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 입에 지퍼라도 달아야 할 판’

강용석 - 이재명 - 이만의 - 안상수

2010년 정치권은 잇따른 섹스 스캔들로 곤욕을 치러야 했다. 강용석 의원의 ‘아나운서는 다 줘야 한다’, 이만의 환경부 장관의 ‘숨겨진 딸’, 이재명 성남시장의 ‘김부선 스캔들’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보온병 실언’으로 망신을 당한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가 한해를 마감하던 연말에 다시 ‘자연산 발언’을 더하면서 2010년을 화끈하게 장식했다. 2010년 정치권을 달궜던 화제의 섹스 스캔들을 총정리 한다.


# Worst 1 강용석
‘아나운서 하려면 다 줘야’

2010년 정치권 섹스 스캔들의 으뜸은 단연 강용석 의원의 ‘아나운서 발언’이었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강 의원은 지난해 7월 16일 국회 전국대학생토론회가 끝난 뒤 회식자리에서 아나운서 지망 여학생에게 “아나운서 되려면 다 줘야하는데 그래도 하겠느냐”, “대통령도 영부인만 없다면 네 (휴대전화) 번호를 따고 싶었을 것”이라는 등 여성비하 또는 성희롱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큰 파장을 일으켰다. 강 의원은 같은 달 21일 자신의 성희롱 발언을 보도한 중앙일보 기자를 출판물에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검찰은 강 의원에게 고소당한 중앙일보 기자에 대해서는 혐의가 인정되지 않아 불기소 처분했고, 되려 강 의원을 무고 등 혐의로 지난해 9월 8일 불구속 기소했다.

중앙일보 보도가 나간 직후 배포한 보도자료와 해명이 허위사실 배포에 의한 명예훼손에 해당된다는 검찰의 판단 때문이다. 강 의원은 또 사건의 발단이 된 대학생토론회 뒤풀이 자리에서의 아나운서 비하 발언으로 여성 아나운서들을 모욕한 혐의도 받고 있다.

앞서 검찰은 강 의원을 수차례 불러 조사를 벌였으며 성희롱 발언의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발언이 있었던 회식자리에 참석한 연세대학교 토론동아리 학생들을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의원은 지난해 11월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그동안 자숙의 시간을 갖고 여러가지 많은 깨달음과 가르침을 얻었다”며 “4개월 만에 처음 국회에 나왔는데 국민의 생각을 반영해 말하는 국회의원으로서의 해야 할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뒤 국회에 복귀했다. ‘아나운서 발언’ 등으로 소속 당인 한나라당에서 제명당한 강 의원은 현재 아나운서 협회로부터 지속적인 사퇴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 Worst 2 이재명
‘김부선 스캔들’

문제의 발단은 지난해 11월 11일 김부선과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 내용이 보도되면서부터 시작됐다.

김부선은 인터뷰에서 변호사 출신의 피부 깨끗한 정치인 A씨와 인연을 소개하면서 “총각이라는데 그 인생 스토리가 참 짠하더라고. 인천 앞바다에서 연인들처럼 사진 찍고 지가 내 가방 메주고 그러면서 데이트를 했다”면서 “그러고서는 며칠 안 가서 같이 잤다”고 했다.

김부선은 당시 자신의 심경에 대해 “정말 오랜 세월 혼자 외롭게 보냈다. 그렇게 나한테 적극적인 남자는 없었다”면서 “진짜 행복하더라. 다 지난 일이지만 그땐 여자로서 고마웠다”고 털어놨다. 김부선은 또 A씨는 자신에게 총각이라고 했지만 알고 보니 유부남이었다고 폭로해 해당 정치인의 도덕성까지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김부선은 해당 정치인의 실명을 거론하지 말 것을 요구했지만 ‘네티즌 수사대’는 해당 정치인에 대한 신원파악에 나섰고, 지난해 4월 A씨가 한 지역신문과 가진 인터뷰 기사에 ‘김부선’이라는 이름으로 “거짓말로 밖에 안 보인다. 나한테 총각이라고 했잖아”라는 댓글이 달린 것을 찾아냈다. 해당 정치인은 이재명 성남시장으로 압축됐고 기정사실화 되는 분위기로 굳어졌다. 이에 이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의 기사를 보도한 조선일보 등 일부 언론과 논평을 낸 자유선진당 등 정당에 대한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 시장은 지난해 11월 16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아, 김부선씨 관련 보도 때문이냐. 노코멘트 하겠다”고 말했다. 지역 정가에서는 이 시장의 ‘김부선 스캔들’에 대해 별다른 문제제기 없이 대강 넘어가는 분위기이며, 현재 뒷말만 오가는 상황이다.


# Worst 3 이만의
‘숨겨진 딸 친자 확인 소송’

이만의 환경부 장관에게 ‘숨겨진 딸’이 있다는 의혹은 MBC의 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사건은 2년 전에 벌어졌는데 언론이 대부분 침묵으로 일관하거나 소극적 보도 행태를 보여 최근에서야 이슈가 됐다.

사건의 발단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 30대 여성이 환경부 장관에 막 취임한 이 장관이 자신의 친아버지라며 법원에 친자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이 여성의 주장에 따르면 이 장관이 35년 전 자신을 임신한 어머니를 버리고 떠났다는 것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현직 장관이 이 같은 불미스런 스캔들에 휘말렸다는 것만으로도 충격 그 자체였다.

하지만 사건은 아리송하게 흘러갔다. 당사자인 이 장관이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 장관은 재판에서 “결혼하기 전 종로의 한 다방에서 문제의 여성과 사귄 적은 있지만 친딸 관계는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장관은 소송을 낸 원고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며 부인하면서도 1심에서 재판 날짜를 두 차례 연기했다. 유전자 감정을 세 차례나 거부하기도 하면서 “정말 친 자식이 아니냐”는 의혹이 정관계 안팎에서 터져 나왔다. 1심 재판부는 “DNA 검사에 응하지 않으면 친자로 간주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2심에서도 이 장관은 유전자 감정이 예정된 날짜에 돌연 해외 출장을 가는 등 석연찮은 행보를 보였다. 그러다 최근에 들어서 친딸이라고 주장하는 여성과 합의를 하겠다고 나선 상태다. 합의를 하겠다면서 이번에도 항소심 선고를 하루 앞둔 지난해 12월 23일 또 다시 선고 날짜를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 유전자 검사 등 친자여부 입증에 사실상 회피하다시피 했던 이 장관이 합의하겠다고 나섬에 따라 사건의 진실은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힌 것으로 보인다.


# Worst 4 안상수
‘자연산 발언’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에게 2010년은 최악의 해였다. 보온병 발언으로 전 국민의 조롱거리가 된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터진 ‘자연산 발언’으로 대표직 마저 압박 받고 있는 처지다.

안 대표는 지난해 12월 22일 오전 서울 용산구 후암동에 있는 한 중증장애아동시설을 방문해 “요즘 룸에 가면 오히려 ‘자연산’을 찾는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안 대표를 동행 취재한 여성 기자 3명이 함께 있었다. 안 대표가 이날 ‘자연산 발언’을 하게 된 배경에는 인기 걸 그룹 ‘티아라’가 있었다. 티아라는 한 케이블 방송 프로그램 촬영을 위해 나경원 의원실에서 일일 보좌관 체험을 했는데, 안 대표는 이날 시설에서 동행한 기자들과 식사를 하면서 티아라가 화제가 되자 “난 얼굴을 구분 못 하겠겠더라. 요즘엔 다들 성형을 하니”라면서 “요즘은 성형을 얼굴만이 아니라 다 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동석한 원희목 의원(대표 비서실장)은 MBC의 한 드라마에 나오는 여성 주인공을 지칭하며 “얼굴에 보톡스를 맞아서 코가 주저 앉았더라”며 “성형을 그렇게 많이 하면 안돼”라고 거들었다. 여기서 안 대표의 ‘자연산 발언’이 터져 나왔다. 원 의원이 여성 기자들에게 일일이 “여기 앉아 있는 기자분들은 성형 안 해도 되는 분들이네”라며 “(성형)했어요?”라고 묻자 안 대표는 갑자기 “요즘 룸에 가면 오히려 ‘자연산’을 찾는다고 하더라”면서 “요즘은 성형을 너무 많이 하면 좋아하지 않아. 자연산을 더 찾는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자연산 발언’ 파문이 일파만파 커지자 야당과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거센 사퇴압박에 시달려야 했고, 급기야 교체설까지 나돌았다. 안 대표는 결국 이 일로 대국민 사과성명을 내고 공식사과하는 등 ‘수모’를 당해야 했다.


# Worst 5 청와대 행정관
‘성접대 의혹’

청와대 행정관에게 성접대를 했다는 혐의로 벌금형이 확정된 태광그룹 계열사 직원 문모(38)씨가 회사를 상대로 거액의 소송을 제기하면서 ‘청와대 행정관 성접대 의혹’이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태광그룹 계열사인 종합유선방송사 티브로드에서 근무하다 청와대 행정관에게 성접대를 한 혐의로 기소됐던 문모씨는 지난해 6월 티브로드와 오용일 대표이사 등 4명을 상대로 4억5000만 원을 요구하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문씨가 “회사의 지시에 따라 청와대와 방송통신위원회 인사를 상대로 로비를 벌였는데 문제가 발생하자 해고를 당했다”고 주장함에 따라 청와대 성접대 의혹은 검찰이 지난 수사기록을 모두 끄집어 내 전면 재수사하는 분위기로 흘러갔다.

성접대 사건은 당시 공무원들의 성매매 파문으로 끝났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달랐다. 태광그룹이 비자금을 이용해 대정부 로비를 벌였다는 관련자 진술이 나오면서 새롭게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것.

사건의 발단은 티브로드의 팀장으로 있었던 문씨가 2009년 3월 25일 서울 신촌의 한 룸살롱에서 김모씨 등 청와대 행정관 2명과 방송통신위원회뉴미디어과장인 신모(43)씨에게 ‘2차 성접대’를 하다 경찰에 적발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 시기는 태광그룹 산하의 티브로드가 경쟁 업체인 큐릭스를 인수·합병하는 것을 승인받기 바로 직전이었다. 방통위는 사건이 불거지자 해당 심의를 무기한 연기했다. 그러나 방통위는 신씨 등 연루 공직자들이 모두 사표를 내자 약 2개월 뒤 ‘업무와 관련된 로비로 보기 어렵다’며 큐릭스 합병을 최종 의결했다. 검찰은 당시 성접대가 대가성이 있는 조직적인 로비는 아니라고 결론짓고 김모 행정관 등 3명에게는 성매매 혐의를, 문씨에게는 성매매 알선죄를 적용해 약식기소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 했다.

당시 수사가 너무 부실했다는 목소리가 부담스러웠던 만큼 검찰이 이번에는 성접대 의혹에 대한 재수사 의지를 다질 것으로 비춰졌으나 현재까지 별다른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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