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포읍(경기도 광주시 소재) 아파트 건설 비리 의혹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건축 인허가 과정에서 정관계 고위 인사들이 금품을 수수한 사실이 검찰 수사결과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부터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이미 박혁규 전의원과 김용규 광주시장, 광주시청 공무원 10여명을 구속했다. 지난 4일에는 손학규 경기도지사의 측근인 한현규 경기개발연구원장(전 경기도정무부지사)이 업체로부터 수억원대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됐다. 또 최근에는 정찬용 전 청와대인사수석이 인허가 청탁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오포읍 아파트 건설 비리가 대형 권력형비리로 비화될 조짐마저 일고 있다.

검찰 주변에서는 이 사건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정관계 거물급들의 실명이 나돌고 있다. 검찰이 오포읍 아파트 건설비리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것은 지난해 11월부터다. LK건설이 오포읍 신현리 일대에서 건축 인허가를 받기 위해 지역 인사들에게 금품 로비를 했다는 첩보를 입수했기 때문. 검찰은 대검 중수부(부장 박영수)에 사건을 배당하고 검사 3명, 수사관 20여명을 투입해 1년 가까이 전방위 수사를 벌이고 있다.

현역 의원·광주시장 구속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지난해 12월 당시 김용규 광주시장과 한나라당 박혁규 의원을 뇌물 수수 혐의로 전격 구속했다. 현역 의원과 시장 구속으로 일단락되는 듯했던 이 사건은 지난 6월 박 전의원의 재판 과정에서 새로운 첩보가 입수되면서 다시 확대됐다. 박 전의원이 오포읍 고산리에서 시행사인 정우건설로부터 지구단위계획 변경 승인 청탁과 함께 2억5,000만원을 받은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또 지난 4일에는 한현규 원장이 인허가 청탁명목으로 정우건설로부터 수억원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전격 구속됐다.

특히 최근에는 정찬용 전수석도 인허가 과정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다. 여기에 당초 이 지역의 도시계획 수립에 반대했던 건설교통부가 감사원의 지적을 받고 방침을 바꾼 것으로 드러나 외압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단순한 비리건이 아닌 대형 권력형비리로 비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검찰도 이번 사건이 중앙부처 공무원들은 물론 현정권 실세들까지 연루된 대형 게이트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석연찮은 인허가 과정

따라서 검찰은 아파트 사업계획 승인 과정에 관련된 중앙부처 공무원들을 조만간 소환 조사하는 한편 필요할 경우 정찬용 전수석도 소환한다는 방침이다. 또 건교부가 인허가와 관련해 당초 입장을 바꾼 배경과 이 과정에서 외압이 있었는지 여부도 철저히 파헤칠 계획이다. 실제로 건교부는 지난해 5월 ‘지구단위계획 수립이 불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렸지만 감사원의 감사를 받은 후 같은 해 10월 ‘수립 가능’으로 방침을 변경했다. 이 과정에서 ‘외압’ 의혹이 제기됐고, 청와대 인사수석실이 외압 대상으로 거론됐다. 정우건설 브로커인 L씨(구속)는 검찰 조사에서 “당시 정찬용 인사수석에게 사업이 잘 되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 전수석은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경남 거창에서 시민운동을 할 때 알던 L씨로부터 부탁 전화를 받았다”고 시인하면서도 “청와대 민원실로 넘겨 처리하라고 했다”며 ‘외압’ 의혹을 일축했다. 하지만 정 전수석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외압’ 의혹은 증폭되고 있다.

청와대 김만수 대변인은 14일 “당시 문의한 주체가 정 전수석 본인인지, 인사수석실 직원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정 전수석이 받은 청탁이 청와대 민원창구에 공식 접수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는 “청와대 민원실에 접수시켰다”는 정 전수석의 해명과 배치되는 것이다. 청와대 인사수석실의 K 행정관이 지난해 8월 ‘사업 불가’ 방침을 정한 건교부의 실무 국장을 사무실로 직접 불러 경위를 조사했다는 사실도 외압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 이와관련 건교부 고위 관계자는 광주시 아파트 사업에 대해 지구단위계획 승인 불가를 통보한 이후 청와대 인사수석실에 ‘호출’을 받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거물급 대거 연루 의혹

이처럼 오포읍 아파트 건설비리건이 청와대 외압 의혹으로 비화되는 등 대형 권력형 비리로 확대될 조짐이 보이자 정관계는 검찰 수사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실제로 검찰은 조만간 오포읍 아파트 건설 인허가 과정에 관여한 건교부와 감사원 관계자들을 소환 조사한 후 정 전 수석도 소환해 경위를 파악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중앙부처 관계자들에게 지난해 건교부가 아파트 건설에 필요한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불가’ 입장에서 ‘가능’으로 선회한 배경을 집중 추궁한다는 계획이다. 또 정 전수석을 상대로 인허가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를 밝혀내는데 수사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검찰의 칼날이 중앙부처 공무원과 청와대를 정조준하고 있는 형국이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이 대형 게이트로 비화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면서 정관계에 또 한차례 사정태풍이 불어 닥칠 것을 예단하고 있다.

실제로 검찰 주변에서는 벌써부터 이번 사건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정관계 거물급들의 실명이 나돌고 있다. 이른바 ‘오포리스트’에는 정치권 거물 A씨와 정부 고위인사 B씨, 차기 대권주자 친인척인 C씨 등 정관계 거물급들이 상당수 올라 있다. A씨는 다선 의원 출신으로 노무현 대통령과도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장관급인 정부 고위직을 맡고 있다. 두 사람의 연루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향후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이들의 혐의가 드러날 경우 노 대통령과 정부는 도덕성에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2003년 ‘재신임 정국’을 초래했던 단초가 최도술씨 등 노 대통령 측근들의 비리였다는 사실은 이러한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청와대가 정 전수석의 ‘외압’ 의혹이 불거지자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며 검찰 수사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 C씨는 차기 대권주자 친인척이라는 점에 비춰볼 때 그의 연루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여야 정치권은 정치탄압 등 치열한 정쟁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 오포읍 어떤 곳권력형 비리 의혹 불거져 ‘제2의 수서’ 오명

권력형 비리 의혹으로 떠들썩한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은 신도시 예정지인 판교지구에서 5㎞남짓 떨어져 있다. 신도시 예정지와 인접해 있어 ‘제2의 분당’이라고 불렸지만 최근에는 각종 비리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제2의 수서’라는 불명예를 얻고 있다.이 지역 국회의원과 광주시장, 경기도 개발연구원장 등이 오포읍 아파트 개발 인허가 과정에서 업체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이미 구속됐고, 최근에는 청와대 정찬용 전수석 등 권력실세의 외압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10년 전 도시계획,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 ‘주민의견 무시하는 광주시 행정 물러가라’ 등 오포 읍내 곳곳에 걸려 있는 플래카드는 이 곳이 개발과 관련해 잡음이 적지 않음을 대변하고 있다.

오포는 서울과 분당에서 가까운 지리적 위치 때문에 아파트가 들어서면 이 지역 땅값도 크게 상승할 것으로 부동산 업자들은 전망했다. 때문에 수년 전부터 외지인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투자가 성행했고, 인구도 두 배 가량 증가했다.하지만 정작 이 지역 주민들은 근심만 늘어나고 있다. 투자 이익은 이미 외지인들이 다 챙겼고, 각종 비리 의혹이 불거지면서 민심만 흉흉해지고 있기 때문이다.여기에 개발이 지연되면서 기대했던 개발계획 자체가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주민들의 걱정을 가중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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