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계 겉으론 ‘안철수’ 안으론 ‘김문수’ 양동작전

[일요서울ㅣ 홍준철 기자]박근혜 대세론이 한동안 주춤했지만 다시 반등하고 있는 추세다. 잠시나마 안철수·문재인 열풍에 정상의 자리를 빼앗기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의 대권에 대한 ‘어정쩡한 태도’ 그리고 문재인 노무현 재단 이사장의 부산 출마에 따른 선거전에 뛰어들면서 박 위원장의 대세론이 재점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박 위원장의 대세론을 바라보는 청와대와 친이계 그리고 친박 입장의 시각은 고도의 정치 방정식을 연상케한다. 한결같이 ‘박근혜 대세론’에 경계의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속내는 차기 대권 승리를 위한 주판알 튕기기에 여념이 없다. 그 한가운데 ‘안철수’라는 변수가 숨어있음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안철수 원장의 차기 대권에 대한 마지막 입장은 1월 21일 미국을 방문하고 귀국한 자리에서다. 그는 “굳이 저 같은 사람까지 그런 고민을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대권과 거리를 뒀다. 또한 그는 “나는 정치인이 아니다”고 못을 박았다.

하지만 정치권은 안 원장의 이 말을 곧이곧대로 듣지 않고 있다. 안 원장의 정치적 행보에 따라 차기 대권 지형이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외견상 안 원장에 대해 영입을 노골적으로 하고 있는 진영은 민주통합당이다. 문재인 이사장을 비롯해 최근 민주당에 입당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대표적이다. 목표는 물론 차기 대권에서 승리고박근혜 대세론을 꺾을 수 있는 대항마로 안 원장을 꼽고 있다. 이를 위해선 안 원장이 진보통합당을 포함해 야권에서 벌어지는 후보 단일화를 전제로 하고 있다.

청와대 퇴임후 안전판-친이계 박근혜 대항마
야권뿐만 아니다. 안 원장에 대한 러브콜은 청와대를 비롯해 친이계·친박 진영에서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에선 퇴임후 안전판 확보를 위한 확실한 대권 주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박 위원장에게 대항할 마땅한 카드가 없다는 점에서 안 원장을 눈여겨보고 있다. 청와대에선 김황식 총리와 대통령 형제로부터 신뢰를 받고 있는 임태희 전 대통령 실장, 정운찬 전 총리, 김태호 전 경남지사 등이 잠시 거론됐다. 하지만 박 위원장 앞에선 작아질 수밖에 없는 그들이다.

청와대는 안 원장과 친분이 깊은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이 청와대와 안 원장간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대통령 측근중에 측근인 곽 위원장은 안 원장을 미래기획위원으로 영입한 당사자에다 수시로 전화 통화를 하거나 만남을 갖을 정도로 친분이 깊은 것으로 알려진 인사다. 하지만 안 원장이 청와대의 이런 뜻에 대해 완고하게 거부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몽준·김문수·이재오 등 친이계 역시 안 원장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최근 창당한 친이계 성향의 국민생각 또한 마찬가지다. 박세일 대표는 창당전부터 ‘안철수 김문수를 영입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친이계 진영은 안 원장 ‘대권 옹립’보다는 ‘경선’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야권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정몽준·김문수·정운찬 등 잠룡들 입장에서 거물급 안 원장과 대결을 벌여 승리를 해야 박 위원장과 대결이 해볼만하다는 나름대로의 분석이다. 최소 안 원장을 친이계 단일 후보로 만들어서라도 박 위원장과 일대일 대결을 벌이고 싶은 심경이다.

박 위원장 역시 공석에서 안 원장에 대해 호감을 표시했다. 박 위원장은 2월 20일 방송기자 클럽에서 “대세론에 안주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지지율이란 건 오르기도 하고 내리기도 하는 것”이라며 “대세론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또한 박 위원장은 안철수 현상에 대해서도 “역대 대선에서 항상 있었다”며 “그 사람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에 대해선 내가 말할 게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또한 안철수 원장과 연대 가능성에 대해 “같이할 수 있다면 좋다”면서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박 위원장 입장에서 ‘안철수 신드롬’에 대해 별것 아니라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면서도 연대 가능성 여지를 남겨두면서 ‘적’이 아닌 ‘경쟁자’가 될 수 있임을 시사했다. 나아가 박 위원장은 안 원장의 선택지가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야권이 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암시하면서 제3지대에 있을 지 아울러 집권 여당에 참여할 공산도 배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친박 진영에선 “굳이 안 원장을 적으로 삼기보다는 경쟁자로 남겨 두고 혹시라도 있을 수 있는 경선 가능성을 열어 둔 셈”이라며 “과거 노무현 정권 당시 고건 전 총리의 ‘중도 낙마’과정이나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의 대선출마 케이스, 그리고 정몽준 전 대표와의 단일화 과정 등 안 원장이 취할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염두에 둔 발언”이라고 해석했다.

안 원장 ‘문국현-정몽준-고건’ 선택은
정치권이 여야별 정파별 ‘박근혜 대세론’을 상수로 ‘안철수 카드’를 변수로 두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정치권이 아전인수격의 해석이 안 원장 입장에서 나쁠 게 없다는 입장이다.민주당에 한 친안 인사는 “안철수 신드롬의 핵심은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실망”이라며 “또한 지역, 이념, 정파로 나뉜 기존의 행태에서 벗어나 새로운 정치 바람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눈여겨 봐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그는 “안 원장으로선 차기 대권은 양손의 떡을 갖고 있는 형국”이라며 “여야로 나뉜 기존 정치권에서 벗어나 제3지대에 머물면서 대선이 가까워졌을 때 어디를 선택해도 막강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변수이자 상수”라고 덧붙였다.
 
안 원장 입장에서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을 필요성이 전혀 없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외부에서 자신의 대권 행보에 유리한 지형을 찾아 ‘킹’이 되거나 ‘킹메이커’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권이건 야권이건 후보자가 결정되고 난 이후 선수로 나서거나 심판으로 나설 수 있다는 것. 

이런 면에서 안 원장을 지지하는 측에선 안 원장이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에 입당하는 성급한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박근혜 대세론이 지속되면 되는 대로 안철수 카드는 정치권에서 절실한 카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는 곧 ‘대항마 부재론’이 안철수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박근혜 대세론이 흔들려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3인체제로 갈 경우에도 안 원장 입장에선 ‘선수’나 ‘심판’을 할 수 있는 제3지대에 머물지 당을 만들거나 당적을 갖는 행보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박근혜 대세론’이 지속되건 ‘대세론’이 ‘회의론’으로 바뀌건 대선 키는 안철수 원장의 선택에 달린 셈이다. 이런 점에서 여권이나 야권 진영이 안 원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게 정치적 현실이다.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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