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회의 참여한 김건모, “내 노래 루시아가 불렀으면 좋겠다”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지난해 정규 1집 ‘자기만의 방’을 내놓은 가수 루시아(26·심규선)가 데뷔 이후 가장 큰 기회를 맞았다. KBS ‘불후의 명곡2’(자유선언 토요일-불후의 명곡2: 전설을 노래하다)에 합류하게 된 것. ‘불후의 명곡2’는 MBC의 ‘나는 가수다’와 비슷한 형식을 취하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인데 11%대의 시청률로 ‘나가수’ 이상의 고정 팬을 확보하고 있다. 불후의 명곡2 ‘김건모 특집’에서 루시아는 ‘다비치’ 강민경, 홍경민, 박재범, 알리, 노브레인, ‘브라운아이드소울’ 성훈 등 14팀의 가수들과 함께 김건모의 히트곡을 불렀다. 루시아가 부른 곡은 김건모의 ‘미련’이다. 그녀의 합류는 녹화방송 불과 일주일전에 확정됐는데 김건모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이뤄졌다. 첫 싱글앨범 때부터 루시아를 좋아했던 김건모가 제작진에게 ‘그녀의 노래를 들어보라’고 권유했고, 제작진 또한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것. 루시아는 “김건모 선배가 내 음악을 들어본 적이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알았다”며 기뻐했다.

 

가요계 전설 김건모 덕분에 생애 첫 TV 출연...단독 공연 후 칭찬 이어져

루시아는 ‘불후의명곡2’ 방송을 앞둔 일주일을 “피가 마르는 시간 이었다”고 표현했다. 기존 아이돌처럼 연습생 시절부터 TV 출연에 대비한 것도 아니고, 무명가수에 가까운 자신에게 예고도 없이 이런 기회가 찾아오리라고 생각하지 못해서다. 홍대 재즈클럽, 대학로 공연장 등에서 오랫동안 관객을 맞이한 그녀였지만 수많은 방청객, TV 방송이라는 개념은 새로운 각오가 필요한 도전이었다.

루시아는 “설레임도 있었지만 두려움이 더 컸던 것 같다. 이런 기분이 경연 당일까지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무대에 오르는 순서가 후반부여서 선배들의 공연을 감상할 수 있었는데, 다들 굉장했다. 하나 콕 집을 수 없을 정도로 감동적인 무대가 이어져, 나 역시 혼신의 힘을 다해 불렀다”고 말했다.

루시아는 김건모의 애잔한 발라드 곡 ‘미련’은 그녀만의 색깔로 담았고, 김건모의 만족스런 심사평을 이끌어냈다. 본격적인 가수로서의 첫 발을 내딛은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시청자들에게 자신의 매력을 확실히 전달한 것. 김건모 편은 지난 10일과 17일 방영됐다.

이번 출연으로 루시아는 올해 초반 목표로 세웠던 ‘왕성한 활동’의 토대를 단단히 다지게 됐다.

 

 

<정우영 기자>wyjung@ilyoseoul.co.kr

 탁월한 감정이입과 전달력으로 무대 가득 

사실 루시아는 대중가요를 폭넓게 듣는 이들 사이에서는 미모와 실력을 겸비한 여자 솔로 가수로 인지도가 높다. 지난해 라디오 게스트로 출연했을 당시에도 배우 최강희와 개그우먼 박지선이 루시아의 팬임을 자처했다고. 13곡이 들어있는 데뷔 정규앨범 ‘자기만의 방’은 대중음악 평론가로부터 ‘감성과 정서로 똘똘 뭉친 웰 메이드 팝’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에피톤 프로젝트’와의 작업 때부터 루시아의 목소리를 좋아했던 팬들은 “또박또박 부르는 보컬 스타일에서 흔들림 없는 부드러움이 느껴졌다”는 감상평을 달기도 했다.

1집 자기만의 방에서 가장 큰 인기를 누렸던 곡은 ‘부디’, ‘어떤 날도 어떤 말도’, ‘안녕, 안녕’이라는 곡이다. 서정적이면서도 차분한 멜로디, 가사가 특징인 위 3곡은 앨범 전체 분위기에 영향을 주면서 루시아를 발라드 여가수의 기대주로 만들었다.

하지만 루시아는 한 가지 이미지로 정착되기 보다는 다양한 시도를 통한 음악 작업을 우선순위로 뒀다.

루시아는 ‘1집에서 인기를 누렸던 곡이 다음 앨범 작업에 참고가 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중들이 원하는 곡만 부르는 것이, 꼭 대중들을 만족시키는 길은 아니다”며 “아직 첫 단계이니 많은 시도, 많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마음을 쏟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 예는 1집 수록곡 ‘꽃처럼 한철만 사랑해 줄 건가요’라는 곡에서도 엿보였다. 전형적인 발라드 사운드와 차별성을 띈 이곡은 여성들 사이에서 공감대가 형성돼 타이틀 곡 못지않은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UCC 동영상 20만 조회수도 화제

음악을 향한 루시아의 관심과 노력은 어릴 때부터 꾸준했다. ‘김건모의 선택으로 혜성처럼 등장했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앞으로 점점 늘어날 수도 있지만, 그 ‘행운’은 십년 이상 노래만 불러온 ‘내공’으로부터 나온 것이나 다름없다.

성당 성가대 활동으로 노래 부르기와 가까워진 루시아는 작곡자로도 활동하는 신부님으로부터 곡을 받아 ‘제4회 PBC 창작 생활 성가제’에서 대상(솔로)을 수상했다. 독실한 천주교 집안에서 자랐기 때문에 누릴 수 있던 기회였다. ‘루시아’라는 예명도 세례명인데, 집에서는 다들 루시아라고 불러 초등학교 입학 때 심규선이라는 이름이 자신을 부르는 것인 줄 몰랐을 정도라고.

루시아는 성가제 수상을 시작으로 ‘2004 여수국제 록페스티벌’ 국무총리상 대상(고등학교 밴드), ‘2005 MBC 대학가요제’ 금상(‘아스코’) 등으로 재능을 뽐낸다.

연달은 성과를 놓고 루시아는 “아무것도 모를 때였는데 단지 운이 좋았다”고 말했지만 성가를 필두로 펑크, 재즈, 애시드, 록 등의 장르를 소화했다는 사실 자체가 그녀의 폭넓은 음악적 시도와 관련이 깊다.

 

1집, ‘에피톤 프로젝트’ 프로듀싱 빛나

2006년 이후 루시아는 가수 지선의 뒤를 잇는 ‘러브홀릭’ 메인보컬 오디션에서 1위를 차지하며 빠른 가수 데뷔를 알리는 가 했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3년간 공백을 겪는다. 열심히 준비하다 보면 기회가 올 것이라 믿고 아르바이트 등으로 시간을 보냈다고. 주로 보컬 레슨과 홍대 재즈 클럽 ‘클럽 에반스’ 공연 등으로 생활을 이어갔다. 현 소속사인 ‘파스텔 뮤직’과의 인연은 2009년부터 시작됐다. ‘파스텔 뮤직’은 국내 인디뮤직 뮤지션들이 몸담고 있는 기획사다.

올해로 파스텔 뮤직 소속 4년차에 접어든 루시아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에피소드로 이번 ‘불후의 명곡2’ 출연과 뮤지컬 ‘마법사들’의 주인공 연기를 꼽았다.

루시아는 “2010년 대학로 소극장에서 ‘마법사들’을 공연했는데 매회 혀를 내두를 정도로 힘 들었다. 동료 배우들에게 연기를 배우면서 노래를 불렀는데 자살을 하는 가수 역을 맡아, 하루에도 몇 번씩 감정의 극과 극을 오갔다”고 전했다.

루시아는 “주인공의 스토리가 비극적으로 종결돼, 삶과 죽음에 대한 고민도 들었고 에너지가 쭉쭉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 때 견딘 경험은 이후 재산으로 자리 잡았다고.

 

“무조건 많이 활동하고 싶어요”

올 상반기 안으로 미니앨범(EP) 발매를 계획하고 있는 루시아는 “내 수준을 알기 때문에 사력을 다해서 부를 뿐 어떤 기교를 더하려는 욕심은 내지 않겠다”고 말했다. 첫 앨범 수록곡 중 3곡을 작곡할 정도로 성장을 거듭했음에도 불구, ‘아이돌 스타나 가창력이 풍부한 가수들에 비해 너무나도 부족하다’며 겸손을 표한 것.

변하지 않는 요소를 묻는 질문에는 “여성 싱어 치고는 중저음대가 강한 편이라 답답하게 전달되지 않으려고 애쓴다. 가사 전달도 그 이유가 되는 것 같다. 가사가 잘 들리지 않는 곡은 완벽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루시아에게 있어서 어떤 노래 안에 가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별하다. 셰익스피어와 여류작가 버지니아 울프를 정말 좋아하며, 실생활, 픽션에서 얻은 영감을 가사로 옮기는 게 취미라고.

루시아는 “음악이 재미있기 때문에, 부족한 가운데서도 에너지가 샘솟는 것 같다. 그러나 이 길이 아니다 싶으면 언제든지 그만둘 것이다. 하고 싶지 않은 상태에서 부르는 노래를 누가 좋아 하겠나”라며 마음이 있어야 만이 다른 것도 따라온다는 생각을 전했다.

<정우영 기자>wyjung@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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