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차 서울에 들러서도 한국 찬양을 잊지 않았다. 그는 3월 26일 한국외국어대학 강연을 통해 한국이 “가장 역동적인 국가”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전날 휴전선 비무장지대(DMZ) 최전방 초소를 찾아갔다. 그후 그는 기자회견을 통해 “DMZ에서 북한 쪽을 봤을 때 50년 전을 보는 것 같았다”고 토로했다.   

오바마는 서울로 들어오기 이틀 전인 3월 23일엔 다트머스 대학 총장 짐 용 김(Jim Yong Kim 한국명 김용) 박사를 세계은행(World Bank) 총재로 지명했다. 세계은행은 유엔 및 국제통화기금(IMF)과 함께 세계의 정치·경제를 움직이는 3대 국제기구 중 하나다.

김용 박사는 다섯 살 때 부모를 따라 미국에 이민 갔고 고교 시절에는 미식축구팀의 쿼터백을 맡았다. 그는 하버드 대학에서 의학과 인류학 박사를 받았다. 세계보건기구(WHO) 에이즈담당 국장 등을 역임하면서 에이즈, 말라리아, 결핵 등 질병퇴치에 크게 기여했다. 그 공로로 2006년 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세계를 변화시킨 100인’에 뽑혔고 2009년 다트머스 대학 총장으로 선출됐다. 이 대학은 ‘아이비리그’로 통칭되는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컬럼비아, 펜실베이니아, 브라운, 코넬 등으로 구성된 미국의 명문사립대 8개 중 하나다. 400년 아이비리그 사상 아시아인이 총장이 된 것은 처음이다.

김 박사의 세계은행 총재 등극은 오마마 대통령의 각별한 한국 신뢰의 산물이다. 오바마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여러 차례에 걸쳐 한국인들에 대한 찬양을 서슴지 않았다. 그는 대통령으로 취임하면서 한국교육을 본받으라고 공언하기 시작했다. 2009년 3월 워싱턴의 시스패닉(남미)계 상공회의소 연설에서 “잘 들어보라. 미국 아이들은 매년 한국 아이들보다 학교에서 한 달 정도를 덜 보낸다”고 개탄했다. “그렇게 해서는 21세기 경제에 대비할 수 없다”면서 미국 아이들도 한국 아이들처럼 더 공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오바마는 그로부터 4개월만인 7월 아프리카에 가서 한국 경제발전을 본받으라고 주문했다. 그는 가나를 방문, 국회 연설에서 “내가 태어났을 때 케냐와 같은 아프리카 국가들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한국보다 더 컸지만, 지금은 완전히 추월당했고 질병과 분쟁이 아프리카 대륙을 황폐화시켰다”고 했다. 한국을 벤치마킹하라는 조언이었다.

오바마의 한국인에 대한 신뢰와 찬사는 그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그는 작년 9월 새 학기를 맞이하여 워싱턴의 한 고등학교를 방문, 학생들에게 “꿈을 높이 세우고 끊임없이 자신을 연마하고 단련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귀감으로 삼아야 할 고교생의 첫 번째 사례로 캘리포니아주 산호세 고교에 다니는 한국계 윌 김의 스토리를 소개했다. 윌 김은 창업하려는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대출을 해주는 ‘해피데이 마이크로펀드’를 설립, 운영한다.

오바마가 평소 가슴에 품은 한국인에 대한 애정과 신뢰는 결국 김용 박사를 믿고 세계은행을 맡기기에 이르렀다. 물론 정치적 고려와 김 박사의 탁월한 능력이 뒷받침 된 것도 사실이지만, 그를 발탁한 데는 오바마의 한국인에 대한 평소 각별한 믿음이 결정적이었다.

오바마는 4년 전 취임사에서 미국이 “직면한 도전”은 “심각하고 헤아릴 수 없이 많다”면서도 “미국은 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라”며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었다. 김 박사는 적응하기 어려운 이민자의 아들이었지만 세계은행 총재에 지명됨으로써 누구나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도전”을 받고 있으나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각인시켜 주었다. 오바마의 한국인 총재 지명은 한국인에 대한 두꺼운 신뢰 표출이며 200만 재미동포들에게는 물론 한국 젊은이들에게도 “할 수 있다”는 용기와 희망을 안겨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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