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지난 20일 발표한 비례대표 명단에 문제 있는 인사들이 다수 포함돼 논란이 일고 있다. 기여입학제·민영화 찬성론자, 부자 증세 반대론자 등 다수의 ‘친재벌 인사’를 당선권의 비례대표 후보군에 포진시켜 새누리당이 약속해온 ‘경제민주화 인사’ 공천은 온데간데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비례대표 10번에 낙점된 이만우 고려대 교수(경제학)는 대표적 복지 경계론자로 지난 대선 때 이명박 대통령 캠프에서 재정분야 자문을 맡았다. 그는 지난달 한국경제학회 신임 학회장으로 취임하면서 한 언론 인터뷰에서 “복지 공약을 낼 때는 재정조달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도록 국가재정법을 고쳐야 한다”며 “재정 계획이 없으면 복지 공약을 발표하지 못하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부자 증세’는 반대하고 대학 기여입학제는 찬성한다. ‘반값 등록금’이 논란이던 지난해 6월 “반값 등록금 해법으로 대학 정원 외 1~2% 수준으로 기여입학을 허용하자”고 주장한 바 있다. 부자 증세에 대해선 “파이를 키우지 않고 있는 사람에게 더 거둬 나눠주는 축소지향적 정책”이란 입장이다.
12번 안종범 성균관대 교수(경제학부)는 2007년 대선 경선 때 박 위원장이 내놓은 ‘줄푸세 공약’(세금 줄이고 규제 풀고 법질서는 세운다)을 주도했고, 13번 김현숙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전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는 보고서 등을 통해 법인세 감세 효과를 강조해왔다. 이명박 정부가 초기 인천국제공항 민영화를 추진할 당시 “모든 공기업들을 대상으로 민영화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박근혜 위원장이 ‘경제민주화를 실천할 인사를 챙기겠다’고 직접 이야기했는데도 그런 인사가 없다”며 “박 위원장이 아무 의지가 없거나 무능하다는 걸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원전 홍보에 주력해온 민병주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위원을 1번에 배치한 것을 두고도 뒷말이 많다. 한 당직자는 “일본 원전 사고 이후 반대여론이 큰데 총선이 임박해 논쟁만 불러일으키는 공천”이라고 말했다. 진보신당은 “핵 마피아 홍보대사도 국회 진출시키려 하나? 민 후보 공천을 개탄한다”고 논평했다. 민 연구위원은 민계식 전 현대중공업 회장의 조카로 알려져 있다.
6번 후보 주영순 목포상공회의소 회장은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당적을 갖고 있다가 2008년 이상득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의원에게 아들과 함께 1000만원을 후원하는 등 ‘철새’ 논란을 사고 있다.
2번을 받은 김정록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중앙회장은 장애단체 쪽 비례대표 후보를 민주적으로 선정하기 위해 ‘2012 장애인총선연대’를 만드는 데 앞장섰으나 본인이 절차를 무시하고 직접 공천 신청을 해 장애단체의 비판을 사고 있다.
비례 19번을 받은 류지영 한국유아교육인협회 회장도 출신 학교 때문에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류 회장은 지난 2010년 숙명여대 총동문회장에 선임된 뒤 이제까지 활동하고 있다. 특히 한영실 숙명여대 총장이 공천위원으로 있어, 한 총장이 추천한 것이 아니냐는 사천 논란이 일고 있다.
새누리당 공천위는 쌀 직불금 불법신청 등으로 논란을 빚은 비례대표 15번 이봉화 한국보건복지정보개발원장의 공천을 취소하기도 했다.                     
<조기성 기자> ks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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