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형환, 이은재 새누리당 의원이 12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유엔 유럽본부 인권이사회 회의실에서 나오던 북한 서세평 북한대사를 가로 막고 탈북자 인권문제를 항의하던 중에 양측이 몸싸움을 벌였다.<사진출처=TV조선 보도화면 캡처>

[일요서울|천원기 기자]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모였던 유엔 인권이사회(UNHRC)회의장에서 북한 대표단과 한국 국회대표단이 충돌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마르주키 다루스만 유엔 북한 인권특별보고관은 12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유엔 유럽본부 인권이사회 회의실에서 열린 19차 회의에서 ‘북한 인권 실태에 대한 보고서’를 통해 “북한에서 2011년에만 20여 건의 공개처형이 이뤄졌다”며 “북한을 탈출한 난민들이 주변국에서 다시 잡혀 북한으로 보내지는 등 이들의 보호와 안전에 심각한 우려가 제기 된다”고 비판했다. 

이날 다루스만 인권특별 보고관의 발언에 심기가 불편해진 서세평 북한대사는 “근거없는 정치적 모함”이라며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짧게 반박한 뒤 굳은 표정으로 입을 다문 채 유엔 경비원들의 경호를 받으며 회의장을 급히 빠져나갔다. 

이때 김형오 전 국회의장과 이은재ㆍ 안형환 새누리당 의원, 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 등 4명의 국회대표단이 서 대사를 둘러싸고 “북송은 절대 안된다”고 대화를 시도하다 남북 간 대표들의 격앙된 감정이 급기야 몸싸움으로 번진 것.  

특히 박 의원은 서 대사에게 직접적으로 “대화 좀 하고 싶다. 탈북자를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지 말라”며 붙잡기 위해 다가섰다. 그러자 한 북한 대표부 직원이 “어디 와서 행패를 부리냐”고 외쳤고, 다른 직원은 이 의원의 팔목을 비틀어 바닥에 넘어트렸다. 이 때문에 이 의원은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후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 역시 회의장 밖 입구에서 각국 외교관들에게 “탈북자를 살립시다”, “세이브 노스 코리아 레퓨지(Save North Korea Refugee)”라며 한국말과 영어로 외쳤다. 그 역시 ‘신체적 위협’을 가했다는 이유로 유엔 경비원들에게 강제 격리됐다. 이 과정에서 안  의원도 경비원들에게 팔이 걲이는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후송됐다.   

국회대표단은 유엔 인권이사회 회의가 끝난 직후 유엔 유럽본부에서 미국 일본 등 외신기자 10여 명과 한국 특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의 사과를 촉구했다.

이 자리에서 대표단은 “여성 국회의원에 폭력을 행사한 북한 대표단은 사과해야 한다”며 “유엔도 충분한 보호조치를 취하지 못한 것에 대해 유감의 표시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북한 대표단은 “한국 국회의들의 행동은 매우 비문명적”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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