍지 않을 정도로 개인투자자들의 손바꿈 주기가 빠른 편이다.

세태가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치주 혹은 성장주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대한민국 증시의 성장 가능성에 배팅하는 진정성 있는 투자자들도 있다. 이런 투자자들이야말로 대한민국 증시의 건전한 발전과 자본시장의 견실한 성장을 위해 실로 소중한 존재다.

가치주란 무엇일까? 간단하게 정의하면, 현재의 성장속도는 다소 느리더라도 주가가 기업의 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주식을 말한다. 이것은 미래에 어떤 계기가 주어진다면 기업가치가 재평가되는 동시에 주가 역시 저평가 국면을 벗어나게 될 가능성을 의미한다.

흔히 가치주와 성장주를 혼동하는데 성장주는 현재 가치에 비해 미래 수익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이다.

2008년 초반 가치투자의 귀재 워렌버핏이 철도주에 투자한 것이 바로 가치투자의 대표적인 사례다. 철도주는 성장가능성이 무궁한 성장주가 아니라 고유가 혹은 피크오일의 국면에서 시장의 재평가에 의해 기업 가치를 새롭게 평가 받을 수 있는 종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을 유지하며 가치주 혹은 성장주를 살펴보자.

몇 년 전부터 불어 닥친 스마트폰 열풍으로 이제는 스마트한 것과는 그다지 관계가 적어 보이는 분야에까지 스마트라는 수식어가 사용되고 있다. 스마트폰 등장 이후 전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 받는 회사는 단연 애플이라고 할 수 있다.

시가총액 기준 1위를 다투는 애플의 위대한 점은 단순히 유저 인터페이스가 탁월한 스마트기기를 세상에 내놓았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아이튠즈(iTunes)와 옙 스토어(App Store)라는 혁신적인 콘텐츠 유통환경과 생태계를 만들었고 아이오에스(iOS)를 통해 자사의 모든 하드웨어 플랫폼을 일체화시켰다. 또한 아이북(iBook)을 통해 전자책을 넘어 전자교과서 시장까지 넘보고 있으며 이제 아이클라우드(iCloud)를 통해 일단 애플 제품을 구입한 사용자들이 빠져나갈 수 없는 탄탄하고 조밀한 그물망을 만들고 있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그리고 서비스를 망라한 이 모든 작업이 하나의 뚜렷한 지향점을 향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산업 전체를 포괄하는 플랫폼의 완성이고 디바이스는 콘텐츠 및 서비스와 어우러져 강력한 시너지를 일으키며 스테잉 파워(Staying Power)를 획득한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충성도 높은 고객과 어느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막대한 수익을 얻는다. 애플이 회사명에서 컴퓨터라는 단어를 삭제한 것이 바로 1997년인데, 이때 비로소 스스로 수립한 전체 플랫폼 전략에 대해 확신했음을 보여주는 것 같다.  

소수 마니아층의 지지만 받고 있던 애플이 아이팟(iPod)과 아이튠즈(iTunes)를 처음 세상에 내놓았을 때 이것들이 탁월한 플랫폼과 생태계를 구축하는 초석이 되리라고 누가 짐작했겠는가? 애플과 스티브잡스의 위대한 점은 바로 이것이다. 마치 바둑의 고수가 장기적인 전략과 비전으로 미리 포석을 깔아두는 것과 흡사하다.

가치주와 성장주에 투자하고 싶다면 그 기업이 내놓는 일련의 제품, 서비스 그리고 정책들에 주목해야 한다. 미처 드러나지 않았지만 그것들이 시대적 트랜드에 조응하며 뚜렷한 지향점과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면 말이다. 그리고 그것을 추진하는 기업 내부의 패기와 역량이 흔들림 없이 유지되고 있다면 그 종목은 성장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종목이라고 할 수 있다. 가치주와 성장주를 찾는 투자자에게 혜안과 통찰이 절실한 이유다.

<김헌률 HMC투자증권 분당지점 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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