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이념 정당인 통합진보당이 4·11 총선에서 20명 이상의 당선자를 내서 원내교섭단체를 만들 공산이 커졌다. 이는 여야 양당체제 국회에서 이념 정당이 국회 사상 처음으로 캐스팅보트의 키를 거머질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통합진보당은 야권연대 협상에서 민주통합당으로부터 16개 지역의 공천 양보를 받아내고 또 경선을 통해 14곳을 확보해 모두 30개 지역에 야권단일호보를 냈다. 경선조작 주장으로 시끄럽지만 어떤 형태로든 크게 깨지지 않는 방법을 찾을 것이다.

노무현계가 주축이 된 민주통합당은 올해 대선국면에서 통합진보당을 파트너로 한 것이다. 그 배경에 DJ직계와 노무현계와의 이념적 거리감이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다. DJ직계인 동교동계보다 노무현계가 상대적으로 진보성향이 강하다는 점에서다. 민주통합당의 공약은 이미 통합진보당을 따라 붙고 있다. ‘한미 FTA 폐기', 제주 해군기지 공사 전면 재검토는 통합진보당의 핵심입장이다.

이로써 4·11총선이 새누리당과 야권단일후보 간 양자 대결구도가 만들어진 듯 해 보이나 그건 턱없는 소리다. 진보진영이 전국 245개 전 지역에 단일후보를 출전시키는 반면 보수는 새누리, 자유선진, 국민생각, 선관위 유권해석에 따른 새누리당 가산점 경선불복의 무소속 출마 등으로 분열하는 지역이 많다. 자유선진당이 충청권 장악을 벼르고 있고, 국민생각당이 새누리당 낙천자를 중심으로 세를 불릴 계산이다.

새누리당의 고전이 불 보듯 해 보인다. 보수진영은 지난해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전교조 지지를 받은 곽노현 진보 단일후보에 불과 1.1% 표차로 보수 이원희 후보가 패한 사실을 똑똑히 기억해야한다. 새누리당이 야권단일화에 대해 “정체성 모를 야합이자 선거만 이기면 그만이라는 탐욕의 극치를 보여줬다”는 안일한 논평 보다 같이 보수진영의 단일화 노력을 했어야 옳았다.

좌우 접전지역은 서로의 텃밭인 호남과 경북지역을 제외하고는 거의 전 지역에 걸쳐서다. 특히 서울 경기 수도권이 초박빙의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이판에 보수후보가 난립하면 결과는 보나마나다. 진보당이 외교안보 분야에서 추진하는 ‘사회의 근본을 바꾸는 변화’란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고 한미동맹 중심의 안보 체제에서 벗어나겠다는 말이다. 한미동맹이 깨지고 난 뒤의 정책은 무엇인지 가늠하기 조차 어렵다.

민주통합당은 12월 대선 승리를 위해 진보당의 도움이 더 절실해질 것이고, 그에 따른 진보당의 요구는 한계를 넘어설 것이다. 공동정부 구성을 목표로 삼을 것이다. 이제 진보당 주요정책이 국가 현안으로 떠오를 날이 머잖아 보인다. 가까스로 새누리당이 19대 국회의 다수당 입지에 성공해도 진보 공동전선을 깰 수 없을 것이다.

좌파 연합세력 바람이 경제, 교육, 환경, 노동분야 전반에 거세게 불어 닥칠 것이다. 벌써 두 당은 출자총액 제한, 순환출자 금지 등 재벌들 수술을 위한 입법과 중과세 대상 확대를 예고해 놓고 있다. 두 당이 재야 인사들과 머리를 맞대고 만든 ‘대한민국을 변화시킬 20개 약속’에는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시해서 교사와 공무원의 정치활동 보장 등 우리 내부 이념 갈등을 조장할 정책안이 빼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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