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적벽대전, MBC 총파업 결과에 달려

 

▲ 지난 6일 총파업에 돌입한 KBS 노조가 여의도 신관에 모여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일요서울 | 이광영] 언론사 노조들의 인내심이 한계점에 다다랐다. 이들은 공정보도에 대한 갈증을 참지 못하고 낙하산 사장과 전쟁을 선포했다. MBC를 필두로 KBS와 YTN 그리고 연합뉴스까지 손을 맞잡았다.

연례행사처럼 벌어졌던 지난 파업들과는 달리 이번 총파업은 시간이 해결해줄만한 사안이 아니다. 파업의 강도는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개별 방송사만의 싸움은 공동투쟁으로 번졌고, 이제는 정권퇴진 운동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MBC 노동조합은 1월 30일 오전 6시부터 김재철 사장의 퇴진과 공정방송 쟁취를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했다. 시청자들은 <뉴스데스크>를 10분만 보게 됐고, <무한도전> 결방으로 웃을 시간도 줄어들었다.

먼저 칼을 휘두른 것은 MBC 사측이었다. 지난달 29일 박성호 기자회장과 홍보국장인 이용마 기자를 해고했다. 이어 스스로 보직 사퇴를 결정한 최일구·김세용 앵커 등 모두 8명에게 정직 등 중징계를 내렸고, 급기야 6일에는 노조 집행부를 상대로 30억 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노조 측도 가만히 당하진 않았다. 노조는 6일 김 사장을 배임 등의 혐의로 서울 남부지검에 고발했다. 이들은 김 사장이 2010년 취임 이후 2년 동안 법인카드로 무려 6억9천만 원을 특급호텔, 귀금속, 골프용품점, 의류매장, 화장품점, 일본 여성전용마사지업소 등에서 사적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MBC 측은 “노조가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있다”면서 “업무적인 용도의 사용이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6일 이용마 홍보국장은 “누구에게 어떤 업무용으로 썼는지는 명확한 게 없다”며 “우리는 정확한 근거가 있고, 사측의 해명은 근거가 없다”고 못을 박았다.

KBS·YTN·연합뉴스 줄줄이 파업…천군만마 등장

 MBC 노조의 외로운 싸움에 KBS 새노조가 6일, YTN이 8일 총파업을 선언한데 이어 연합뉴스도 7일부터 13일까지 총파업 찬반투표에 들어갔다. 특히 5일에는 MBC, KBS, YTN 노조가 ‘방송3사 공동파업 선포식’을 열기도 했다.

방송사들이 개별사가 아닌 연대 파업으로 수위를 높이면서 정부에 대한 압박 강도 또한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KBS 새노조의 총파업출정식에서 남철우 KBS 새노조 홍보국장은 파업 강도에 대해 “이제 시작인만큼 내부조합원들의 투쟁능력을 결집하는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김인규 사장은 취임 이후 현 정권에 비판적인 보도나 프로그램이 방송되는 것을 철저히 막았다”며 “박재완 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논문 이중게재 의혹을 다룬 <뉴스9> 보도가 누락됐고, <추적 60분> ‘천안함’ 편과 ‘4대강’ 편 역시 제대로 방송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KBS 제1노조의 파업동참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의견을 주고받은 적은 없다”며 “KBS를 제대로 된 공정방송으로 만들겠다는 대의만 있다면 언젠간 제1노조도 함께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사주와의 한판 승부를 펼치고 있는 국민일보와 부산일보도 방송사들의 연쇄 파업에 적극적인 지지를 드러냈다.

이호진 부산일보 노조위원장은 7일 “일방적으로 인사권과 편성권을 남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모습은 당연히 바람직하다”며 “앞으로도 지원할 부분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조상운 국민일보 노조위원장도 “파업의 이유가 합당하며 지지를 보낸다”며 “신문과 방송사는 다르지만 같은 언론으로서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싶다”고 밝혔다.

 방문진 정기 이사회, 성난 노조에 기름 붓다

 7일 방송문화진흥회에서 열린 정기 이사회에서 김재철 MBC 사장은 “수갑 찰 때까지 앉아있겠다”는 발언으로 사퇴 의지가 전혀 없음을 드러냈다. 또한 법인카드 사용내역에 대해 해명 자료 제출을 요구받았지만 이날 제출하지 않았으며 이미 사원들에게 “감사 결과 문제없었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져 결국 김 사장은 자신을 겨누고 있는 화살을 두려워하지 않고 현 정권의 언론 정책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정 위원장은 “만약 방문진 이사회서 김 사장이 해임되지 않는다면 끝을 향해 싸울 것이고, 그 대상은 정부가 될 것이다”라고 역설했다. 또 여야 6대3 비율로 인해 논란이 되고 있는 방문진 이사 구조에 대해서는 “총선이 끝나는 대로 방문진 이사회 구조를 합리적으로 바꾸고 현재 이사들을 모두 교체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MBC 노조의 총파업은 김재철 사장의 퇴임에서 방문진, 더 나가서 현 정부로 그 수위가 더욱 높아졌다.

정 위원장은 “다른 곳은 이제 시작단계다. 뒤에서 KBS, YTN, 연합뉴스가 받쳐준 만큼 우리가 그들의 구심점이 돼야한다”며 “먼저 파업한 우리는 지치기는커녕 분노가 극에 달해있다. 파업강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며 “다음 주 여의도광장에서 대국민콘서트 ‘10만 대한민국 으랏차차’를 개최한다. 3월 중순에는 시청광장에서 민주노총 등 여러 단체들이 주도하는 합동 촛불집회가 열린다. 이를 기점으로 국민들의 마음도 함께 타오를 것”이라며 국민들의 동의를 얻기 위한 계획을 밝혔다.

방송사들의 총파업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여의도를 지나가던 서범기(40)씨는 “파업을 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한번에 모든 것을 해결하기는 어렵다. 시청자가 담보가 될 수도 있다”며 우려했다. 반면 민혜영(30)씨는 “언론의 자유를 위해 옳은 일이다. 청와대 홍보물만 볼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더 다양하고 재밌는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 어느 정도 불편은 감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강택 언론노조위원장은 7일 “낙하산 인사의 임명권은 이명박 정부가 가지고 있다”면서 “결국 문제의 근본은 새누리당과 이명박 정부”라고 언급했다. 또한 이 위원장은 “시청자여러분께 죄송하다. 그러나 더 죄송한 것은 언론이 지금까지 제 역할을 못한 점”이라며 “언제까지 진실을 왜곡할 순 없었다. 당장의 불편한 점은 제대로 된 보도를 하기위한 과정이니 양해 부탁드린다. 지켜봐주시고 응원해 달라”고 전해 정부와의 대립은 시간이 갈수록 그 수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자칫 본격적인 정권퇴진 운동으로 확산될 수 있어 국민들의 관심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gwang@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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