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 독살음모 휘말리는 조선 최초 바리스타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TV 드라마 18년차, 영화 15년차에 들어선 내공 충만한 여배우 김소연(32)이 ‘접속’, ‘황진이’ 등을 연출한 장윤현 감독의 선택을 받았다. 그동안 김소연은 영화를 향한 애정에도 불구 ‘체인지’, ‘칠검’이 출연작의 전부일 정도로 활동이 없었다. 게다가 영화 ‘칠검’은 서극 감독의 홍콩 영화였고 배역 비중도 작았다. ‘검사 프린세스’, ‘아이리스’ 등 19편의 TV 드라마에서 주·조연을 꿰찬 것과는 뚜렷하게 대비된다. 하지만 김소연은 3월 15일 개봉하는 ‘가비’를 통해 그간 섭섭함을 털어놓을 준비를 마쳤다. 연기력은 물론 외모와 몸매의 매력 발산으로 영화계 초석을 새롭게 다질 기세다. ‘아관파천’ 역사를 배경으로, 커피와 고종을 둘러싼 음모와 비밀을 그린 가비에서 김소연은 고종의 바리스타 따냐로 등장하고 있다. 따냐를 목숨보다 사랑하는 일리치로 분한 주진모와의 호흡도 기대가 된다. 근대 사극의 긴장감을 김소연이 어떻게 소화했는지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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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비’ 촬영기간 동안 가장 두드러진 점은 김소연의 러시아어, 승마, 바리스타 능력이었다. 웰메이드 팩션 영화의 완성을 자신의 연기로 장식하기 위해 김소연은 어느 때보다 인내하고 자신을 단련시켰다. 커피 핸드 드립 기술을 익히기 위해 12년 경력의 바리스타로부터 기술을 전수받았고 전혀 몰랐던 러시아어도 틈나는 대로 연습해 스태프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김소연을 비롯한 배우들의 실감나는 연기는 역사적 배경과 맞물려 고종을 둘러싼 음모가 실제로 있었던 것과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검고 쓴맛이 강해서 독을 타는데 이용되기도 한다”는 김소연의 대사는 저물어가는 나라를 위태롭게 지탱하고 있는 고종의 삶과 겹치면서 무거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김소연의 열연은 관객들의 눈길을 끄는데 필요한 노출신의 삭제로도 이어졌다. 김소현이 표출한 캐릭터와 배우들 간의 감정선이 기대이상으로 잘 나와 노출신을 편집과정에서 배제했다는 것.

지난 6일 가비 언론시사회에서 장윤현 감독은 포스터에 있는 김소연의 노출이 영화 속에는 없다는 질문을 받고 “노출신을 찍지 않은 것은 아니다. 찍긴 찍었는데 (노출신이)영화의 매끄러운 뉘앙스와 배우들의 감정에 방해가 되는 것 같아 삭제했다”는 내용의 입장을 밝혔다.

여배우의 섹시미를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이슈될 만한 요소가 충분하다는 자신감으로 받아들일 만했다.

장 감독은 “따냐가 고종을 섹스어필하는 설정이 아니었기 때문에 편집에 있어서 고민은 없었다”는 내용의 발언을 덧붙였다.

가비에서 김소연은 절제와 슬픔을 오가는 표정, 미스터리한 말투 등으로 여주인공의 존재감을 확장시켰다. 이에 장 감독은 기대에 부응한 김소연에게 고마움을 표하면서, 과거 그녀의 연기에 감탄했던 자신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음을 재확인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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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감독은 “김소연을 보면서 왜 저 배우는 영화를 안 할까 생각을 하고 있던 참에 ‘아이리스’를 보고 놀랐다”면서 “캐스팅을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다급한 상황에서 평소에 느끼던 이미지들이 있어 부탁을 드렸고, 승낙을 해줬다”고 설명했다.

장 감독은 김소연의 또 다른 재능을 성실함으로 봤다. 특히 촬영 전 예상보다 ‘6배’는 더 성실했다는 극찬으로 김소연이 영화배우로서 성장하길 응원했다.

김소연은 자신의 새로운 이미지가 된 ‘성실함’이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뻔뻔함’, 잘하고 싶어서 흘린 ‘눈물’ 덕분이라고 생각했다.

김소연은 “러시아어 연기를 집에서 몇 번 시연을 했는데 다 웃어 걱정을 많이 했다”는 에피소드를 공개하면서 “촬영 전날 ‘뻔뻔해지자’고 생각했고 스스로 최면을 걸고 연기를 했다”고 고백했다. 러시아어에 능통한 배역에 대한 부담이 상당했지만 국내에 러시아어를 아는 이들이 많지 않다는 사실은 위안이 됐다.

촬영 초반 흘린 눈물은 가비에 대한 사랑과 천금 같은 기회를 날리고 싶지 않은 열정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언론 인터뷰에서 “긴장해서 대사를 틀려 속상해서 운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더 잘하고 싶고 내 자신이 답답해서 운적은 처음”이라고 털어놓은 김소연은 “이끌어 준 감독님에게 고맙고 ,힘든 시간이 뼈가 되고 살이 된 것 같은 느낌”이라는 말로 개봉을 앞둔 소감을 전했다.

촬영 시작 둘째 날부터 클라이막스 장면과 맞닥뜨린 김소연은 한 달 중 절반을 숙소에 들어가서 울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감독의 집요함이 버거운 적도 많았지만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친 장면은 완성작으로 바라볼 때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고.

‘가비 사건’의 배후인 조선 출신 일본인 사다코로 분한 유선 역시 언론시사회 자리를 통해 “작품이 잘 돼 감독님은 바로 다음 작품에 들어가고, 김소연은 신인상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말로 영화의 성공을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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