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의원까지 “쥐새끼 무리가 정부 망치고 민주주의에 도전”

▲ <사진=리셋 KBS 뉴스9 보도내용>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청와대가 민간인 불법사찰에 관여했음이 드러나는 2619건의 문건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사찰 문건에는 고위 공무원을 비롯해 공기업 임원, 언론계, 금융계, 국회의원, 일반 민간인 등 폭넓게 사찰한 사실이 적혀 있어 검찰의 적극적인 수사가 요구된다.

KBS 새노조는 29리셋 KBS 뉴스9’을 통해 청와대 지시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실 점검1팀에서 광범위한 대상을 사찰한 후 작성한 하명사건 처리부’ 2619건을 단독 입수해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그간 사찰대상으로 알려진 남경필 의원과 김종익 씨 외에도 한 산부인과의사, 서울대병원 노조, 촛불집회 관련단체 등이 사찰대상에 포함되어 있었다. 재벌, 야당정치인, 노동단체, 언론인 등도 청와대의 감시를 받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청와대 전방위 사찰의혹공개문건 빙산의 일각

공개된 문건에는 이세웅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 김문식 전 국가시험원장, 김광식 전 한국조폐공사 감사, 박규환 전 소방검정공사 감사 등 노무현 정부 때 임명된 공기업 임원들이 대거 포함돼 있었다. 사찰대상이었던 이들은 대부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사퇴했다.

박 전 감사는 참여정부 인사 중에 공기업 감사는 제가 마지막까지 있었을 것이라며 그러다 보니 총리실 민간인 사찰팀에서 집중적으로 8번 정도 왔었다고 말했다.

고위공직자에 대한 감찰보고서에는 장·차관의 복무동향 등도 기록돼 있었다. 어청수, 강희락, 조현오 등 경찰 고위직과 장수만 전 국방부 차관, 윤여표 전 식품의약품안전청장, 최성룡 전 소방방재청장 등은 물론 공기업 사장들도 모두 감찰 대상이었다.

이들에 대한 공무보고서에는 국정철학의 구현’, ‘직무역량’, ‘대외관계’, ‘도덕성 및 복무기강등의 항목을 두고 별점 5점 만점으로 개별 점수가 정리돼 있기도 했다.

하지만 신뢰성에는 의문이 남아있다. 당시 장수만 전 차관, 강희락 전 경찰청장에 대한 공무보고서에는 도덕성에 대해 만점을 주고 있으나 장 전 차관과 강 전 청장은 건설현장 식당 비리에 연루돼 형사 처벌된 바 있다.

그럼에도 사찰 보고서는 공직자 인사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이상희 전 국방부장관의 경우 자존심이 강한 독불장군형이라고 평가를 내리고 있는데 보고서 이후 5개월 만에 경질됐다.

이 뿐만 아니라 중간급 간부에 대한 사찰도 이뤄졌다. 지방경찰 총경급 100여 명에 대한 인사파일이 발견됐고 경찰에 비판적인 글을 썼다는 이유로 모 경찰대 교수가 사찰대상에 올랐다.

또 전·현직 경찰 등의 모임인 무궁화 클럽에 대한 사찰 보고서만 150여 건에 달했다.

야당에 대한 사찰도 이뤄져 김유정 민주통합당 의원과 민주당에 입당한 홍영기 전 서울경찰청장의 동향도 보고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찰은 언론계도 피할 수 없었다. 200993일 작성된 ‘YTN 최근 동향 및 경영진 인사 관련 보고라는 문건에는 신임대표(배석규 사장)는 취임 1개월 만에 좌편향 방송 시정 조치를 단행했다. 친노조, 좌편향 경영, 간부진을 해임 또는 보직 변경했다며 당시 직무대행이던 배 사장을 정식 사장으로 임명할 것을 건의했다. 이 보고서가 작성된 지 한 달 만에 배 사장은 정식 사장으로 임명됐다.

2009825일 작성된 ‘1팀 사건 진행 상황이라는 문건에서는 ‘KBS, YTN, MBC 임원진 교체 방향 보고라는 항목이 발견돼 청와대가 KBS, YTN, MBC 사장과 임원 인사에 직접 개입한 것도 확인됐다.

이밖에 강정원 전 KB국민은행장,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비자금 사건이후 설립한 삼성고른기회장학재단, 화물연대, 현대차 전주공장 노조 등 재계와 금융권, 노조에 대해서도 광범위하게 사찰이 진행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새노조 취재팀은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검찰수사가 시작된 지난 2010년까지 매년 이런 식의 하명 사건 처리부를 만들어왔다고 전했다.

이번에 공개된 문건들은 검찰이 총리실 윤리지원관실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찾아낸 자료의 일부에 불과하다 취재팀에 따르면 이들 자료는 윤리지원관실 수사관 5명 중 단 한 명의 컴퓨터와 그가 보유했던 UBS메모리에서 검찰이 찾아낸 것으로 나머지 4명이 보유했던 자료가 모두 인멸된 것을 감안하면, 실체 사찰내역은 방대했던 것으로 추정했다.

대통령 하야 해야총공세” VS 불똥 튈까 노심초사

야당들은 일제히 새누리당과 청와대를 향해 공세를 퍼붓고 있다.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는 이날 강원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결국 열쇠를 쥔 사람은 이명박 대통령이다. 이 대통령이 직접 자신의 증거인멸 인지 여부 등 사실관계를 밝히고 사건에 연루된 모든 인사들에 대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철저하게 수사하도록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장진수 전 주무관의 잇따른 고백으로 재수사가 시작됐다검찰이 과연 이에 대한 수사를 제대로 할지 의심스러운 지경이라고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김유정 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마침내 청와대가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을 진두지휘한 정황이 드러났다“BH는 청와대를 지칭하는 약자이다. BH는 블루하우스인 동시에 범죄하우스임이 여실히 드러난 셈이라고 비난했다.

박영선 민주통합당 MB·새누리심판국민위원회 위원장은 국회에서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도 이 사찰기록을 청와대와 공유하면서 활용해왔다이제는 범국민적으로 대통령 하야를 논의해야 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우위영 통합진보당 공동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지금이 박정희 유신 정권 치하가 아닌가 일순간 착각할 정도로 가공할 일이 현실로 드러난 것이라며 총리실 민간인 불법 사찰은 이제 단순 가담자 몇몇에 대한 경미한 처벌이나 스스로 이 사건의 몸통이라 자처한 일개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 선에서 해결되거나 납득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청와대를 압박했다.

우 대변인은 청와대 일선 간부가 이처럼 방대하고 무차별적으로 정권의 운명을 가를 수 있는 사건의 몸통이라는 것은 지나가던 소도 웃을 일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해명하고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만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새누리당은 철저한 수사와 책임자 엄벌을 촉구하면서도 당혹해 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당내에서는 4·11총선을 12일 앞둔 시점에 불법사찰 문제가 최대 쟁점화 되면서 총선판도 자체가 뒤흔들리까봐 노심초사 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우선 불법사찰에 대해 강력히 비판하고 엄정수사를 요구해 사건의 파장이 당으로 튀는 것을 최대한 막아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박근혜 중앙선대위원장은 대전역 광장에서 열린 합동 유세에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그 일을 저지른 사람이 누구인지 상관없이 철저하게 수사해 책임 있는 사람은 엄벌해야 한다민간인 사찰은 반드시 근절돼야 할 중대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상일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대변인도 논평에서 민간인 사찰 실태가 사실이라면 매우 충격적이다. 과거 김대중 정권이 정·관계 인사와 언론인을 상대로 자행한 광범위한 불법도청을 연상케 하는 이번 사건은 인권유린이자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범죄행위라면서 검찰은 성역 없는 수사를 통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관련자를 엄벌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불법사찰 눈감은 검찰, 뒤늦은 해명

검찰은 이날 ‘KBS 노조 발표 자료에 대한 입장을 통해 이번에 보도된 자료와 내용은 종전 수사 과정에서 공직윤리지원관실 점검1팀 직원에게 압수한 USB에 들어있던 자료라며 검찰이 법원에 증거로 제출해 이미 공개된 내용이라고 밝혔다.

이어 검찰은 당시 USB에 들어있던 자료와 내용을 모두 확인하고 점검했다범죄혐의가 인정되는 부분은 기소하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정식으로 내사 입건해 내사종결 처리했다고 해명했다.

검찰관계자는 내사종결한 부분은 주로 정관계, 공직, 사회 동향 등을 정리한 내용이거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직무범위 내 활동이어서 범죄구성요건을 충족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불법사찰 사건을 재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방윤해 형사3부장)은 최종석 전 청와대 행정관에 대해 증거인멸 교사와 공용물건손상 교사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최 전 행전관은 검찰 압수수색 2일 전인 201077일 장 전 주무관에게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다.

특별수사팀은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30일 소환에 불응함에 따라 31일 오전 10시까지 출석할 것을 재통보했다.

이런 가운데 KBS 새노조 측은 이번 문건에서 확인된 사찰 피해자에 대한 사생활 침해 문제 등을 검토한 뒤 다음 달 초 불법사찰 내용을 추가 폭로하겠다고 밝혔다.

todid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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