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재구 발행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MBC노조와 가진 영상 인터뷰에서 “정권에 따라 언론의 경연진이 바뀌고 보도방침이 바뀌는 것은 정말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김재철 MBC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파업 중인 노조 측을 지지한 발언이다.

그동안 언론사와 개별적 접촉도 피하고 정치적 입장을 밝히지 않은 그가 얼마 전 중국대사관 앞 탈북자 농성현장을 찾은데 이어 가진 MBC 노조와의 개별인터뷰라 관심이 더하다. 안원장은 “방송은 공공재이기 때문에 어떤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바뀌지 않을 수 있는 계속 사명감을 갖고 진실을 보도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과제”라고 했다.

그는 김재철 사장처럼 법인카드를 2년에 7억원 쓰는 것이 가능하겠느냐는 노조 측 질문에 “말도 안 된다”고 일축했다. 정치권에선 안원장의 최근 움직임이 총선 국면에서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메시지정치’를 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반면 그를 옹호하는 쪽은 안철수 원장이 평소 우리사회의 정의와 공정성에 대해 일관된 원칙을 이야기해왔다는 점에서 그 연장선상으로 해석한다.

또 안원장이 시대정신의 관점에서 국민의 편에 섰다는 의미를 부여 하고 있다. 안교수가 탈북자 농성장을 찾아 보수의 이슈로 진보진영에서도 공감대를 넓히는 절묘한 정치력이 발휘됐다는 시각도 있다. 정치권이 공천정국으로 이전투구 하는 와중의 행보라 더 참신해 보이기까지 했다. 관심권에서 멀어 질만 하면 등장하는 안교수를 보고 그가 정말 정치를 할지 말지를 궁금해 하는 국민이 많다.

안교수의 행보가 새삼스레 궁금한 이유는 정치권의 과거회귀적 행태 때문이다. 4.11 공천이 친박-친노 라는 과거 프레임에 발이 묶였다. 시대적 전환기에 국회의원 공천은 시대를 한참 거슬렀다는 혹평이 난무한다. ‘친박’ ‘친노· 386’이 한국 정치의 미래를 이끌 핵심 키워드가 되기엔 과거 세월의 무게가 너무 버겁다. 안철수 교수의 최근 행보가 이런 정국 형태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친박’ ‘친노386’이 과거회귀적 코드이면, 안철수는 시대정신의 미래지향적 코드임에 틀림없다. 때문에 안철수로 대표되는 시대정신의 불씨가 살아야 한다. 새누리, 민주 양당이 강력한 비상대권의 칼을 휘두르게 된 배경이 ‘안철수 바람’ 때문이었다. 기성 정치문화에 대한 냉소가 정치 지형을 바꿔놓았다. 안철수는 쓸데없이 ‘보수 대 진보’라는 진영 논리에 휘말리지 않았다.

탈북자 강제북송에 반대하며 단식농성을 하던 박선영 의원이 기절하자 진보진영이 ‘무슨 쇼를 하나’며 냉소했다. 탈북여성 1호 박사인 이애란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장은 동포의 죽음을 외면하는 현실을 비애하며 단식농성을 이어갔다. 그 현장에 안교수가 나타났다. 그는 의도했든 아니든 간에 대권레이스에 발을 깊이 담그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도, 민주통합당 대표도, 문재인 고문도 “안원장과 함께 할 수 있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치는 몇이 모여 하는 연구가 아니라 세력을 모아서 꿈을 현실로 만드는 예술이란 점에서 안철수의 ‘시대정신의 불씨’를 살리는 역할을 주문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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