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선거 운동원 투신자살… 광주에선 무슨 일이?
[일요서울ㅣ정찬대 기자] 민주통합당이 광주 동구지역 박주선 전 최고위원의 선거운동원 투신자살 사건으로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직후 한명숙 대표는 진상조사단을 광주에 급파해 사건 경위를 파악하는 등 진화에 나섰지만 사건이 관권선거와 금품선거로 번지면서 ‘투신사태’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한명숙 지도부가 ‘선거혁명’이라 칭하며 국민참여경선과 모바일 투표를 적극 도입했지만 오히려 동원·조직선거라는 비판에 직면하면서 당초 취지는 빛이 바랬고 흥행몰이 또한 실패하면서 지도부 내에서는 “문제점이 많음에도 밀고 나갔다”는 자조 섞인 반성까지 들리고 있다.
한명숙 대표는 “광주 동구에서 선거인단 모집의 지나친 과열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국민참여경선 과정에 여러 장애가 있겠지만 새로운 정치를 향한 모바일 공천 혁명은 좌초되지 않을 것”이라며 모바일 선거 강행방침을 분명히 했다.
반면, 박지원 최고위원은 “일부 호남지역 선거인단 모집과정에서 과열이 발생할 것이라는 점을 수차례 지적하며 개선책을 요구했다”면서 “정보격차가 심해 과열이 일어나는 등 폐단이 예측돼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에서 예방하지 못한 것은 민주당으로서 큰 책임이 있다”고 당의 책임을 추궁했다.
민주통합당은 현재 광주 동구지역에 대한 선거인단 모집을 취소하고 이 지역을 무공천 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해당 지역구 현역의원인 박주선 전 최고위원이 이에 반발하며 ‘무소속 출마’ 의사를 피력하면서 향후 이 지역을 둘러싼 갈등과 내홍이 상당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박 전 최고위원은 사건이 일어난 후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투신한 조모씨와는 개인적 만남이 없으며, 선거인단 등록과 관련해 어떤 부탁이나 요청을 한 사실도 없다”고 부인했다. 이어 “법적으로 책임 져야할 실체적 진실이 규명되면 정치적·법적 책임을 기꺼이 감수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은 본선보다 경선이 더욱 치열한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선거인단 확보를 위해 조직·인맥을 동원하는 등 예비후보 간 불꽃 튀는 접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치열한 과열경쟁은 탈법과 불법을 가져오고 결국 이번 ‘투신자살’과 같은 사건을 불러왔다.
현재 전북 김제·완주 선거구와 전남 장성·영광·함평 지역구 등 선거인단 대리등록 등 탈·불법 행위가 호남 곳곳에서 포착되면서 당 지도부는 “후보자 자격 박탈을 포함해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러나 지역특성상 이를 근절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지역정가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편, 지난달 26일 광주 동구 계림1동 주민자치센터 부설 도서관장 조모(64·남)씨가 투신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민주통합당 경선 선거인단 대리모집에 대한 제보를 받고 출동한 선관위원들에게 “잠시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말한 뒤 5층 높이에서 뛰어내린 것이다.
선관위가 당시 현장에서 압수한 증거자료를 보면 선거인단 대리모집을 위한 주민등록정보는 물론 동 단위 단체장과 주민들의 이름이 적힌 명절 선물일지 등이 포함돼 있으며, 구청이나 주민센터에서만 열람이 가능한 ‘2012년 주민등록일제정리조사 세대명부(거주자)’ 등이 발견됐다.
또한 ‘2010·2011·2012년 명절·생일선물’ 자료를 살펴보면 현금과 홍어세트, 멸치, 인삼 등 받은 선물과 건넨 선물이 수십 명의 명단과 함께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어 상시적인 로비가 이뤄졌음을 보여주고 있다.
사건을 수사 중인 광주지검 공안부(부장검사 송규종)는 여러 물증을 통해 관권선거 및 금품선거를 의심할 만한 정황을 포착하고 계림1통장 백모씨를 공직선거법 위반혐의로 구속했다.
아울러 광주 동부경찰서는 지난달 29일 ‘관권선거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유태명 광주 동구청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으며, 필요할 경우 박주선 전 최고위원에 대해서도 소환조사를 벌이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