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밥 먹는 거 가지고…빨리 돌아오라”

[맹철영 기자] photo@dailypot.co.kr

민주당 허광태 서울시의회의장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급식에 반대하는 것에 대해 측은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밥’은 우리나라 사회의 미덕이었고 아이들에게 밥을 주자는 것 가지고 ‘딴죽’을 걸고 있는 것은 볼 성 사납다는 것이다. ‘망국적 포퓰리즘’이라는 오 시장의 비판에 대해서도 “언론에 대고 떠드는 것 자체가 선전선동이자 포퓰리즘”이라고 역공을 펼쳤다. 또한 허 의장은 “오 시장이 당으로부터 억눌림을 당하고 전임 시장인 이명박 대통령 그늘에서 있다가 무상급식을 통해 정치적 돌파력을 보여주려고 한다”면서 “차기 대권을 위한 출구 전략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허 의장은 “지난 4년간 시장직을 해오면서 시의회도 한나라당 시장도 한나라당이다 보니 온실속의 시장처럼 지내왔다는 느낌이다”며 “시장직을 포기하지 않을 거면 빨리 돌아오라”고 충고했다. 허 의장과의 인터뷰는 지난 12월 13일 서울시의회 2층 의장실에서 이뤄졌다. 다음은 허 의장과의 일문일답.

- 친환경 무상급식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 의회가 갈등을 빚고 있는데 현재 심경은.
▲ 밥 먹는 거 가지고 갈등으로 비쳐지고 있는 것에 대해 서울시민에게 부끄럽고 송구스럽다. 우리에게 미덕이 만나면 ‘밥 먹었느냐’, ‘식사하셨습니까’, ‘진지 잡수셨나요’ 인사를 나눈다. 우리 아이들에게 눈칫밥 먹이지 말자고 추진하고 있는 것인데 오 시장의 반대하는 모습에 한 인간으로서 당혹스럽다. 무상급식은 차별 없는 급식으로 식생활 개선 그리고 농촌 살리기 등 일거다득인 미래지향적인 복지 정책이다. 정치적 논란으로 쟁점화하는 것에 대해 심한 분노와 안타까움을 갖고 있다.

- 오 시장은 ‘망국적 포퓰리즘’이라며 ‘전면전’을 할 태세다.
▲ 한쪽 눈에 반쪽 가슴을 가지고 보고 있는 것 같다. 그런 단어를 쓴다는 것 자체가 어울리지 않는다. 오 시장은 무상급식 조례가 통과될 때 서울시에 출석하지 않고 언론에 대고 반박했는데 그게 바로 선전선동이자 포퓰리즘이다. 서울 시의회가 통과한 무상급식 조례는 예산 21조 원(시 교육청 예산 제외)중에 0.3%인 700억 원정도인데 이게 망국적 포퓰리즘이라고 하는 게 이해가 안 간다. 오 시장이 추진하고 있는 한강 예술섬, 서해 뱃길 사업에는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

- 오 시장은 서울시민에게 세금 폭탄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 서울시만 하는 게 아니라 교육청, 각 구청, 그리고 서울시와 의회가 함께하는 정책이다. 서울시 혼자 부담하는 게 아니다. 이미 시 교육청에선 3개 학년에 대해 예산을 편성했고 각 자치구는 1~2개 학년을 부담하고 있다. 내년 초등학교 전체를 보면 1~2개 학년만하면 되고 여기에 소요되는 비용이 700억 원이다. 서울시가 전체적으로 예산을 감당하는 양 비쳐지는 것은 왜곡된 주장이다.

- 오 시장이 계속 출석거부를 하면 어떻게 되는가.
▲ 시장을 안하겠다는 뜻이거나 시장직을 포기한다는 뜻이다. 오 시장은 원래의 직분으로 돌아와야 되고 돌아오리라 믿는다.

- 예산 처리가 안될 경우 시의 경우 가예산을 집행하면 되지만 각구청은 재정 상황이 힘들어 시의회가 양보하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있는데.
▲ 8대 의회에 와보니 서울시가 빚 잔치하게 생겼다. 내년도 예산은 현재 21조가 전년도 대비 추산치인데 실질적으로 각 자치구로 내려가는 것은 매칭 사업 등 일부분이다. 서울시가 그동안 해왔던 대로 자치구에 현 재정 상태에서 넉넉하게 줄 수 없는 상황이다. 물론 자치구 예산도 서울시 예산이 조기 집행이 안될 경우 힘들 것이다. 현재 상태로서는 시의회는 예산을 준비하고 있고 오 시장이 돌아오면 당장 내년도 예산을 심의·의결할 준비가 돼 있다.

- 오 시장이 ‘무상 급식’을 가지고 ‘전면전’을 치루는 것을 보고 대권행보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라는 시각이 있는데.
▲ 애들 먹는 거, 밥 주는 거 가지고 다툼이 생긴 것은 시장이나 의회로선 바람직스런 모습은 아니다. 특히 오 시장은 일반적으로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사람이기에 이런 행위가 자신의 뜻과는 다르다고 하더라도 대권 행보의 첫 시작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을 수 있고 실제로 사실일 수도 있다. 혹자는 대권출마 시나리오로 1단계가 무상급식이고 2단계 예산 3단계가 서울광장 등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러나 어린 아이들, 미래 학생들에게 밥 주는 것을 빌미로 한다면 결코 얻을 게 없다. 당으로부터 억눌림, 정치적 돌파력을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 대권 출구 전략으로 삼으려는 것처럼 보인다.

- 오 시장의 무상 급식 공약과 민주당 서울시의회 무상급식은 어떻게 다른가.
▲ 서울시의 무상급식은 저소득층 대상으로 차상위 계층까지 무상급식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8대 서울시의원 다수는 가난하든 부자든 배우는 학생들에게 똑같이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부자들까지 줘야 하느냐”며 ‘부자급식’이라고 비판하고 있지만 부자들은 세금을 더 낸다. 부자에게도 복지가 가야 한다. 앞으론 보편적 복지의 시대다. 보편적 복지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복지 혜택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 오 시장이 추진하는 사업중 대표적 예산 삭감 대상 사업은.
▲ 예술섬하고 서해 뱃길 사업 등은 눈에 띌 정도로 예산 삭감을 각 상임위별로 추진하고 있다. 서해 뱃길 사업의 경우 1천억 원이 넘는다. 예술섬은 5천억 원이 들어간다고 한다는데 서울시의회에서 볼 땐 1조 원정도까지 추산하고 있다. 한강 르네상스 사업은 2012년까지 수십조 사업이다. 8대 의회는 행정적 성과주의나 전시성 행정, 토목 사업은 멈추고 필요할 경우 일부 완급 조절하고 나머지는 복지 쪽으로 전향해 예산편성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 가까이에서 본 오 시장을 평한다면.
▲ 대권 후보로 바라보면서 언급하는 것은 어렵다. 인간적으로 볼 때 매우 합리적이고 진취적인 면이 있다. 하지만 너무 완벽주의자다. 작은 실수 하나도 인정하지 않으려하는 경향이 있다. 4년간 시장직을 해오면서 한나라당이 시의회도 한나라당, 시장도 한나라당 이렇게 하다보니 감시와 견제가 없는 온실속의 시장으로 지내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 예산안 처리 계획과 향후 8대 의회 목표는.
▲ 12월 3일부터 6일까지 상임위별 예산심의를 했고 7일부터 14일까지 예산결산위원회에서 예산심의를 거쳐 17일 날 본회의장에서 최종 방망이를 두들기게 돼 있다. 8대 의회는 삶에서 허덕이는 절대 다수의 서울시민의 정책을 펼쳐나갈 것이다. 보편적 복지를 근간으로 일자리 창출, 영유아 탁아시설 확충, 노인 복지, 체육문화시설을 확충해 삶의 질이 높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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