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고양시 강력반발… 서울시 묘안 없어 ‘전전긍긍’

[일요서울 | 전수영 기자] 물러설 수 없는 수도권 대전쟁이 시작됐다. 수도권매립지, 서울시립 승화원, 난지물재생센터 등이 위치한 인천광역시와 고양시 주민들은 서울시 시설로 인해 발생한 문제의 해결 방안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서울시가 가진 합리적인 해답을 못 내놓고 있다. 서울시는 기존 시설을 시 내부로 이전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시설 현대화와 주변 지역을 새롭게 조성하는데 금전적 도움을 주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생각 속에는 ‘님비’(Near In My Back Yard) 현상이 자리 잡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단순히 시설 이전 부지가 없다는 것이 아닌 관내에 시민들이 싫어하는 기피시설을 옮기는 것이 부담되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는 인천시와 고양시 주민들도 마찬가지다.
제대로 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자칫 인천시와 고양시 주민들의 강한 반발을 살 수 있어 서울시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상태다.
[일요서울]은 서울시와 인천시·고양시 사이에 주민기피시설을 놓고 벌어지고 있는 수도권 대전쟁을 살펴봤다.

경기도 고양시에는 서울시립 승화원과 난지물재생센터 등 총 8곳의 서울시 시설이 위치해 있다.

이른바 ‘벽제 화장터’로 알려진 서울시립 승화원은 1930년 서울시 홍제동에 건립되었으나 1970년에 현 위치로 이전해 현재는 23기의 화장로가 있으며 주로 서울시 주민과 고양시, 경기도 주민들이 이용하고 있으나 타 지역 주민도 이용할 수 있다.

지역 주민들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지만 아직까지 지역 주민들에게는 환영받지 못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서울시립 승화원 인근 지역주민들은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고양시는 승화원 주변을 공원화 해 위화감이 들지 않도록 조성해달라고 서울시에 요구하고 있다.

박원순 시장 취임으로 대화 물꼬 터지다

고양시는 이전부터 승화원을 비롯한 난지물재생센터 등 서울시 시설물로 인해 발생한 피해에 대한 보상과 함께 시설 현대화를 요구해 왔다.

이런 고양시 요구에 서울시의 반응은 냉담했다. 대화 테이블을 갖자는 고양시의 제안에도 서울시는 뚜렷한 답변을 하지 않은 채 차일피일 미루는 듯한 모습을 보여 고양시 주민들의 반발은 계속해서 커졌다.

최성 시장은 2010년 지방선거에 당선되자마자 고양시 내 주민 기피시설에 대한 서울시의 구체적인 해결책을 요구했다. 그러나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최 시장 간의 약속이 파기되고, 지역 국회의원과 이면 합의가 있었다는 소문 등이 돌며 두 시의 관계는 극도로 악화됐다.

고양시 주민들은 수십 년간 기피시설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며 이에 따른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실력행사까지 나설 태세였다.

그러나 박 시장이 취임해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이면서 서울시와 고양시 간의 대화는 급물살을 탔다. 박 시장은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시절부터 기피시설 문제에 대해 서울시가 잘못하고 있으며 고양시의 주장이 옳다는 의견을 피력해 왔다.

고양시 관계자는 “서울시도 문제해결을 위한 대화에 적극적이다”며 “하지만 빨리 한다고 해서 좋은 것만이 아니기 때문에 시간제한을 두지 않고 꼼꼼히 진행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고양시 주민들이 지역 내에 위치한 서울시 시설물의 이전은 불가하다는 것에 공감하고 있으며 문화·복지 차원의 보상을 어떻게 할 것이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누가 더 많은 예산 쓰느냐가 관건

서울시와 고양시가 대화를 진행한 지 4개월여 됐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합의사항이 도출되지는 못한 상태다. 하지만 양측 모두 희망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있어 이 문제가 자칫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대화를 잠시 멈추기는 했지만 지속적인 실무자들 간의 협의가 이뤄지면서 조만간 큰 틀에서의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합의가 이뤄진다고 해도 문제는 예산으로 귀결된다. 시설의 현대화는 서울시에서 책임질 문제지만 주변 지역을 주민 친화적으로 조성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은 결국 서울시와 고양시가 부담을 나눠야 해 어느 시가 돈을 더 많이 쓰느냐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서울시와 고양시는 각각 자신들의 예산을 적게 쓰려고 하고 있다. 어느 시도 한정된 예산 속에서 이 사업에 예산을 많이 사용할 경우 다른 사업에 투입되는 예산을 줄이거나 아예 편성할 수 없기 때문에 예산 문제를 놓고 팽팽한 신경전이 예상된다.

단기간에 끝나는 사업이 아닌 지속적으로 예산이 투입돼야 하는 상황이기에 서울시는 자칫 시민들의 반발을 직면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인천시 “수도권매립지 사용 연장 없다”

서울시와 고양시 간의 기피시설 해결 방안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서울시에서 발생한 쓰레기 처리 방안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시계제로’ 상황이다.

서울시는 1978년부터 1993년까지 쓰레기를 매립하던 난지도매립장의 매립 용량이 다함에 따라 1992년부터 인천시 서구 오류동의 수도권매립지를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인천시의 발전 계획이 본격화되면서 수도권매립지 인근에 주거시설이 들어섬에 따라 쓰레기 매립에 대한 반발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인천시가 동북아시대의 주요 거점 지역으로 조성하고 있는 청라국제도시에는 주민들이 계속 유입되고 있으나 2016년까지로 제한된 수도권 매립지 사용연한을 늘릴 수도 있다는 소문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인천시는 기본적으로 수도권매립지는 2016년까지만 사용할 것이며 더 이상의 연장은 없다는 기본 방침을 세운 상태다.

서울시에 쓰레기 대란 오나

인천시가 사용기간 연장불가 방침을 세운 상황에서 서울시가 선택할 수 있는 당장의 차선책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서울시는 쓰레기 분리수거가 생활화돼 매립하는 쓰레기양이 크게 줄어들면서 2016년 이후에도 매립지 공간이 충분한데도 불구하고 사용을 멈춘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사용기간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서울시의 주장에 인천시 내에서도 일부 공감대가 형성되기는 했지만 지역주민 반발이 워낙 크기 때문에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주민투표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결론이 어떻게 날지는 모르지만 만약 수도권매립지 사용기간 연장을 합의한다고 해도 지역주민들에게 반드시 동의를 구해야만 한다. 이 경우 주민투표까지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도권매립지를 놓고 예상되는 결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 서울시와 인천시가 합의를 통해 매립지 사용기간을 연장하고, 이런 결과를 주민투표에 부쳐 결정하는 방법이다. 만약 사용기간 연장을 주민들이 찬성할 경우 서울시는 지역발전 계획에 예산을 투입하면 된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주민투표까지 간다고 해도 사용기간 연장은 장담할 수 없다.

두 번째, 매립지 사용기간이 끝난 이후 서울시와 인천시가 각각 자신들의 지역 내에 대체 매립지를 찾으면 된다.

가장 쉬운 방법이지만 서울시와 인천시 모두 매립지 후보 지역의 주민들을 어떻게 설득시키느냐가 관건이 될 수밖에 없다. 쓰레기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하지만 자신들의 지역에 매립지가 들어서는 것을 반길 주민은 없어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서울시의 경우 난지도매립지를 재사용한다는 얘기가 돌았지만 현재까지 확정된 구체적인 방안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으로 남은 4년 안에 대체 매립지를 찾지 못한다면 서울시는 쓰레기 대란을 맞는 위기상황에 몰릴 가능성도 있다.

인천시 경우도 수도권매립지가 관내에 있지만 허가권자인 서울시의 허락 없이 매립지에 쓰레기를 버릴 수는 없어 현재 다방면으로 매립지 후보지역을 물색하는 등 다각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서울시만을 위한 사업전개가 문제

고양시 내의 주민 기피시설과 수도권매립지 문제의 근저에는 서울시가 발전을 위해 타 시도와 논의 없이 진행된 일방적인 태도 때문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당시는 현재처럼 지방자치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지 않아 협의보다는 힘의 논리가 작용했으며 그 폐해가 지금에서야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지금이라도 박원순 시장이 고양시와 인천시의 요구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한 것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이라 볼 수 있지만 이 또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수습책에 그칠 수 있어 협상과는 별도로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서울시는 올해 이 문제와 관련해 예산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상황이며 만약 별도의 예산을 책정한다면 서울시 예산을 다른 시도를 위해 사용한다는 서울시민의 원성을 들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서울시와 인천시, 고양시 사이의 협상은 이와 비슷한 문제로 지역 간 갈등을 겪고 있는 다른 시도들의 선례로 남을 수 있어 결과에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jun6182@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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