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정부 때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한광옥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서울 관악갑 공천에 탈락했다. 그는 곧바로 “반칙이 난무하는 민주당은 국민의 희망이 될 수 없다”고 탈당을 선언했다.

그가 정치자금법 관련 사건에서 유죄 선고를 받은 전력이 도덕성 잣대에 걸렸다고 하는데, 유사한 사건으로 유죄를 선고받은 이부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서울 강동갑에 무난히 공천됐다.

이런 이해하기 어려운 일은 여러 군데서 벌어졌다. 같은 전직 의원끼리 노무현계나 옛 열린우리당 출신에겐 공천장이 주어지고, 김대중계나 구 민주당 사람에겐 낙천 통보가 날아들었다.

또한 한명숙 대표가 동문 이화여대 출신을 주요 당직에 중용한데 이어 전략공천자로 동문을 챙기는 행태마저 보였다. 옛 민주계를 대표하는 박지원 최고위원이 친노부활, 특정 학맥 탄생을 비판하고 나서는 상황이 됐다.

이처럼 민주통합당 공천에 원칙이 안보였고 쇄신과 감동이 없었다. 새로 영입했다는 인재 축은 대다수가 법조인이었다. 민주통합당이 갑자기 오만해졌다.

최근 정당 지지율에서 새누리당에 역전 당한 건 오히려 그렇지 않다면 이상 했을 정도다. 한명숙 대표는 얼마 전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MB정부의 실정에 대한 반사이익만 기대해서는 총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 지도부는 엄지혁명으로 부르는 국민 경선을 통해 후보를 선정하겠다고 밝혔지만, 향후 전략지역으로 선정될 곳까지 포함한다면 전체 지역구 중 국민경선이 치러지는 지역은 절반도 겨우 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당 지도부급 인사들이 대부분 단수후보로 결정돼 지도부의 경선기피를 비판 하는 소리가 많다. 이렇다 보니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두관 경남지사의 입당 시너지 효과를 까먹을 수밖에 없다.

얼마 전까지는 수도권과 부산경남의 정치지형이 훨씬 유리해졌던 게 사실이다. 당 안팎에서 국민공천이 사무실 공천으로, 혁신공천이 기득권 공천으로 전락했다는 혹평이 나왔다. 야권 연대 역시 희망적이지를 못하다. 민주통합당 최고위원회 내부에까지 경고등이 작렬하고 있다.

정치는 잃어버린 권력을 되찾으려고 하고, 얻은 권력을 지키려고 하는 공학이다. 민주통합당이 새누리당에 비해서 도덕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자부하면서 쇄신의 핵심인 공천에서 감동이 없으니 당 지지율이 낙하 할 수밖에 없다. 한명숙 대표는 민주통합당을 반드시 살려놓겠다는 주장만 있을 뿐 내용 없는 지도력을 타나냈다. ‘과거’만을 굳건히 부여잡고 계파 갈등을 노골화 시켰다.

물갈이 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단지 현역의원을 얼마나 많이 탈락 시켰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그 빈자리가 어떤 인물들로 채워졌는가 하는 점이다. 민주통합당 덕분에 새누리당이 살아나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이명박 정부 심판론으로 민심을 끌어 모았지만 이번 4·11선거의 상대는 이명박 정부가 아니다. 쇄신을 부르짖는 새누리당이란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누구나 불안한 변화를 원치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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