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20일 사회보장기본법 전부개정을 위한 공청회를 열고 자신이 구상하는 '복지국가'의 모델을 선보였다.

박 전 대표가 자신이 발의하는 법안에 대해 직접 공청회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사실상 차기 대선을 앞둔 정책 발표의 첫 행보가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18대 국회 상임위원회로 전반기에 보건복지위원회, 후반기에 기획재정위원회를 선택한 박 전 대표는 1년여 동안 각계 각층의 전문가 그룹을 만나 조언을 구하며 복지 정책 분야 전반에 대한 연구에 매진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 복지 패러다임의 전환

박 전 대표가 1월에 발의할 예정인 사회보장기본법 전부 개정안은 '일부' 개정안이 아닌 '전부' 개정안이라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1995년 제정된 사회기본보장법은 생존권적 기본권과 행복추구권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지만, 최근 경제·사회의 급속한 발전으로 인한 새로운 복지 환경의 변화에 대처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박 전 대표는 공청회 인사말에서 "복지는 경제와 사회의 전체 틀과 맞물려 함께 가는 것"이라며 "지금 정책의 틀을 잘 짜서 복지 지출이 후세대의 부담이 아니라 희망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표는 개정안을 통해 4장 35개 조항으로 구성된 현행 기본법을 7장 42조항으로 대폭 확대했다.

특히 기본법의 목적과 기본이념, 정의 등을 명시하고 있는 제1장 1조와 2조의 조문도 변경됐다.

개정안은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규정하던 제1장 1조 기본법의 목적을 '사회보장정책의 수립·추진과 관련 제도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규정하는 것으로 보다 구체화했다.

사회보장의 정의를 설명하는 2조에서는 질병, 장애, 노령, 실업, 사망 등의 사회적 위험요소에 출산과 양육이 포함돼 저출산·고령화의 시대적 환경변화를 반영했다.

◇ 복지정책의 통합과 조정

박 전 대표는 "오늘 내가 제안하는 한국형 복지모델의 핵심은 선제적·예방적이며 지속가능하고 국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통합 복지시스템"이라며 "국민이 어려움에 내몰리지 않도록 예방하고 똑같은 돈을 써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틀을 가꾸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근혜표 복지'의 특징은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별로 난립해있는 사회보장제도를 사회보장기본법을 기초로 통합 관리해 정책의 연계성과 연속성을 보장하고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것이다.

개정안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사회보장 장기발전계획과 연도별 시행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지방자치단체는 그 하위법의 성격인 지역사회복지계획을 만들어 시행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사회보장심의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해 매년 사회보장 통계를 생산하고 심의토록 하는 한편, 사회보장제도가 올바로 시행되고 있는지 사후 관리하는 모니터링 전담기구를 운영할 수 있게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 '박근혜표 복지'의 기대효과

이날 공청회에 발표자로 나선 안종범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행 사회보장 기본법은 형식적인 법률로 존재할 뿐 미래 환경 변화에 대응한 효율적인 사회보장 틀을 구축하는데 한계가 있다"면서 "박 전 대표의 전부 개정안이 복지정책의 운영체계를 재정비하는 역할을 통해 국민의 복지만족도와 복지실효성, 복지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최성재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최성재 교수도 "우리나라는 이제 막 복지국가의 초기 단계에 있어 선진국보다 유연하게 시대적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며 "현 시점에서 복지국가의 체질개선을 할 경우, 강한 선진복지국가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힘을 실었다.

이번 사회기본보장법 전부 개정안 발의는 차기 대권을 앞두고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복지라는 화두를 박 전 대표가 조기에 선점하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박희태 국회의장은 축사를 통해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우리 대한민국은 이제 복지화의 길로 가야 한다. 복지대국이 되는 것은 피치 못할 우리의 운명이 될 것"이라며 "오늘은 이러한 역사적인 흐름 속에서 유력한 미래권력인 박 전 대표가 한국형 복지의 기수로 취임하는 날"이라고 추켜 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이날 공청회 직후 "이번 공청회가 향후 대권행보의 본격적인 출발점으로 해석해도 되겠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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